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안정·수급조절 담당할 민간전문조직의 필요성
한우 가격안정·수급조절 담당할 민간전문조직의 필요성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3.09 10:10
  • 호수 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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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2020년과 2021년은 한우산업에 새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거리두기룰 시작으로 한우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4월부터 풀리기 시작한 재난지원금과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에 따른 소득효과로 한우 도매가격은 사상 첫 2만원을 돌파하였고, 한우 가격의 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은 비켜나가게 된다. 2021년은 2020년 대비 공급량이 더 늘었음에도 한우 가격 강세가 이어졌고, 연중 2만원대를 유지하며 대호황을 이어갔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2020년부터 이어진 한우 대호황은 당초 예상됐던 가격 조정 시기를 2년이나 미뤄지게 했고 그사이 사육두수는 더욱 많아져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다. 2022년 설을 앞두고 지금이 마지막 고점이라는 생각에 출하가 몰리면서 한우 가격은 대목인 설을 앞두고 일시 조정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자들과 여러 경제연구소에서 미래전망을 하지만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많다. 하지만 인구은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일 정도로 정확하다. 인구데이터는 태어난 숫자가 정확하고, 통계적으로 평균 사망률, 여성들의 평균 출산율 등의 거대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10년 뒤, 20년 뒤의 인구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이력추적제가 시행되고 있는 한우도 마찬가지다. 가격 전망, 수요전망은 여러 변수로 인해 전망이 부정확할 수 있는데 공급 전망은 매우 정확해 수급조절 사업은 공급 전망에 기초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한우수급조절을 위한 위원회가 꾸려져 운영되어왔지만, 예산, 조직 등이 없어 수급조절사업을 끌고 나갈 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우수급조절을 위한 위원회가 꾸려져 운영되어왔지만, 예산, 조직 등이 없어 수급조절사업을 끌고 나갈 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수급조절 사업 시행 난망

전국한우협회는 쇠고기 이력제 자료를 근거로 2018년부터 상시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미경산우비육 지원사업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한우 가격이 높다고 판단한 정부는 1만두 규모의 소규모 사업의 시행도 사실상 막아서다가 2019년 하반기에 가서 사업이 시행된다.

자조금의 수급조절 기금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별도로 예산을 확보하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신속한 집행이 가능했음에도 정부가 수급조절 사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뒤늦게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2020년은 한우 사육두수가 300만 두를 돌파하는 등 향후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지표가 여럿 나왔지만,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 2019년보다 더 높게 가격이 형성되자 정부는 미경산우비육 지원사업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사업 시행을 불허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21년이다. 평균 가격이 2만원대 형성할 정도로 한우업계는 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면서도 늘어난 사육두수로 정부도, 양축농가도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를 바로 보여주는 사례가 2020년 4월에 있었는데 당시 농촌경제연구원은 한우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입식 자제가 필요하다는 관측 자료를 발표하였다.

전국한우협회는 농경연의 관측 자료를 농가들에게 전파하였는데, 협회가 한우 가격 하락을 조장한다며 엄청난 항의를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농가들 상당수가 곧 도래할 불황을 이미 걱정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사례다.

 

수급조절 사업 어디까지 왔나

2021년 한우 사육두수가 위험 수치에 도달하자 갑자기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미경산우비육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경산우도 비육해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며, 해당 사업을 농협이 추진하게 되었다.

사실 2021년 한우 큰 소 가격 상승으로 송아지가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번식 농가들이 암소 비육보다는 한 번이라도 송아지를 더 생산하는 쪽으로 계속 의사결정을 해왔기 때문에 과연 정부가 추진하자고 한 경산우 비육 사업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농협은 2만 두를 목표로 2021년 하반기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저 능력 경산우 비육 지원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다시 사업 기간을 2022년 1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농협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농협은 총 1만4,500두가 사업대상에 최종선정된 상황이다.

전국한우협회의 2019년 미경산우비육 지원사업은 1만두 목표 대비 9,888두 달성, 2021년 2만두 목표 대비 1만8,500두를 사업에 참여시켰다. 농협경제지주도 2만두 목표 대비 2022년 1월 28일 현재 1만4,500두를 달성한 상황이다.

비육 지원사업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이유는 엄격한 사업대상 때문이다. 정부는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계속 내세워, 사업대상도 번식농가와 일관사육농가로 제한하였고, 여러 조건을 내세우다 농가도 자기가 사육하는 소 중 어떤 것이 대상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수급조절 사업은 목표로 하는 기간 안에 목표로 하는 물량을 줄이는 게 핵심인데, 수급조절 사업의 조건이 까다롭고 복잡하게 설계해 벌어진 결과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우협회는 목표 대비 90%를 달성하기는 하였지만 2020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뼈아픈 상황이다.

첫해부터 매년 2만 두씩 비육 지원사업을 진행하였다면, 2022년까지 최대 21만두, 2023년까지는 32만 두의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21년 6만두, 2022년 9만두, 2023년에는 11만 두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2024년에는 약 14만 두를 상회하는 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9년~2022년까지 매년 2만두 비육을 했을 때 가정)

농협이 한우자조금사업 일환으로 실시 중인 저능력 경산우 비육지원사업 안내

 

사업 추진 동력

정부와 한우업계는 2011~2014년 한우 파동을 겪으면서 10년 주기로 발생하는 공급과잉 현상을 막기 위해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의 필요성을 공유한 바 있다. 이미 연구용역을 통해 사육두수별 행동 요령에 대한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가격이 좋다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다가 해당 매뉴얼은 폐기되었다. 정부의 재량이 어떤 문제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재량은 시스템 자체를 흔들 수 있어 사실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

수급조절 매뉴얼과 함께 가장 필요한 것은 수급조절 수단을 갖추는 일이다.

