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사‧검사원‧예찰원…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가축방역사‧검사원‧예찰원…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2.15 16:11
  • 호수 45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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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에 시달리다 축산현장 떠나는 방역본부 노동자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축산현장의 가축방역사들과 도축‧도계장의 안전‧위생 검사를 전담하는 검사원, 그리고 방역 예찰원 1천여 명이 지난 1월 전면파업을 선언하며 거리로 나왔다.

축산업 전방에서 축산농가의 귀중한 자산인 가축을 보호하고 안전축산물 공급을 위해 공공의 역할을 담당하는 방역본부 종사자들은 가중된 업무와 열악한 처우를 견디다 못해 고통을 호소하고 나서면서 우리의 ‘가축위생방역시스템’ 현주소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AI 발생 위험과 설 명절 특수 상황까지 앞두고 ‘전면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노동자들의 현실과 현재 가축 방역과 위생부문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비정상적인 기관의 출발과 짜깁기식 업무 수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이하 방역본부)는 1999년 출범한 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가 모태다.

당시 기승을 부리던 돼지 열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이 직접 나서 백신 접종과 항체가 조사를 위한 시료 채취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2000년에 들어 구제역이 축산업 전역을 휩쓸며 맹위를 떨치면서 돼지콜레라박멸본부는 2003년 구제역과 돼지오제스키병, 닭뉴캐슬병까지 시료를 채취하는 특수법인으로 바뀌었다.

2005년엔 소, 돼지 등 포유류의 도축 검사 수임과 브루셀라병 시료 채취까지 업무영역이 확대되면서 가축 전염병 6종(구제역, 소결핵, 브루셀라, 돼지열병, 오제스키, 뉴캣슬병)의 혈청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를 맡게 됐다.

돼지콜레라 방역을 목표로 했던 민간단체가 주요 가축 전염병의 시료 채취와 방역실태 점검은 물론 도축장에서의 위생검사까지 더해지는 등 조직에 비해 맡겨진 업무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것이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모래성에 큰 집을 지어 올린 것과 같다. 민간단체가 운영해온 조직에 가축 방역과 위생, 검역 등의 막중한 공익적 업무들을 비계획적으로 쌓아 올리는 등 불안정한 역피라미드형 구조속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용케도 여기까지 버텨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정원의 95.7%가 무기계약직인 기형적 구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가축 질병 예찰을 위한 시료 채취와 방역실태 점검 업무 ▲안전축산물 공급을 위한 도축장에서의 생체 및 지육, 내장검사 ▲축산농가의 상담과 예찰 업무 등 가축 방역과 축산물 위생의 핵심 업무가 집중되어 있다.

전국 각지에서 흩어져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9개 도 본부 45개 사무소가 조직되어 있지만, 방역본부 전체 정원의 95.7%는 무기계약직인 기형적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역본부 노조에 따르면 전체 정원 1274명 중 55명의 일반정규직을 제외하고 1219명이 무기계약직이다. 특히 가축 질병의 다발로 사업관리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현장 인력(방역직, 위생직, 예찰직)이 행정인력으로 대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현장 인력의 7.6% 수준으로 현장 인력의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방역사들의 현장 출장 중 10건 중 1건은 2인 1조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본부의 비정상적 운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방역본부의 직원 인건비가 국비(60%)와 지자체 보조(40%)로 운영되다 보니 곳곳에서 예산과 인력운영에 난맥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축 전염병 발생이 상시화하면서 현장 인력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지만, 지자체의 임금 보조라는 현실 때문에 도별로 배분된 인원의 타도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가축 전염병 발생지역의 방역사들은 만성적 인력 부족 속에 업무가 가중되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축 방역과 관련한 정부와 지자체, 관련 단체들의 주장과 목소리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방역사들은 업무에도 혼선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검역본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유사한 업무를 지시하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방역사들은 어떤 상황에선 방역관(지자체 소속)의 지시를, 어떤 상황에선 농식품부, 어떤 상황에선 방역본부 지시를 들어야 한다.

방역본부 노동자들은 “정부와 지자체, 방역본부의 중복된 업무를 통합하고 중앙정부가 통합적으로 지시, 지원하는 가축 방역시스템으로 전면 개선해야 한다”면서 “인건비의 지자체 보조를 없애고 국비 100% 예산 수립과 집행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축들의 질병 검사를 위해 체결중인 방역사들.

방역본부 만성적 인력 부족. 어떻길래?


