[맛 선생에게 붙이는 주석③] 큰 닭 생산을 위한 조건
[맛 선생에게 붙이는 주석③] 큰 닭 생산을 위한 조건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11.24 02: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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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주장대로 우리나라 양계업계는 닭을 왜 작게 키우고 있을까?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한국 치킨 맛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팜인사이트= 김재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내산 닭고기가 맛이 없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황교익이 국내 닭고기가 맛없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여러 번 했던 지라 국내 양계업계는 큰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황교익의 치킨론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급기야 양계업계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충돌하게 되었다.

 

국내 닭고기가 맛없다는 주장은 어디서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국내 육계 품종은 3kg 이상 자랄 수 있는 유전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충분히 자라지 않은 1.5kg 때 도축을 하므로 맛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어떤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닭을 작게 키우지 않는다는 게 주장이며 큰 닭을 생산하지 않는 하림 등 닭고기 회사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논란일 일자 국내산 닭이 맛없다는 주장은 자신의 뇌피설이 아닌 농촌진흥청이 연구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며, 자신을 욕하지 말고 농촌진흥청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라고 맞서고 있다.

참고로 2010년에 나온 대형육계 생산기술은 2000년대 초반 나왔던 것의 재탕임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미 2000년대 초 대형 닭 생산기술은 연구가 완료되어 시범 사육까지 끝냈지만, 수요가 없다 보니 닭을 크게 키우는 것은 일반화되지 못했다.

한국 치킨은 작은 닭을 써서 맛이 정말 없는걸까?

 

 

대형닭 생산비 절감 효과 탁월 하지만...


참고로 대형육계 생산은 닭고기 회사들에는 로망이다.

육계 생산비용 중 40%가 병아리 조달 비용인데, 같은 비용을 들여 1.5kg까지 사육해 도축하여 1kg 내외의 도계육을 얻는 것보다는 2~2.5kg까지 키워 1.5~2kg의 도계육을 얻는 게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하림과 같은 닭고기 회사로서는 생산비용을 15%~20% 절감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국내 닭고기 시장에서는 닭가슴살에 대한 비선호 도가 매우 높고, 닭 다리에 대한 선호가 강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도입된 육계 품종은 닭가슴살을 많이 얻기 위해 개량된 품종들로 닭을 크게 키우면 닭가슴살이 비대해져 오히려 상품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닭의 체중을 이기지 못해 닭다리가 쉽게 골절되는 일이 발생함)

닭가슴살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닭가슴살 육질에 맞는 조리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국내 닭고기 소비문화는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 먹거나 튀겨 먹거나, 빨간 양념에 볶아 먹는 방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닭 다리와 날개 부위는 맛이 있으나 닭가슴살 부위는 너무 과 조리되어 퍽퍽해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닭가슴살 소비가 늘어나며 여려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2010년대 들어 닭가슴살 소비가 늘어나며 여러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대형 닭고기 공급을 위한 조건


황교익 씨의 주장처럼 도계육 기준 1.5kg 이상 큰 닭이 치킨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닭가슴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닭가슴살 가격이 닭 다리보다 비싸져야 한다.

미국은 백색육이 건강에 좋다는 통념 때문에 닭고기 그중에서도 닭가슴살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 닭가슴살은 비싸게 판매되고, 닭 다리는 헐값에 KFC 등 치킨 회사에 넘어간다.

당연히 미국 치킨 회사의 닭 다리는 푸짐하고, 헐값에 원료육을 조달받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있다.

대형 닭 생산기술이 보급이 처음 시도된 2000년대와 비교할 때 2010년대 들어서면서 닭가슴살 소비는 증가하였다. 건강식, 다이어트식으로 주목받으면서 닭고기 부분육 시장이 열리기는 했으나 미국 등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닭가슴살 보다 닭 다리의 가격이 높아 닭가슴살을 헐값에 가공업체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닭가슴살이 맛있어 소비가 늘었다기보다는 다이어트를 위해,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억지로 먹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농촌진흥청이 대형 닭 생산기술을 다시 보급하기 위해 노력을 한 이유는 한미 FTA 때문이다.

2007년 축산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FTA가 타결되었고, 국회 비준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간 이후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농가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를 두고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정부는 농림부를 닦달하기 시작하였고,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2019년부터 연일 축산업계에서는 생산비 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을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과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농업 분야 국책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농촌진흥청은 국립축산과학원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였고, 2000년 초 이미 연구가 끝난 보고서를 다시 재정비해 내놓게 된다. 생산비 절감 방안으로 포장되어 있던 과거 보고서를 그냥 내놓는 게 무안했던지, 대형 닭이 맛도 있다는 내용을 보충해 새로운 보고서인 양 내놓게 된다.

