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현장르포 上] 흉흉해진 사과마을 "아들(아이들) 머리에 부스럼 난 것처럼 돼뿌따 아입니까"
[추적! 현장르포 上] 흉흉해진 사과마을 "아들(아이들) 머리에 부스럼 난 것처럼 돼뿌따 아입니까"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10.01 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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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경남 밀양)=박현욱 기자]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으로 진입하는 마을 어귀에 걸려있는 현수막.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으로 진입하는 마을 어귀에 걸려있는 현수막.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마을 분위기는 흉흉했다. 이웃 간 얼굴도 붉혔다. 수 십 년간 형님 아우 하던 막역한 사이가 한순간에 돌아섰다. 마을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다. 농약이 발단이 됐다. 이 마을의 한 농약방에서 500㎖ ‘이미녹타딘트리아세테이트(iminoctadine-triacetate)’ 성분이 함유된 1,743개의 농약이 445농가에게 팔리면서다. 이후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산내면과 주변지역에서 재배한 사과에 동녹현상이 발견됐다.
 

경남 밀양에서 동녹현상이 나타난 사과농장.
경남 밀양에서 동녹현상이 나타난 사과농장.

이 약을 처방한 농약처방사 A씨와 사과농민 간 갈등이 시작됐다. 동녹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다만 양 측 모두 ㈜경농에서 출시한 살균제 ‘미사일’을 의심했다. 보통 약제를 사용할 때 3~4가지 제품을 혼용하는데 유독 미사일을 혼용해 살포한 사과농장에서 동녹현상이 심하다는 게 이유였다. 농약 처방사 A씨는 “(23년 간 이곳에서 농약 판매를 했지만) 지금까지 (약제를 혼용해서) 그런 게(문제가 된 적) 없었다. 올해 (3~4가지 약제를 섞을 때) 미사일만 바꿨을(추가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A씨는 미사일을 판매할 때부터 미심쩍었다고 말한다. 미사일에 함유된 ‘이미녹타딘트리아세테이트’ 성분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성분이 함유된 타 회사 제품 ‘베푸란’, ‘만병탄’, ‘듀팩’ 이란 약제는 주의사항에 ‘사과의 꽃눈이 트는 시기 시작부터 낙화 후까지는 사용하지 마십시오’라고 표기돼 있다. ‘과피가 연약할 때는 동녹의 우려가 있으니 사과봉지를 벗긴 후 바로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도 있다. 올해 밀양지역에서 꽃눈이 만개한 시기는 4월 20~25일 경. 4월 하순이면 이들 제품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농약방에서도 권하지 않는다.

"내가 경농 농약영업사원에게 다섯번이나 물어봤오. (미사일을) 지금(4월 하순) 써도 되냐고..."
 

경농의 미사일 액상수화제 홍보 책자.
경농의 미사일 액상수화제 홍보 책자.

농약처방사이자 농약방을 운영하는 A씨의 목소리가 커졌다. 직접 농약 정보가 나열된 농약 안내책자를 가져와 읽었다. 목소리는 떨렸다. 미사일 홍보 책자에는 '과수 개화기 및 신엽전개기 사용을 원하는 농가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과수 초기에 적용이 가능하며, 작물 안전성이 매우 우수합니다’라는 글귀도 기재돼 있었다.

책자를 보면서 설명하고 있는 농약처방사 A씨.
책자를 보면서 설명하고 있는 농약처방사 A씨.

“보소. 작물보호협회 책자도 보이소. 이건 농촌진흥청에 (농약을) 등록할 때 나오는 책잡니더. 문제없죠. (약제) 치지마라 그런 말 있습니까. 이 시기(4월 하순)에 (미사일을) 써도 문제없다는 ‘사실확인서’까지 경농 영업사원에게 받아놨어요.”

A씨는 억울했다. 사실 ‘미사일’이란 제품이 동녹현상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 없지만 전문가가 아닌 농가의 눈으로는 정황상 피해 원인으로 지목될 증거가 다분했다. 농가들은 농약을 판매한 A씨에게 일정부분 책임을 돌렸다. 또한 농민들은 경농에 진상규명도 요구했다. 경농에서 2차례 피해를 확인할 직원이 파견됐다.

경농에서는 “피해는 안타깝지만 미사일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사안”이며 “내년 같은 기간 재현시험 후 경농의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경농) 영업사원이 된다케서(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한기고 (경농) 연구소에서도 (혼용해서 쓰는 거에 대해) 흔들어서 쓰면 문제가 없다 켔죠. 억울해 죽을 지경입니더. 그래도 약이 나갔으니 (저에게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생각했지 않겠습니까.”

A씨는 농가들이 경농을 상대로 집회할 때 소요되는 비용까지 자신이 보탰다. 집회가 계속되자 비용만 수 천 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더 이상 경제적으로 힘에 부쳐 비용을 댈 수 없었다. 농민들과 또 다시 갈등이 생겼다. 농약을 판매하면서 쌓았던 수 십년간의 신뢰는 이렇게 허물어졌다.

"잘 키우려고 비싼 농약을 쳤더만 사과밭에 가보면 아들(아이들) 머리에 부스럼 난 것처럼 돼뿌따 아입니까. 앞으로 어떻게 장사할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