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우산업 탐방기 4] 화우농가의 경영 컨설팅과 개량 사업
[일본 화우산업 탐방기 4] 화우농가의 경영 컨설팅과 개량 사업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9.2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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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 대부‧예탁사업으로 생산기반 유지 ‘안간힘’
농가들 떠난 자리엔 ‘기가팜’ ‘메가팜’ 등장
축산협동조합연합회와 화우등록협회를 가다
화우등록협회가 주최하는 화우능력공진회 전경. 자료 일본중앙축산회.
화우등록협회가 주최하는 화우능력공진회 전경. 자료 일본중앙축산회.

[농장에서 식탁까지= 옥미영 기자] 일본은 유럽처럼 협동조합이 발달한 곳은 아니지만 JA(종합농협), 축산농업협동조합, 낙농업협동조합, 개척자농업협동조합, 전국육우산업협동조합 등 다양한 축산관련 협동조합이 육우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화우를 비롯한 육용우에 보다 특화된 협동조합이 ‘축산농업협동조합’이다.

전국축산농업협동조합연합회는 4개의 화우전문조합을 비롯해 총 38개 회원(현 단위 축산농협연합회)으로 구성되어 있다. 축산연합회는 우리의 협동조합과 역할이 흡사하다.

크게는 △사료 구매사업 △판매사업 △지도 사업 △정책사업 건의 등 4가지 영역에서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일본 전 산업에서 나타난 인구의 노령화 영향은 65세 인구가 66%를 차지하는 농업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지면서 정부와 관련 단체들은 농가 고령화에 따른 생산기반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농가가 떠난 사육현장에는 대기업이 속속 진출해 ‘메가팜’ ‘기가팜’과 기업의 생산부문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 화우산업 ‘전업농가’ 중심으로 재편 중

축산연합회는 작은 농가들의 협동조합 조직체로 생산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값 절감을 위해 공동 구매 사업 등을 역점 사업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농장의 규모화‧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가와 업체간 직접 거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축산농업협동조합연합회 시사케 전무는 “농가수가 많고 농가 사육규모가 작았던 과거에는 개별 농가의 사료구매량이 매우 작아 협회를 중심으로 사료공동구매 사업이 활발히 진행됐었으나 최근 호당 사육두수가 크게 늘어 농가와 사료회사의 직거래 비중이 늘면서 협동조합의 ‘규모의 경제’가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화우산업을 농촌의 핵심 산업으로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가운에 축산연합회 역시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가운데는 송아지 입식을 위한 자금 여력이 없거나 빈 우사를 가진 농가를 대상으로 한 ‘암소대부사업’ 및 ‘예탁 사업’ 등이 눈길을 끈다.

암소대부사업은 암소 구입 비용을 연합회에서 빌려주고 송아지를 낳으면 송아지를 판매한 돈으로 변제하는 방식이다. 변제기간은 4년으로 4년 동안 송아지 2마리를 낳게 되면 2년마다 송아지를 판돈으로 변제한다. 변제가 끝나면 어미 소는 농가 소유가 된다.

예탁사업은 우리의 예탁 사육 방식과 같다. 연합회가 대신 소를 입식해 주면 출하 후에 소 값을 값는 방식이다. 연합회는 신용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자금을 대출해 농가 대신 소를 사서 입식해 주고 있다.

어디까지나 ‘생산기반 안정’이 목적이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지 않고 ‘소’를 빌려준다.

이익이나 손실이 나게 되면 모두 농가 몫인데, 이익을 농가에게 돌려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전국의 도도부현(都道府県) 단위에서 진행 중인 예탁우 규모는 2500여두에 달한다.

전국축산연합회를 방문한 뒤 농어업포럼 관계자들과 한우산업 시찰단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전국축산연합회를 방문한 뒤 농어업포럼 관계자들과 한우산업 시찰단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메가팜(Mega Farm)‧기가팜(Giga Farm)의 등장

축산농가의 고령화와 사육호수는 감소는 화우산업의 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가들이 사라진 생산 현장에는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기업은 개인 농장이 규모를 크게 키워 기업화 되거나 혹은 축산과 관련 있는 햄 전문 기업 또는 유업체 등인데 사육규모가 1만두에서 많게는 무려 5만 여두에 이른다.

‘메가팜’ 또는 ‘기가팜’으로 분류되는 대형 농장들은 대부분 북해도 지역에 분포해 있다.

당초에는 비육우 사업을 전문으로 경영하다 최근에는 번식우 사육두수 급감으로 송아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번식과 비육을 함께하는 일관사육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축산연합회 관계자의 말이다.

