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산업 발전대책 어려운 고차 방정식 풀 방안은?
낙농산업 발전대책 어려운 고차 방정식 풀 방안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1.02 03:30
  • 호수 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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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낙농산업 발전대책을 두고 정부와 생산자단체 간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낙발 대책은 ‘낙농가에게 매우 불리하다’라는 생산자 측과 ‘국내산 원유가 너무 비싸다’라는 유업체와 정부가 한편에 선 모양새다.

유가공협회, 낙농육우협회의 날 선 비판까지 가세하며 양측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의 낙발 대책은 우울한 인구감소에 기인한다 볼 수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40만명대를 유지해 온 출생아 수가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하면서 당분간 20만명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제적으로 원유생산량을 조절하거나 국내 원유가 더 소비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2000년대 초반 경험했던 대규모 잉여 원유 사태에 곧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 현재 진행 중인 낙농산업 발전대책을 들여다보고 합리적 대안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과거 낙발 대책

낙농업은 국내에서 자연 발생하여 발전하지 않았다. 1960년대 정부가 주도한 산업정책에 따라 제도가 만들어졌으며, 정부가 낙농 차관을 들여와 젖소를 수입해 농가들에게 보급하고, 유가공공장 등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였다.

정부의 산업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지원도 과감했고 관리 감독 또한 다른 축산품목과 달리 세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낙농 유가공산업은 이후 여러 위기 가운데 여러 제도가 마련되었다. 1990년대 고름 원유 파동, 항생제 파동을 겪으며 원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성분과 유량 중심의 가격 결정 체계가 위생 중심으로 전환이 되었고, 검사 공영화가 도입되었다. 시장개방과 원유수급불균형에 대응해 낙농진흥회 설립과 집유 일원화가 추진되었고, 2002년 대규모 원유 파동 때 쿼터제와 낙농 목장의 구조조정이 단행되기도 하였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낙농 발전대책은 과거처럼 문제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원가연동제 도입으로 원유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유업체와 소비자의 인식, 소비가 감소하고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낙농가들의 인식, 유업체의 판매 여력에 맞게 감산도 하고 경쟁력 있는 원유가격도 만들어 보자는 정부의 인식이 충돌하고 있다.

 

핵심 쟁점

낙발 대책은 원유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부추긴 것은 원가연동제 때문으로 유업체와 정부는 지목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다.

음용유는 현행 가격체계를 유지하지만, 쿼터를 대폭 줄이고, 대신 가공용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 넉넉한 쿼터를 배분해 총생산량을 증가시키고 농가 총소득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낙농 발전대책은 농가 시선에서 바라보면 원가연동제 무력화와 쿼터의 일방적 축소로 비친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를 낙농가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는 시도의 경우 이미 정관계정 절차에 들어가면서 정관 개정으로 정부 안을 좀 더 쉽게 관철하려는 시도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 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용도별 차등 가격제의 경우 음용유 쿼터, 가공용 쿼터로 이원화하고, 음용유 쿼터는 186.8만톤을 운용해 현재 가격 수준인 리터당 1,100원에 농가로부터 구매하고, 가공용 쿼터는 30.7만톤을 운용하고 리터당 900원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연간 총생산량은 217.5만톤으로 현재 총생산량 208만톤보다 생산량은 늘어나 자급률은 향상하고, 농가 소득도 1.1%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낙농 목장의 규모화 등 생산비 절감 대책을 마련해 국내산 원유가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를 총회가 아닌 이사회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농가들 받아드릴 수 없는 정부의 대책

