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선생에게 붙이는 주석④] 맛 선생이 꿈꾸는 치킨 세상은
[맛 선생에게 붙이는 주석④] 맛 선생이 꿈꾸는 치킨 세상은
  • 김재민
  • 승인 2021.11.29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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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비자가 닭다리보다 닭가슴살을 더 좋아하는 그때 이뤄질 것

황교익의 치킨론과 관련하여 양계협회가 이 논쟁에 참전하면서 여러 방송과 신문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였다.

양계산업을 20년간 관찰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논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이지만, 국민의 관심이 워낙 높다 보니 이 논쟁에 참전하지 않을 수 없다.

닭다리와 닭가슴살 무엇을 선호하는가?

미국 등 유럽의 대형육계와 우리의 작은 육계의 차이는 우리나라 치킨 회사가 병아리를 많이 팔아먹기 위해 벌이는 부도덕함도, 우리 양계농가가 트렌드를 읽지 못해 일어난 후진성도 아닌, 부위별 선호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네이버 포스트에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우리의 치킨 문화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은 닭고기 중 닭가슴살을 최고 고급 부위이고 닭다리는 하품 취급을 한다는 것이었다. 닭다리는 길거리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로나 이용되는 저질 부위인데 한국에서는 최고 부위라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에서 만난 여자친구(지금은 결혼한)와 함께 치킨을 먹게 되었는데, 자기 딴에는 배려한다고 미국에서는 먹지도 않는 닭 다리를 두 개나 먹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너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 하며 분쟁이 발생했고 한국에서는 닭 다리가 최고 부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닭가슴살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이는 맛있어서라기보다는 다이어트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억지로 먹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육계 종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전면 수입을 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닭가슴살 생산에 특화되어 있다.

닭가슴살만 팔아도 거의 닭 한 마리 값을 뽑을 수 있으니 닭가슴살 생산량이 최고에 달할 때까지 사육하게 되고 도계육 중량이 2kg을 넘게 되는 것이다.

 

닭가슴살만 급격히 늘어난다면
 

이에 반해 우리 국민은 전반적으로 닭가슴살을 좋아하지 않으니 너무 닭가슴살 양이 많아지면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큰 닭으로 닭백숙이나 닭볶음탕을 하게 되면 닭가슴살의 맛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2kg을 넘는 대형 닭은 부분육으로 가공해 유통해야 하는데 닭 다리, 닭 날개는 잘 팔리고, 닭가슴살은 판매가 안 되어 재고로 남으면 업체로서는 그 또한 골칫거리다.

수출하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면 수입국들은 수입을 중단한다. 자국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코로나19로 국경을 닫는 조치가 축산업계에서는 20년도 전에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수출을 위해서라도 닭을 크게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최근 20년간 닭고기가 수출된 적이 없으며 레토르트 형태의 삼계탕이 소량 수출되고 있을 뿐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황교익이 치킨이 맛없다고 이야기한 지는 오래되었다.
황교익이 치킨이 맛없다고 이야기한 지는 오래되었다.

언론과 소비자는 닭이 커지기를 고대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논쟁에 많은 네티즌과 언론이 맛 선생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인데, 이유를 댓글을 통해 살펴보니 치킨 양이 너무 적다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1kg짜리 치킨도 맛은 있으나 양이 적어 불만이었는데, 2kg, 3kg짜리 닭은 양도 많을 것이고 맛 선생의 주장처럼 맛도 좋고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 거대한 닭에는 치킨으로 튀겨냈을 때 퍽퍽한 가슴살이 압도적으로 많고, 쫄깃한 식감의 닭 날개나 닭 다리도 크기가 커지기는 하지만 닭가슴살에 미치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치킨업계에서 도계 중량 2kg 이상 닭을 키워 납품해 달라고 하면 대응해 줄 수 있는 곳은 많이 있다. 다만 해당 치킨 회사가 그에 따르는 비용만 부담해 주면 되는 일이다.

맛 선생은 우리나라 치킨이 작은 이유를 하림과 같은 치킨자본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타이슨푸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육계수직계열화사업의 역사는 우리나라보다 역사도 깊고 그 규모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미국의 닭이 크고, 저렴한 이유는 타이슨푸드와 같은 거대 기업의 고도화 된 닭 생산 시스템에 기인한다.
 

닭가슴살의 선호도가 닭다리를 앞질러야

2.5kg 상당 되는 통닭가격이 닭가슴살 600g 가격과 비슷하고, 약 1kg 정도 되는 무항생제 닭다리가 닭가슴살 가격 절반 밖에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2.5kg 상당 되는 통닭가격이 닭가슴살 600g 가격과 비슷하고, 약 1kg 정도 되는 무항생제 닭다리가 닭가슴살 가격 절반 밖에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반복해 이야기하지만 2kg 이상 대형육계가 일반화되는 맛 선생이 꿈꾸는 치킨 세상은 닭가슴살의 가격이 닭 다리보다 월등히 비싸야 한다.

미국 월마트 온라인쇼핑몰의 닭고기 상품은 크게 닭가슴살, 닭다리/닭날개/통닭/가공품 이러한 카테고리로 판매가 되고 있다. 사진과 같이 2.5kg짜리 통닭 한마리 가격이 닭가슴살 600g 가격과 엇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렇게 큰 통닭이라면 닭가슴살이 500~600g은 포함되어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러한 시장이 우리나라에 열린다면 닭가슴살을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  35~40일가량 사육해 도계육 기준 2kg 이상 큰 닭이 일반화 될 수 있다. 다만 가격은 낮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닭가슴살만 편식하면 닭 다리 가격은 낮아질 수 있지만, 만약 닭 다리를 여전히 좋아하는데, 닭가슴살도 함께 좋아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면 우리 치킨의 가격은 어쩌면 더 비싸질 수도 있다.

닭고기 가격은 생산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맛 선생은 지금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닭고기 관련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대감에 기대어 어서 당장 3kg짜리 큰 닭을 내놓으라며 양계업계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치킨 자본에 휘둘리지 말고 진실의 편에 서달라며 언론인들을 독려하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반복해 이야기하는 것은 맛 선생이 꿈꾸는 치킨 세상은 황교익 칼럼리스트가 큰 닭이 맛있다고 해서 펼쳐지지 않는다. 거대한 닭가슴살을 원활히 소비할 수 있는 시장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저자 김재민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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