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보증씨수소 아홉마리 생산의 저력... 계림농장을 찾아
한우 보증씨수소 아홉마리 생산의 저력... 계림농장을 찾아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12.31 10:15
  • 호수 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학수 대표에게 듣는 우량 밑소 생산과 송아지 생존 비결
“최고의 비법이요? 놀아도 소장에서 노세요”
가까이에서 소 관찰하면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 보여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지난 12월 1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선 한우 보증씨수소 선발 농가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자는 한우 육종 농가 23호를 비롯한 강원도 축산기술연구소로 이 가운데 3마리의 씨수소를 생산해 이목을 집중시킨 이가 있었다.

인천강화의 한우 명인(名人)으로 소문난 김학수 대표다.

김 대표가 보증씨수소를 생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씨수소 세 마리를 생산한 데 이어 2020년에도 세 마리를 생산하는 등 최근 3년간 해마다 세 마리의 씨수소를 내면서 3년간 무려 아홉 마리의 보증씨수소를 생산해냈다.

단 한 마리의 보증씨수소를 생산해도 가문의 영광이라는 한우업계에서 아홉 마리의 씨수소를 생산해낸 김학수 대표의 경영비법을 밀착 취재했다.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2021년 한우 보증씨수소 선발 시상식에서 김학수 대표의 모습.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2021년 한우 보증씨수소 선발 시상식에서 김학수 대표의 모습.

최고 비결은 ‘축주의 사랑과 정성’

올해로 한우 사육에 접어든 지 30년째에 접어드는 김학수 대표는 농사와 함께 소, 닭, 돼지를 키우는 등 유축농업을 하시던 아버지를 이어 고향인 인천에서 돼지농장으로 축산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도시개발이 가속하면서 더이상 인천에선 축산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농장을 강화로 옮기게 됐고, 축종까지 ‘한우’로 바꾸며 제2의 축산인생을 설계하게 됐다.

그가 한우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양돈은 혼자하기엔 힘이 부쳐서’라고 했다.

 

김학수 대표는 “소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소의 생리, 습성, 특성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3마리의 보증씨수소 선발 장려금으로 김 대표는 1억 3억천만원을 수여했다.

10여 마리의 송아지를 입식하며 한우를 시작했다는 김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이고 잘한 일인가”라며 웃음지었다.

부친 덕에 어려서부터 가축을 가까이해 온 데다 사료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까지 있어 축산엔 나름의 일가견이 있는 그였지만 소 키우는 일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농장을 꾸려오면서 정말 수도 없는 송아지가 죽어 나갔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농장을 이루기까지 최고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모든 노하우는 소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얻어진 경험”이라면서 “축주의 사랑과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누굴 만나도 이렇게 얘길 해요. 소를 잘 키우고 싶다면 농장에서 살아야 한다고. 놀고 먹더라도 소장에 있으라고요. 소와 함께 있으면서 소를 관찰하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송아지 설사병에서 해방되려면

올해 266마리의 송아지를 생산했다는 김학수 대표는 어쩔 수 없는 사고사로 송아지를 잃는 경우를 제외하곤 설사병으로 송아지가 죽은 일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초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종모우 선발과 인공수정 등 개량의 힘으로, 한우의 체중과 몸집은 단기간에 커졌지만 이에 비해 어미의 비유량은 개량되지 않았어요. 송아지가 필요로 하는 초유의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죠. 어린아이의 경우 엄마 뱃속에서 태반을 통해 어느 정도 면역력을 공급받고 세상에 나는 것과 달리 송아지는 오로지 ‘초유’를 통해서만 면역성분을 공급받습니다. 송아지에게 ‘초유’가 충분히 공급됐는지 여부에 따라 송아지의 면역력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김 대표는 갓 태어난 송아지에게 양질의 초유 분말을 따뜻한 물에 녹여 강제 포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우는 유전적으로 젖량이 적은 데다, 어미 소의 건강상태에 따라 초유의 질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양질의 초유 급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태어난 지 6시간 이내에 송아지 체중의 약 5~10% 수준까지 질 좋은 초유를 충분히 급여하는 게 송아지 생존율을 높이는 비결이다.

“초유를 충분히 먹은 송아지는 설사병에 걸리게 되어도 쉽게 치료됩니다. 송아지 초유 급여는 가장 기본이자, 굉장히 중요한 사양 관리이지만 대부분의 농가가 이를 놓치고 있어요. 젖소 농가와 협업을 통한 ‘초유 은행’ 사업을 포함해 초유와 관련한 사업을 산업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영양성분이 우수한 초유는 노란색을 띠지만 실제 초유는 어미의 건강상태나 산차에 따라 영양적 가치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영양성분이 우수한 초유는 노란색을 띠지만 실제 초유는 어미의 건강상태나 산차에 따라 영양적 가치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분만 시 ‘독방’서 낳게 하고 반드시 다른 소들과 분리를

김 대표는 어미 소와 송아지를 위한 ‘번식장’을 갖추는 것도 초유 공급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반농장에선 갓 태어난 송아지들과 어미 소 여러 마리가 한 칸에 섞여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 데 “이는 한우농가들이 놓치는 큰 오류”라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어미 소가 분만할 땐 반드시 축주 입회 하에 독방에서 낳게 해야 한다.

이후 열흘간은 다른 소와 절대 섞이지 않도록 어미 소와 송아지만을 한 우사에 넣고, 다른 소들과 분리해야 한다.

