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기본소득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1.03 10:05
  • 호수 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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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보는 소득과 지출변화

축산물 소비 확대에 역할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일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이동의 제한, 여행제한, 재택근무, 재택수업과 같은 경험은 물론이고 국가가 어려움에 빠진 국민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는 일도 일어났다.

지금까지 정부의 공적 부조는 특정 계층, 특정 조건의 사람들에게 선별하여 지급하는 것이 관례였다. 모든 국민에게 지급된 보조는 없었기 때문에 세금만 떼어가는 줄 알았는데, 국가로부터 또 지자체로부터 이렇게 지원금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런 보편적 정부 부조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 이상의 소득 증가와 소비증가가 일어나며 새로운 경제 활성화 정책이자 복지 정책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 지급과 경기 활성화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초기 경기도는 도민 전체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경기도의 기본소득 지급에 발맞춰 기초자치단체들도 10만원~50만원까지 추가로 지급한다. 정부도 재난지원금 형태의 전 국민 지원금을 20만원씩 지급하면서 2020년 2분기 소비가 활성화되는 경험을 하였다.

2021년 9월에도 소득 하위 88%에게 2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경기도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 상위 12%에 대해 경기도가 20만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한 바 있다.

이동 제한, 거리두기 등으로 꽁꽁 묶여 있던 경제는 갑작스러운 소득 증가로 크게 활성화되고, 한우, 돼지고기 등 축산물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상승하는 등 재난지원금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기본소득의 소득 증대 효과

2020년 2분기 재난지원금 지급된 2분기 소득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보다 4.8% 증가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근로소득 –5.3%, 사업소득 –4.6%, 재산소득 –11.7%로 대부분 소득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전소득이 80.8%, 특히 공적 이전소득이 127.9% 증가하면서 실제 소득은 1분기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인 2019년 2분기 때보다는 소득이 증가한 것이다.

 

3분기 가구 소비 동향은 더욱더 극적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2021년 3분기 재난지원금은 하위 88%에만 선별 지급되었고, 경기도민은 상위 12%에 대해 재난 기본소득이 지급되었다. 3분기 끝자락인 9월에 지급되었음에도 소득효과는 더욱 늘어났다.

2021년 3분기의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소득 증가율은 8%였다. 아직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적 모임이 이뤄지기 전이었는데, 근로소득 6.2%, 사업소득 3.7%가 증가했지만, 재산소득은 23.9%가 감소했다. 재산소득이 23.9% 감소했지만, 기본소득의 효과로 이전소득이 25.3%나 증가하면서 가계소비 증가는 최대폭을 나타냈다.

기본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의 완화

경제학자들이 2021년 9월에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효과로 주목하는 것은 불평등 다시말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격차의 감소 부분이다.

2021년 3/4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 2천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21.5% 증가했다. 고소득자가 집중된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3만 7천원으로 5.7% 증가했다. 1분위보다 5분위 소득 증가율이 더 높으면서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소득격차가 줄어드는 현상도 2년여 만에 나타났다.

이전까지 선별지원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소득격차가 기본소득 지급으로 개선된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인한 소비 효과

2021년 3/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4만 4천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4.9% 증가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5.7%), 의류·신발(10.0%), 가정용품가사서비스(7.2%), 교통(5.8%), 교육(6.9%), 음식‧숙박(5.2%) 등 모든 비목에서 증가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43만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5.7% 증가했다.

곡물, 육류 및 달걀, 과일 등의 가격 상승으로 곡물(7.3%), 육류(9.7%), 유제품 및 알(10.7%), 과일 및 과일 가공품(13.8%) 등의 지출 증가했다.

곡물은 쌀 등의 흉작으로, 과일도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달걀은 질병의 영향으로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상승했지만, 육류의 경우는 쇠고기는 공급이 증가했고 돼지고기도 평년 수준을 유지하였음에도 가격도 상승하고 지출금액도 전년 동기, 전 분기와 비교해 모두 지출이 증가하였는데, 재난지원금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9월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4분기에 더 클 것으로 모두 내다봤는데, 축산물 가격의 경우 10~12월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축산물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백신접종 증가와 위드 코로나 시행을 원인으로 짚기도 하지만 2020년 4월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한우 평균 도매가격이 처음으로 2만원을 돌파하는 등 재난지원금에 의한 소비 진작 효과를 거둔 바 있어 이번에도 중첩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특히 9월 이후 돼지고기 가격의 경우 양돈업계에서는 지난 20년간 한 번도 형성되지 못했던 고돈가가 형성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 효과가 위드 코로나와 함께 위력을 발휘했다 보고 있다.

 

한우 가격과 기본소득

지금까지 기본소득에 대한 철학적 접근보다는 기본소득과 비슷한 형태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우리 가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계소비 동향 조사 결과를 가지고 살펴보았다.

확실히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가처분 소득을 높여 소비를 증진시키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처와 기한이 정해진 기본소득 지급으로 국민이 소비를 늘리면 소상공인의 사업소득이 증가하고, 소상공인들의 영업장이 활성화되면 고용을 늘리면서 근로소득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이번 재난지원금은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에 지급되어, 가계 이전소득증가가 사업소득증가와 근로소득 증가를 일으키는 승수효과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한우업계는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비프싸이클상 2011년~2012년 가격이 폭락하였기 때문에 2020년~2021년 가격 조정이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2020년 5월, 2021년 9월 일괄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가격 조정 시기를 이월시키는 효과를 경험하였다. 이를 감안할 때 내년 다시 한번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면 현재 한우협회와 농협이 주도하는 수급조절 사업과 결합하여 한우 가격 연착륙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한우 가격은 추석 이후 조금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2020년 5월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효과로 한우가 많게는 6개월까지 당겨서 소비가 이뤄지면서 소비 진작 효과가 2021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바 있다.

다시금 2021년 9월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하반기 전망되었던 가격 조정도 다음 해로 이월되었고, 내년 설 명절이 끝난 3월 이후 가격 조정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내년 상반기 중으로 다시 한번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같은 기간 부스터 샷 접종률이 70%를 돌파하면 2020년 5월 있었던 폭발적인 한우고기 소비가 다시 한번 재연되면서 한우 가격을 연착륙시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다만 불투명한 정치 상황으로 코로나19 기간 이뤄졌던 기본소득 실험이 실험으로 그칠지 아니면 실제 현실화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송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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