대기업의 사육부분 진출은 화우를 비롯한 육용우와 젖소, 돼지 등 전 축종에 걸쳐 광범위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의 사육부분에 진출에 대해 반발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축산연합회 쇼지 사업부장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축산과 완전히 동떨어진 기업이 아니라, 기존에 농장을 경영하던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해서 규모가 커진 경우가 많다”면서 “축산농가가 급격히 줄어 생산기반이 위축되면서 대기업이 사육단계까지 진입한 것이어서 이와 관련한 농가들의 반발은 없다"고 말했다.

 

암소 61만두에 씨수소 200두..고도화된 화우의 개량체계

2018년 흑모화종의 씨수소 '후쿠노히매(福之姫)'. 특히 현장 후대 검정 결과 후쿠노히매의 지방교잡은 역대 1위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2018년 흑모화종의 씨수소 '후쿠노히매(福之姫)'. 특히 현장 후대 검정 결과 후쿠노히매의 지방교잡은 역대 1위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2018년 흑모화종의 씨수소로 선발된 종모우 모습(아래)과 후대검정축들의 등심단면적 사진(위).(사진 일본 가축개량사업단이 발간하는 2018년 흑모화종 종모우 안내 책자).
후대검정축들의 등심단면적 사진

일본은 지자체별로 1920년대 이후부터 등록을 통한 개량사업을 추진해 왔고, 1945년에는 농가 주도로 전국화우등록협회를 설립해 전국적으로 등록을 통합 실시해 왔다.

196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한우의 등록사업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고 역용우에서 육용우로의 개량방향이 마련된 것과 비교하면 일본 화우의 품질 차별화 기반은 우리보다 족히 30여년은 앞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배경으로 화우의 개량사업은 우리 보다 훨씬 정밀하고 정교하게 추진된다.

우선 화우의 등록사업은 화우등록협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개량의지를 갖고 있는 농가의 집단인 만큼 국가의 지원은 없다.

일본 농업인구 감소에 따라 회원 수도 감소해 올해 회원수 는 5만명 수준이다.

등록 체계는 우리의 한우 혈통등록과 흡사해 기본-본원-혈통 등록 순으로 유전 능력에 대한 정보가 많고 높은 유전체일수록 등록 레벨은 높아진다.

화우에서 등록의 의미는 '객관적으로 능력이 검증됐다'는 일종의 확인서로 통한다. 이를 통해 위험 형질 인자를 피할 수 있고, 농장의 개량을 앞당길 수도 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우선 자우(子牛)등기제도를 통해 정확한 수준의 유전평가가 이뤄지고 이러한 유전평가 성적을 근거로 송아지 가격이 형성된다.

이번 연수에 함께 참여한 이학교 전북대 교수에 따르면 평균 70만엔 수준의 송아지 가격은 유전능력에 따라 최고 120만엔까지도 거래가 이뤄진다.

개량체계에서 우리와 다른 점은 한국이 국가 주도형 씨수소 선발과 보급 체계라면,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은 현단위 주도로 직접 씨수소를 선발‧활용하는 체계와 전국단위에서 씨수소를 선발해 전국으로 공급하는 2개의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 단위 개량체계 활성화로 현재 일본의 씨수소는 연간 약 200여두의 씨수소로부터 생산된 정액이 암소 사육농가에 공급되고 있다.

현단위의 종모우 선발 시스템은 고베나 마쓰자카 등 지역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화우 브랜드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

특히 60만두의 암소 사육 기반에 200여두의 씨수소가 공급되는 일본의 개량 체계는 100만두가 넘는 암소에 30여두의 씨수소 정액이 공급되는 우리의 개량체계를 비추어 볼 때 매우 고도화 되어 있다는 것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육기간 단축 목표는 맞지만...지방의 질(質)도 중시

사료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역시 화우의 출하기간 단축을 사육 목표로 삼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화우공진회 지난대회에서도 화우의 사육일령을 30개월 미만으로 단축하는것을 비전으로 선포한 바 있다. 화우의 오랜 개량 효과 등으로 30개월 이면 원하는 수준의 마블링 화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흑모화종의 종모우 안내 책자.
2018년 흑모화종의 종모우 안내 책자.

하지만 일본에선 이전부터 등심내 지방의 올레인산 함유량을 높이는 데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출하일령이 아닌 맛과 건강에 초점을 둔 사육 방식도 선호되고 있다.

사육기간을 늘릴수록 아미노산, 올레인산이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인데 비육기간을 단축한다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고기 맛의 완성도에서 보면 또 역시 더 나은 화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우의 지방함량과 종류는 소의 육종가 평가의 구성요소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일본 화우등록협회 아나다 가쯔히토 전무는 “화우를 먹을 때 지방이 70%나 되다보니, 고기를 먹는지, 지방을 먹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목표를 바꾸어 보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여전히 하이마블이 선호되고 있고 실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아나다 전무는 또 “MUFF 기계를 통해 지방의 질(質)에 대해서도 측정한다. 올레인산 함유량은 육종가 평가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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