이런 일련의 정부 대책에 대해 생산자들은 당장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금도 농가의 생살여탈권을 유업체가 쥐고 있는데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 변경으로 낙농가들의 방어 수단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십여 년간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 농가의 무형 재산이자, 낙농 목장 면허나 다름없는 납유 쿼터를 186.8만톤으로 재할당하고 일부를 현행 가격체계보다 200원 가량 낮은 가공유 쿼터로 전환을 밀어붙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낙농가들의 원유생산량은 208.9만톤으로 2018년 204.1만톤, 2019년 204.9만톤을 생산했던 때와 비교해 생산량이 소폭 상승했지만, 현재 낙농가들은 보유한 쿼터만큼도 착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 가격을 받는 물량을 209만톤에서 187만톤으로 낮춘다고 하니 농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쿼터 가격은 집유 주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kg당 40~90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으며, 지난 15년간 농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낙농가들이 구매한 쿼터 금액만 수조 원에 달할 걸로 추산되고 있다. 아무리 농가 수입이 1.1%가 증가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다고 하지만 농가는 약 22만톤의 쿼터가 휴짓조각으로 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손실로 볼 수밖에 없다. 22만톤은 쿼터 가치는 기준가격을 5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삭감되는 쿼터를 가공유 쿼터로 전환하고 양을 조금 더 늘려 준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지만,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원유생산비 절감 대책이나 원유생산량을 208만 톤에서 217.5만톤으로 증산목표를 세운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2002년 원유 파동 이후 정부의 정책 기조는 원유생산량을 감축하는 것이었고 젖소 도태, 쿼터제 도입, 농가 폐업유도 등을 남발하였다.

결국 낙농가들은 폐업을 거듭하였고, 농가의 폐업 보상은 계속 목장을 하기로 한 낙농가들이 지급하며 정부와 유업체, 낙농진흥회는 손 안 데고 코를 푸는 데 성공했다.

한때 250만톤에 달했던 원유생산량이 208만톤으로 줄었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원유가격은 리터당 1,000원을 돌파하게 된다. 막대한 쿼터 매입비 등을 고려할 때 원유가격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낙발 대책 첫 단추는 농가 경쟁력 강화부터

일에도 순서가 있다. 농가들이 그동안 투자한 수조원에 달하는 쿼터 매입금액을 감안할 때, 총 원유생산량은 늘어나고 농가의 수입이 소폭 증가한다고 해서 이를 환영할 농가는 아무도 없다.

정부와 유업체가 생각하는 원유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현행 원가연동제를 유지하면서도 원유의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찾는 게 오히려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원가연동제를 유지하고 있어서 우유 생산비를 절감시키면 자연스럽게 다음 연도에 원유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생산비를 절감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미 정부가 제시한 솔루션들을 현장에 적용하는 일이다.

농장의 규모 확대는 생산비를 낮추는 첫걸음이다.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 조사를 보면 농가의 사육 규모에 따라 생산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50두 미만 농가가 948원/리터, 50~69두가 834원, 70~99두가 821원, 100두 이상이 766원으로 낮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먼저 농가의 규모화를 유도하는 게 급선무다.

낙농 목장의 규모를 100두 이상으로 정예화하는 것만으로도 원유생산비를 리터당 50원 정도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2.4산에 불과한 젖소의 도태 시기를 3산 이상으로 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 차 개선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실패하였던 것은 농가들이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단기에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소에게 무리가 가는 고열량, 높은 영양 급여 체계에서 소의 경제수명 연장에 유리한 수준에서 에너지를 조절하고 조사료 중심의 사양 관리체계를 확립할 경우 소의 경제수명은 길어지면서 육성우를 많이 보유할 필요가 줄어든다.

여기에 육성우 전문 목장 도입, 분뇨처리 공공 처리 확대, 양질의 조사료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을 조합하면 우유 생산비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원가연동제를 유지한 가운데 생산비 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들이 5~6년 후 완료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시행이 되면 원유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고, 생산성이 높은 농가들의 경우 쿼터량보다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쿼터 초과분의 경우 하한 가격을 국제 분유 가격 정도인 300~400원대로 설정하고, 유업체에 공개입찰을 붙이면 500~700원대 가격의 원유도 시장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 원유가격보다 더 경쟁력 있고 정부가 특별히 추가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적당한 가격에 원유가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치즈 등 유가공품 시장은 활성화될 수 있다.