한우는 다른 가축에 비해 번식 속도가 느려서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지만 반대로 수급조절 사업을 하더라도 급격히 공급량을 줄일 수 없다. 2000년~2001년 한우 사육두수가 바닥을 찍은 이후 공급과잉 위험 수치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렸고 2011년 한우 가격 폭락에 강력한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했지만 폭락한 가격이 정상화되는 데 5년의 세월이 걸렸다. 즉 단기적 변수에 일희일비하며 대응을 주저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며 가격이 좋은 호황기에도 수급조절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동력이란 수급조절을 선제적으로 해야지만 하는 상황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농가들은 손실을 보지만 정부나 다른 주체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 만약 한우 가격 하락이 농가뿐만 아니라 정부에게도 부담이 된다면 정부도 가격 하락에 대비한 행동을 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송아지안정제인데 공급과잉으로 송아지가격이 폭락하면 안정 기금이 지급되고 거기에는 정부도 일정 비율 보조를 해야 하므로 송아지안정제가 발동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게 한우 수급을 관리할 명분과 동력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2011년 이후 사실상 송아지안정제가 발동되지 않도록 기준을 바꾸면서 농가들의 가입율이 떨어졌고, 2021년 이후 도래할 공급과잉 상황에 적극적으로 나설 명분, 즉 동력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격안정 수급조절 전담 기구 필요

결국 매뉴얼, 수단, 명분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이 모든 게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행할 기관의 부재는 수급조절 사업이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아닌 정부의 재량이나 농가들의 요구에 의해 시행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수급조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지만, 이를 감당할 공적 기구가 없어 실제 수급조절 사업을 진행하기까지 의사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금이야 2018년부터 전국한우협회 등이 지속적으로 수급조절 사업을 하자고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선제적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지만, 2011년 한우 가격 폭락 당시는 선제적 조치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현재 농협과 전국한우협회가 수급조절을 맡아 하고 있지만, 수급조절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단발적 사업밖에 할 수 없어 전문 기구의 설립은 필수적이다.

 

가칭 한우안정공제조합 설립

현재 전국한우협회는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사업과 함께 송아지안정제의 개편과 더불어 비육우안정제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제는 공급 문제로 가격 변동이 한번 일어나면 4~5년 추세대로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수 있어 정부는 계속해서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한우 가격안정 프로그램과 수급조절 프로그램을 결합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을 설립해 되도록 가격 하락으로 인한 위험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다.

송아지안정제와 비육우안정제는 가격이 하락하였을 때 농가에 경영비나 생산비 중 일부를 보조해 주는 사업이지만 실제 가격이 하락해 기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안정제 사무를 담당하는 조직도 보조금을 받는 농가도 원하지 않는다.

만약 공제조합이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비만을 지급만 하는 조직이라면 여러 이유로 지급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2012년 송아지안정제 개악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고, FTA피해보전직불제도 수입 기여도라는 것을 갑자기 만들어 지급액을 낮춘 일이 있다.

그래서 필요한 기능이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선제적 수급조절이며 해당 조치 또한 한우공제조합에서 담당하게 함으로써 가격 하락으로 기금이 소진되는 일을 조합이 선제적으로 막을 명분 즉 동력이 만들어지게 된다.

자동차보험회사들은 손해보험협회라는 것을 만들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교통안전캠페인, 교통안전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보완, 연구사업과 제도개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고율이 높아지면 보험사가 지불해야 하는 보험금이 늘어나니 어떻게 해서든 사고율을 낮추는게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사고율이 높은 영업용 자동차는 일반손해보험회사에서 가입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공제조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화물운송자동차공제조합, 개인택시공제조합, 법인택시공제조합, 전국버스공제조합, 전세버스공제조합 등이 있으며, 이들 공제조합은 사고에 따른 보상업무와 함께 사고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칭 한우안정공제 운영 방식

한우안정공제는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만큼, 모든 한우농가가 의무가입을 하도록 해야 한다.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만 회피할 요량이라면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가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도 되지만, 수급조절업무 수행에 따른 과실을 미가입 농가가 함께 누리기 때문에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차단하려는 방안이다. 자동차 운행 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물손실을 입힐 경우,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자동차 책임보험도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는데 같은 원리로 한우 가격안정을 위한 공제상품 가입도 의무화가 필요하다.

송아지안정제를 비롯한 농축산분야 보험, 공제 등의 가입에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한우안정공제도 농가가 40% 부담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30%씩 분담하거나, 농가가 50% 분담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25%씩 분담해 농가의 공제 가입에 따른 부담을 낮춰져야 한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우가격 하락으로 공제금 지급이 시작되면 기금이 부실화될 수 있는데, 조성된 기금만으로 대응이 어려우면 정부가 초과분에 대해 보조해 주거나, 재보험 가입을 통해 부실화를 막는 방안 등 여러 안전장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신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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