 

김 대표는 낳은 지 6시간 안에 반드시 초유를 먹이고, 열흘간은 어미 소와 송아지만을 한 우사에 넣고, 다른 소들과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낳은 지 6시간 안에 반드시 초유를 먹이고, 열흘간은 어미 소와 송아지만을 한 우사에 넣고, 다른 소들과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아지를 분만한 어미는 새끼의 입가와 태반 주위를 핥으며 입가의 이물질을 털어주고, 태반이 떨어진 자리를 소독하고 한편으론 근육을 펴주며 송아지가 어미젖을 빨고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송아지는 어미가 핥아주지 않으면 절대 제 어미를 찾지 못합니다. 어미 역시 송아지 여러 마리와 함께 있으면 어떤 송아지가 자기 새낀지 잘 모릅니다. 어미가 송아지를 핥아주고 젖을 먹이면서 냄새를 통해 서로 교감하게 되는 거지요. 어미젖을 잘 먹은 송아지는 면역력이 상승하게 되어 질병에도 강해집니다.”

간혹 송아지를 낳은 어미 소가 제 송아지를 돌보지 않는다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다른 소들과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놈, 저놈이 핥고 가면 어떤 소가 제 어미인지, 어떤 송아지가 제 새끼인지 소들도 혼동하게 되는 거란다.

송아지 분만 시부터 세심한 축주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계림농장에선 면역력 저하로 송아지가 죽거나 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미가 새끼를 낳고 돌보는 일에 전념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니 계림농장에선 10 산 차 어미 소는 예사고, 16~17 산 차 어미 소가 생존에 있을 정도다.

“경험이 많은 소가 송아지도 잘 돌봅니다. 17 산에도 여전히 건강하게 새끼 낳고, 새끼도 튼실하니 도태할 이유도 없죠. 여러 해 동안 각종 균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인지 오히려 건강합니다.”

계림농장은 경기도의 ‘가축행복농장’으로도 인증받았다.
계림농장은 경기도의 ‘가축행복농장’으로도 인증받았다.

축산은 ‘과학’...‘개량+사료+사양 관리’ 조화가 관건

아홉 마리의 종모우를 생산한 저력에 대해 김학수 대표는 콕 짚어 ‘이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무조건 ‘개량’에 매진하면 고급육 생산이고, 우량 송아지고 만사형통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보진 않습니다. 축산은 과학이에요. 개량에 사료에 사양 관리까지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 어우러지지 않으면 절대 좋은 소를 낼 수 없습니다.”

개량과 관련해서 김 대표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호함이 있지만 결국 내 농장의 일들을 잘 기록하고, 기록들을 잘 활용해 선발과 도태를 반복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특히 특정 정액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선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농장 개량의 방향은 “정액이 아니라 암소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미와 아비가 후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전적으로 반반이라고 얘기들 하죠. 하지만 나는 어미소의 영향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열 달 동안 어미 뱃 속에 있는 동안 어미의 환경적 영향에 이미 많은 부분을 지배받게 되어있으니까요. 때문에 어떤 정액이 좋다더라, 하는 얘기에 휘둘리기보다는 어미의 유전적 능력을 잘 파악해 이를 보완하는 계획교배가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급육 생산 키의 핵심은 ‘비타민 A’관리

우량 밑소 생산으로 10년 전 이미 1++등급 출현율 90% 이상이라는 놀라운 경지에 이른 김 대표는 고급육 생산과 관련해선 ‘비타민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 또한 중요한 고비를 넘고 나서야 비로소 터득했다고 말했다.

아무 문제 없던 소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료섭취가 눈에 띄게 줄고, 사지 부종에 연변까지 누는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여러 문헌을 찾다가 일본의 한 자료에서 ‘비타민 A’가 부족할 경우 사료섭취량 감소, 사지 부종, 연변과 요석증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자료를 찾게 됐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비타민 A를 찌르고 급여한 결과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다.

최근 한우농가들이 많이 선택하고 있는 TMR 사료급여에 대해 김 대표는 사료섭취량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사료를 햇빛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등 제대로 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TMR 사료에는 비타민 A가 적절히 포함되어 있는데,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 A가 파괴되어 영양소가 불용된다는 것이다.

“TMR 사료는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비타민 A는 소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영양성분이지만, 과다하면 지방생성을 억제해 고급육 생산을 위해선 조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급육 생산을 위해선 개량도 중요하지만, 사료와 사양 관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비타민 A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학수 대표와 둘째 아들 원기씨. 부지런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원기씨가 번식농장을 , 김 대표가 비육농장을 맡아 함께 농장을 꾸려가고 있다.
김학수 대표와 둘째 아들 원기씨. 부지런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원기씨가 번식농장을 , 김 대표가 비육농장을 맡아 함께 농장을 꾸려가고 있다.

여전히 보완할 점 많아...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김학수 대표는 한우명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흔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방통대 농업학과에 등록해 4년 만에 학업을 마친 데 이어 올해는 벤처 농업대학에 등록해 또다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농장의 ICT와 관련된 각종 저서를 틈틈이 읽는 것은 물론 최신 사양 관리 기술을 이해하고 습득하기 위해 국내외 석학들의 강의도 빠짐없이 듣는 등 여전히 그는 ‘열공’ 모드다.

현재 800여 두의 한우를 둘째 아들과 함께 키우고 있는 김학수 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큰아들과 달리 어려서부터 가축을 유난히 좋아해 전공도 축산을 선택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부터 농장을 함께 꾸리고 있는 아들 원기 씨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한우농가로 남길 바란다는 소망을 남겼다.

“30년간 한우를 키워왔지만 저는 여전히 새로운 지식에 목이 마릅니다. 배우는 자세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지 않으면 한우농가도, 한우 산업도 발전할 수 없습니다. 농장일을 남의 손에 맡기지 못해 바쁜 아들을 이해하지만, 앞으로 오롯이 농장을 책임지게 될 아들 녀석 역시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으로 늘 배우고 채우는 자세로 한우 산업을 지켜 나가길 바라봅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송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