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 농가 생산성 향상 ‘지지부진’ 원인은
한돈 농가 생산성 향상 ‘지지부진’ 원인은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1.05 08:45
  • 호수 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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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돈팜스 전산 농가 PSY‧MSY 소폭 증가 그쳐
명확한 데이터 입력 부재…문제 진단&솔루션 ‘역부족’
다산성 모돈 사육&외국인 인력 수급난 겹쳐 생산성 ‘발목’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한돈협회는 급변하는 양돈산업 환경과 FTA에 의한 수입개방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한돈 농가들의 성적을 종합‧분석해 생산지표 수준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해마다 전산 성적을 분석, 발표하고 있다.

협회가 발표한 ‘한돈팜스 전국 한돈 농가 2020년 전산 성적’에 따르면 한돈 농가의 전산 성적은 해마다 소폭 개선되면서 2020년 PSY 21.3두 MSY 18.3두로 집계됐다.

2021년(1~9월) PSY는 21.6두로 높아졌지만 MSY는 18.2두로 다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돈팜스 이용 농가를 기반으로 한 돼지고기 수급 예측에선 내년도 돈육수급은 도축 두수 1830만 2천 두와 수입량 34만 톤가량으로 추산됐다.

2020년 PSY 21.3두 MSY 18.3두 기록

한돈팜스를 토대로 산출한 전국 한돈 농가들의 호당 모돈 수는 2015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MSY는 전년보다 0.4두 증가한 18.3두로 집계됐다.

2020년 생산지표 추세의 특성은 ▲복당 산자수 ▲이유 두수가 증가하면서 ▲월별 PSY, MSY가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PSY는 21.3두로 전년보다 0.1두 증가했고, MSY는 18.3두로 전년 대비 0.4두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생산성 향상 곡선이 다시 주춤해졌다.

2021년(1〜9월) PSY는 21.6두로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MSY는 18.2두로 소폭 감소했다.

이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이유 전 육성률 및 이유 후 육성률이 전년에 비해 다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2021년도 3분기 PSY 22.2두(전년동기 대비 0.3두↑) 영향으로 4분기 MSY도 전년 동기 대비 상승이 예상되어, 2021년도 연평균 MSY는 전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돈팜스 분석을 담당한 정P&C연구소 정영철 대표는 “전국 한돈 농가들의 2020년 성적은 한돈 산업의 생산성이 조금씩 향상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동안 꾸준한 다산성 모돈 유전자원의 도입과 새로운 시설, 사양기술의 현장적용 등이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규모 클수록 번식성적↑육성률↓…사육 규모별 집중관리 형질 달라

이유전 육성률을 모돈 사육 규모별로 비교하면, 2020년도 이유전 육성률의 전체 평균(90.9%)을 상회하는 사육 규모는 100~200두 미만(92%), 100두 미만(91.9%), 300~400두 미만(91.1%) 순으로 나타났다.

모돈 규모별 이유 전 육성률은 이유 두수 대비 총 산자수 비율로 모돈 규모 100~200두 그룹이 92.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모돈 두수 400두 미만 그룹의 이유전 육성율은 400두 이상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상대적으로 총 산자수 성적이 높은 모돈 규모 1,000두 이상의 농장에서 이유전 육성률이 가장 낮은 수치인 87.1%를 보였다.

다산성 모돈 도입 이후 자돈의 생시 체중 감소 등의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정영철 대표는 “다산성 모돈 도입 이후 복당 총 산자수 증가 영향으로 모돈 규모가 큰 농장의 PSY, MSY 등의 생산성적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이유전 육성률, 이유후 육성률은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또 “400두 미만 규모의 농장의 경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복당 총 산자수를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400두 이상 규모의 농장의 경우 이유 전·후 육성률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곡물가 시대...농장 성적이 수익성 좌우

올해 한국의 곡물 수입 물가지수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4/4분기 사료 곡물의 수입가격은 올 초 대비 무려 36%나 폭등했다. 2021년 한 해 동안만 2~3차례의 사료 가격 인상이 이뤄진 배경이다.

높아진 사료 가격 상승만큼 농가들의 생상성 향상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돈팜스 농가 성적 분석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한돈 농가들의 생산성 향상은 ‘잰걸음’으로 보이면서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PSY는 21.3두로 전년보다 0.1두 증가에 불과했고, MSY는 18.3두로 전년 대비 0.4두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1~9월)의 경우 PSY는 21.6로 0.3두 증가했지만, MSY의 경우 오히려 18.2두로 감소했다.

국내 양돈농장들의 성적이 선진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고, 생산성 향상 역시 더디 진행되는 이유는 뭘까.

정영철 대표는 “다산성 모돈을 키우는 사양기술이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GSP(Golden Seed Project) 사업이 완료되어 독자적인 유전적 특성을 가진 한국형 GSP 종돈 보급이 활성화될 경우 지금 보다는 나은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양돈업계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양돈 농가의 체질 개선이 아니고서는 양돈 선진국의 생산성을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상위 10% 농가 성적, 유럽 전체 농가의 평균도 못따라가

국내 양돈 농가의 MSY와 유럽 및 해외 선진국들의 농가 생산성을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인다.

2020년 국내 상위 10%의 MSY 평균 성적이 23.0두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위농가들의 성적 역시 유럽 농가들의 평균인 28~31두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국내 양돈 농가들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지속하고 있는 고곡물 시황은 앞으로도 쉽게 안정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한돈농가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농가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커진다.

양돈장의 낮은 생산성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농가들이 사육성적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하다”고 지적한다.

농장마다 영양과 사양 관리, 분뇨처리와 환기, 질병발생 등 모든 상황이 다르지만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농장에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진단과 해결책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돈협회가 자조금으로 진행하는 한돈팜스 역시 협회 지부의 여직원들이 얼마씩의 인센티브를 받고 각 농장의 성적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보니 질문과 응답 과정에서 형식적인 수준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데이터 오류의 허점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몇 년간 다산성 모돈으로 교체하면서 자돈의 초기 성장이 불량해 이유후 폐사율이 높아진 것도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다산성 모돈 도입으로 인해 최근 국내산 돼지고기의 등지방은 얇아지고 고기 맛도 이전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많아 지금과 같은 고돈가 상황에서 유통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의 수급난은 양돈장의 생산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돈협회는 지난 11월 “현장의 인력난이 극에 달해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면서 정부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수송용 전세기를 띄워달라”는 요청을 할 만큼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농장관리와 성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는 분뇨와 환기, 밀사 사육 등의 배경과 함께 높은 곡물 가격으로 인한 사료 원료의 품질 하락 등도 생산성 하락의 다양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고돈가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투자전략으로 생산성 향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일석 카길애그리퓨리나 전략마켓팅기술부 이사는 “인류의 질병 퇴치에는 위생 수준 향상과 적절한 영양급여가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기록된다. 양돈분야 역시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돼지의 면역댐(면역 임계점)을 무너뜨리는 각종 환경을 적절히 제어해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또 “높은 사료값을 이유로 생산비를 줄인다는 명목하에 가격 위주로만 접근할 경우 생산성 하락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농장의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송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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