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숨긴 기업자본 한우도 넘볼까?
이빨 숨긴 기업자본 한우도 넘볼까?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7.12.28 12: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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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자조금, 관련 연구용역 결과 발표
기업자본 한우산업 점유율 “약 2.8%”
농민 ‘위기’ 반사효과 기업자본 ‘기회’
대기업, 육계-양돈-한우산업 순 군침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업자본의 한우 사육업 진출에 대한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업자본의 한우산업 점유율은 약 2.8% 수준으로 육계(약 93%)와 양돈(약 22%)에 비해 수치는 낮지만 ‘한우산업은 기업이 진출하기 힘든 구조’라는 세간의 예상을 깬 결과여서 주목된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는 12월 26일 ‘대기업 한우산업 진출 현황 조사 및 대응방안 수립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법인과 협동조합법인은 각각 3만6,786두, 3만2,462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당 사육두수는 기업 2,830두, 협동조합 854두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한우사육두수인 251만519두(‘17. 3월 기준)의 약 2.8% 수준이다.

기업 및 협동조합의 한우사육 투자 현황(출처=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기업 및 협동조합의 한우사육 투자 현황(출처=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육계산업 반복된 위기, 계열화 참여율 ↑
기업비중 ↑, 수급조절 비협조 가능성 커

연구소는 기업자본이 축산업에 진입하는 기회는 가격폭락, 사료가격 폭등 등 농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촉발된다고 진단했다. 육계산업의 경우 1997년의 외환위기, 2003년의 AI 사태 등으로 육계 농가들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안정적인 보수를 제공하는 계열화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육계산업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배합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치솟자 또 다시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계열화율이 90%를 돌파하게 됐다.

문제는 기업의 사육부문 비중이 높아지면서 촉발되는 문제다. 보통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농가가 수급조절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만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낮기 때문에 수급조절에 비협조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육계산업에서처럼 수급조절 문제는 일반사육농가와 기업 간의 분쟁발생 요인이 되고 있다.

연구소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15~30% 수준을 기업이 점유하고, 위기가 반복될 경우 수급조절에 비협조적인 기업들로 인해 가격이 하락해 농가들은 폐업을 하거나 위탁사육농가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사육환경 다른 한우, 기업 진입할 수 있나
영업환경 악화로 배합사료기업 의향 높아

연구소는 기업자본의 한우산업 진출 가능성에 대해 높진 않지만 다양한 형태로의 진입 시도가 포착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H그룹의 한우 유통자회사와 배합사료 관련 자회사의 위탁사육 현황이 처음 밝혀졌고 C그룹의 배합사료 부문에서도 2017년부터 사육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연구소는 특히 배합사료 업체의 사육업 진입의향이 2010년도부터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2000년대 축산농가의 조직화와 농장의 규모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배합사료업체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2016년 10월 배합사료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30%가 수직계열화(사육업진출)를 추진 중이라고 답했고 배합사료 회사 직원들도 60% 가량이 사육업 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미국의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의 축산 패커들은 1950년대 육계, 1990년대 양돈, 2000년대 중후반 비육우 순으로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축산업도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축산업의 기업자본 진출은 1990년대 육계, 2000년도 오리, 2000년 후반 양돈 순이다. 다만 연구소는 한우의 경우 육계와 같은 방식은 농가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농축협이 주로 실시하고 있는 브랜드사업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우거래플랫폼을 통한 한우거래 방법.(출처=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한우거래플랫폼을 통한 한우거래 방법.(출처=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생산자 중심 전후방 산업 통합 '이상적'
기업부담 높이는 다각도 안전장치 강구해야

연구소는 기업자본의 사육업 진출을 막기 위해 폰테라나 데니쉬크라운과 같이 생산자 협동조합이 농가의 조직화와 함께 전후방 산업을 통합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ICT를 활용한 방안을 제시했다.

한우거래플랫폼을 통해 기업과 협력하지 않아도 가축사육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플랫폼은 온라인으로 송아지를 상장하고 비육우를 선물구매 하는 방식이다. 이곳에서 판매되지 않은 소는 일정한 시기 인근 가축시장이나 축산물공판장에 자동출하 신청이 되도록 하고 다양한 수요자들이 구매플레이어로 활동할 수 있다. 이 방식은 플랫폼을 통해 농가와 전후방 산업을 통합하는 효과를 내는 게 골자다.

연구소는 또한 타산업에서 활용중인 제도를 활용해 기업자본의 사육업 진입을 적절히 규제할 것을 제안했다. 가맹사업법, 보험법, 방송법, 동반성장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참고해 새로운 규제를 마련하고 기업자본의 세금 감면 혜택 제한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공급과잉 시 수급조절문제, 농가와 계열주체와의 수수료와 인센티브 책정, 분쟁발생 시 조정 등의 업무에 농민들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함은 물론 송아지생산안정제 개선과 비육우안정제 등 소득안정제도를 도입해 농가들이 한우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업이 한우산업 진출 시 강구할만한 단계적 규제방안. 연구소는 시장 상황에 따른 규제 방안을 통해 기업자본의 사육업 진출을 방어하는 다각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료=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기업이 한우산업 진출 시 강구할만한 단계적 규제방안. 연구소는 시장 상황에 따른 규제 방안을 통해 기업자본의 사육업 진출을 방어하는 다각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료=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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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실종시대 2017-12-28 19:18:04
기업자본이 사육업참여를 불편하게 하고 농가들이 사육업에 계속 투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