쿼터 초과 원유생산량이 정상 가격 원유량의 10% 정도가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총 원유의 공급량은 현행 208만톤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약 229만톤 이상으로 원유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초과 생산된 원유가격이 500~700원대에 형성되고,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정상 원유가격도 1000원으로 안정됐다고 가정하면 이 둘을 합한 원유공급가격은 900원 중반대로 하락하게 된다.

원가연동제 유지로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분도 유지하고, 시장기능을 활용한 원유거래 도입으로 수급 조절을 시장기구를 통해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원유가격이 하락한 만큼 국내산 원유의 이용도 소폭 증가할 수도 있다.

 

낙농진흥회 개편 의사결정 방식 아닌 기능 개편으로

현재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일은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현행 체제를 뒤엎는 노력보다는 낙농진흥회의 기능을 현재보다 업그레이드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낙농 목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구로 재편해야 한다.

낙농진흥회는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낙농산업을 진흥하고 지원하기 위해 조직됐다. 수급 조절 기능도 부여되었지만, 낙농 진흥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2002년 원유 파동 이후 우유 수급 조절에만 몰두하고 있다. 당연히 농가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없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원유 수급 조절을 위해 매년 수백 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가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자금이 유업체 지원에 대부분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는 농장의 규모화, 육성우 목장 건설, 양질의 조사료 공급 확대 등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원유생산비를 낮출 수 있도록 지도와 지원 업무를 강화하도록 재편돼야 한다. 더불어 쿼터 초과 원유 물량이 시장기능에 따라 적절한 가격이 형성되고 분배될 수 있도록 새로운 원유거래시장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낙농 예산 조정 및 효율화

현재 낙농산업에 투입되는 예산 중 정부가 조금만 신경 쓰면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 앞서 생산비 절감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원유가격이 낮아지며 국내산 원유 소비량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매년 수백 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수급조절 자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학교급식법 대상 품목에 우유 등 유제품을 포함하면 우유 소비 확대를 위해 축발기금에서 지출되는 수백 억원의 학교급식 지원사업 예산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마련된 예산으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농가 쿼터의 조정을 위한 공적 매입이다. 일방적으로 정상 유대 쿼터를 축소하고 용도별 차등 가격 쿼터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쿼터 조정에 따른 농가의 피해를 정부, 유업체, 농가가 일정부분 분담해 이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이후 경쟁력 있는 원유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안한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겨 국내 낙농목장이 실제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에 나설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돕는데 활용해야 한다.

 

결론 및 시사점

일에는 순서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원유가격을 낮추는 일, 원유생산비를 낮추는 일,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개편, 원유생산량 증산 등 여러 가지 정책과 목표를 한 번에 추진하면서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먼저 낙농 목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고, 낙농 예산을 재조정해 농가에 쿼터 조정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고, 낙농진흥회의 기능을 농가 지원에 방점을 두고 개편하면 우유의 가격은 낮아지고 수요는 증가하고 자급률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낙농 발전대책은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정부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는 일이다.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손실을 강요하여서는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다.

낙농 유가공산업의 발전이라는 고차 방정식의 해는 낙농 목장의 지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있었다. 이 방정식이 풀리게 되면, 높은 가격도, 자급률도, 정부 재정 절감도, 국내산 유제품의 경쟁력 향상도 모두 이뤄질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길 낙농 정책 당국에 조언 드린다.

더불어 현재 낙농업계의 유가공산업의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상황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목장형 유가공, 소규모협업형 유가공 등에도 지원하여 국내산 유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해 파이를 키워나가는 고민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간 낙농진흥회를 중심으로 한 낙농 유가공산업 체제가 감산에 역점을 둔 불완전한 모습이었다면, 미래의 낙농 유가공산업은 인구감소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후 위기에도 대응하는 선도적 산업으로 탈바꿈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송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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