미국의 치킨이 크고 가격도 경쟁력이 있는 것은 닭가슴살을 매우 좋아하는 미국의 소비자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닭가슴살을 부분육으로 판매하면 닭 한 마리 값을 건질 수 있으니 타이슨푸드를 비롯한 닭고기 회사들은 가슴살이 더 많이 생산되도록 닭을 개량했고, 닭가슴살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닭가슴살을 팔고 남은 재고인 닭 다리와 날개 부위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치킨 회사에 공급해줄 수 있는 것도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맛 선생은 지금도 한국 치킨은 맛없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큰 닭고기 정말 시장에 공급된 적이 없었을까?


대한양계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황교익 씨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대형 닭을 생산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논거를 펼쳤고, 황교익 씨는 소비자들이 큰 닭을 먹어본 적도 없는데 수요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며 역공을 펼쳤다.

그러면서 그의 SNS에 큰 닭을 먹어본 적이 있는 분은 연락을 달라며 선물을 하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의 경험에는 큰 닭이 공급된 적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큰 닭 생산과 공급은 국내에서는 몇 차례 시도가 있었다.

건지라는 닭고기 회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고상식 계사에서 닭을 키우면 위생적이어서 질병도 잘 안 걸려 2.5kg 이상 큰 닭을 생산하기 좋다며 관련 기술 전파에 나섰다. 하지만 별 반응이 없자 직접 자신들이 개발한 설비를 활용해 대형 닭을 생산하고, 치킨 외식회사까지 만들어 ‘군계일닭’이라는 치킨 가맹사업까지 펼친 바 있다.

2015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인근에 1호점을 오픈하였고 가맹점도 서너곳으로 늘어났다.

대형닭고기를 원료로 쓴 군계일학 치킨프렌차이즈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폐업하였다.

큰 닭으로 튀긴 닭고기는 얼마나 맛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7년에는 한티역에 회사직원들과 찾아가 직접 시식하기도 했다.

현재 군계일학 가맹점은 한곳도 남지 않았고, 가맹본부도 폐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를 위해 개설한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2019년을 마지막으로 더는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국내 대표 닭고기 회사 중 한 곳인 마니커는 2020년 농장에서 닭을 수집해 도계장으로 운반을 하는 생계 수송차량 운전자들이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장기간 파업을 한 일이 발생했다.

국내 육계는 29~32일 정도가 되면 출하를 하게 되는데 한 달이 넘게 이어진 파업으로 닭들이 황교익 씨가 말하는 2.5kg 이상 자라버리면서 상품성을 잃고 말았다.

마니커와 거래하는 모든 치킨 회사, 대형마트들은 8호~12호 닭을 주로 취급하였는데, 20호~25호까지 닭이 커버린 것이다. 치킨 너겟 등의 용도로 활용해도 되지만 워낙 그 양이 많다 보니 당시 마니커는 사육농가 돕기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닭을 싼값에 공급한 바 있다.

생계수송차 운전기사들의 파업으로 출하시기를 놓친 수십만 마리의 육계는 도계육 기준 2kg 넘는 닭고기가 되었고, 염가에 시장에 공급하였지만, 큰 닭이 더 맛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생계수송차 운전기사들의 파업으로 출하시기를 놓친 수십만 마리의 육계는 도계육 기준 2kg 넘는 닭고기가 되었고, 염가에 시장에 공급하였지만, 큰 닭이 더 맛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보통 하나의 농장이 5만수~10만수 정도 닭을 사육하고 있어서 이 당시 공급된 물량이 수십만 마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당시 마니커의 초대형 닭고기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일반 닭보다 맛이 있었다면 큰 닭 생산을 요구하는 여론 같은 게 형성되었을 것이다.

어떤 공급자도 시장의 트렌드를 거슬러서는 성공은 불가능하다. 작은 틈새 시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틈새 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결국은 시장에 맞추어 성공했다 볼수 있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맛이 없으면 두번 주문하지 않으며, 닭고기 회사도 바보가 아니기에 수요가 없는 상품을 생산하려 들지 않는다. 2015년 건지라는 회사가 대형닭 생산이라는 작은 틈새를 공략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닭이 크다고 경쟁력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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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8 03:59:36
글 잘 봤습니다. 큰 닭이 팔린 적이 있었지만 맛있다는 반응은 특별히 없었다? 특별히 알아볼 생각도 없었고 조사도 없었으므로 당연히 기록도 없는 것 아닌가요? 이것만으로 큰 닭이 별로 맛있는 거 아니라고 결론 짓는 건 성급한 것 같네요. 맛있게 먹었다면 일부러 청와대 청원이라도 했을까요? 판매자가 특별히 조사하지도 않는데 소비자가 그렇게까지 열심으로 큰 닭이 더 맛있다고 반응을 보여야 했을지 의문이네요. 조사도 없었으면서 큰 닭이 맛있는 거 아니라는 기사의 결론은 수긍이 안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