국내 축산업의 전업화‧규모화로 가축 사육두수가 크게 늘며 방역사와 검사원들의 업무는 그야말로 폭증 상태다.

지난해 기준 한육우는 9만3640호 농가에서 355만 5011마리를 사육하는 등 사육 농가와 마릿수가 늘었고, 돼지 역시 5942 농가에서 1121만1656만 마리를 사육하며 더욱 규모화하고 있다. 도축 두수도 갈수록 늘면서 지난해 한육우와 젖소를 포함한 총 소 도축 두수는 92만9805마리, 돼지는 1823만7974마리로 역대 최대 작업 두수에 근접한 상태다.

예찰을 위한 시료 채취 등 방역업무와 도축장의 검사 마릿수가 늘면 인원이 보충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방역사와 검사원들은 상시 인력 부족으로 몇 사람의 일을 감당해내고 있다.

현재 방역본부에 소속된 방역사는 모두 496명, 검사원은 383명이 전부다.

1천여 명도 되지 않는 인원이 축산현장의 최전방에서 질병 발생의 위협으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고 안전한 축산물 공급을 위한 위생검사 등의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방역본부에 따르면 축산농가 방역 정보 시스템 등록 운영 농가는 20만8841호, 가축은 약 2억 3600만 두(수)로 방역사 단 한 명이 421호 농가의 가축 약 47만여 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방역사들의 고유 업무인 6대 질병의 시료 채취 사업으로도 업무가 마비될 정도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 요청까지 수행해야 하는 게 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40%의 인건비를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임금 구조의 모순 때문인데, 방역사들은 지난해 1만7298개소에서 150만여 건의 검사와 점검 업무를 수행했다.

2021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을 기점으로 방역사들의 업무 강도는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년간 이직한 방역사는 69명, 13.9%에 달한다.

도축장 검사원들 역시 격무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검사원들의 도축 검사 마릿수는 정해져 있지만, 최근 몇년간 도축 마릿수의 증가속에 업무 증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검사원 한 사람의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
도축장 검사원들 역시 격무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검사원들의 도축 검사 마릿수는 정해져 있지만, 최근 몇년간 도축 마릿수의 증가속에 업무 증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검사원 한 사람의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

이는 고용 노동통계 상용 노동자 이직률의 2.2%에 6배에 달하는 수치다.

도축장들의 검사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방역본부 소속 검사원 383명이 한해 전체 포유류 1760만여 두와 가금류 9억9천만 수를 검사한다. 검사원 한 사람의 1년에 포유류 4만5956두, 가금류 258만 두를 검사하고 있다.

해체 검사와 지육 검사, 시료 채취, 위생 점검을 맡은 검사원들의 업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 이표 확인을 통한 이력 관리, 축산물 안전관리를 위한 전산 업무, 축산물 이력위생관리까지 모두 이들의 몫이다.

한우와 돼지 도축 두수는 사육두수 증가로 예년에 비해 올해 큰 폭의 증가세가 전망되고 있지만, 정부와 방역본부의 검사원 수 확대는 계획되어 있지 않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일 도축 두수가 정해져 있어 법정 적정인원은 542명으로 현재 383명은 법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채 업무가 첩첩산중으로 쌓여가고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현장 인력의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1월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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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나라냐 2022-02-16 15:06:38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대우, 정상적인 기관 원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하나의 희극 2022-02-16 13:19:28
기관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서 인사비리, 성추행 등 징계 받은 문제 있는 일부 직원은 승진 배수 인원 충족되지 않아 일정 시기만 지나면 다 진급한다. 또 현상 유지만 하면 무조건 진급한다.
그 외의 직원들은 진급 자리도 없다.
위선 눈치 보기 바뿌고, 현상 유지만 하려고 하니 조직이 썩을대로 썩었다.
기관 평가 잘 받을 수 있게 최일선 직원들만 죽어라 쪼아대고, 기관평가 높으면 최일선 직원들은 밥 한덩이로 나눠먹고, 그 나물에 그 밥에 있는 직원들은 소고기 국에 생선구이로 배터지게 잘 먹는다.
이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현재 상황이다.
정부는 가축위생방역본부로 가축방역시스템 일원화 하라.

기관정상화 2022-02-15 20:36:47
공공기관직원들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이라는건 기관이 잘못운영되고 있다는겁니다

프리느로프리 2022-02-15 20:15:48
돈좀올려줘라 애둘키우다 굶어죽겠다

멋진인생 2022-02-15 19:39:30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돈을 더줘야한다는것이 이렇게 부당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