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 소용돌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 소용돌이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4.28 12:18
  • 호수 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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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격 전년 평균보다 최대 60% 급등
생산비 폭등에 축산업 가장 큰 영향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곡물과 원자재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이미 곡물 가격은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배합사료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사료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2~3월 국제 곡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30~60% 상승하면서 배합사료 가격 추가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세계 곡창지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고교 세계지리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주요 곡물 생산국가 중 하나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곡창지대는 식량빈국들의 생명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해외시장 동향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29%, 옥수수의 19%, 주요 종실유 원재료인 해바라기씨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러시아는 화학비료의 원료인 질소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어서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곡물 공급망에 큰 충격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월보에서도 관련한 내용을 다뤘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 주요 생산 및 수출국으로 2021/22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14%(러시아 9.7%, 우크라이나 4.3%), 세계 수출량의 28.5%(러시아 16.9%, 우크라이나 11.6%)를 차지하고, 옥수수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주요 수출국으로 2021/22년 기준 세계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이나, 수출량은 16.4%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농무부 FAS가 2202년 3월 9일에 발행한 Grain: World Markets and Trade에서는 세계 밀 수출시장에서 우크라이나는 10%, 러시아는 16%를 점유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료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옥수수의 경우는 우크라이나 14%, 러시아가 2%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쟁에서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전투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 파종면적이 평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수출이 중단되어서뿐만 아니라 전쟁이 상반기 중 끝이 나더라도 그 영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자재 수출길이 막히면서 두 나라의 전쟁에 따른 곡물 공급망 교란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전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어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인력난과 물류난이 겹치면서 곡물 가격이 1년 넘게 강세를 보이고 있었고, 조사료의 수입마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충격은 올해 2분기부터 서서히 풀릴 것으로 전망되어 온 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미국 선물 시장 동향

미국 선물시장 품목별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3월 21~25일까지 일주일간 밀(HRW) 평균 가격이 407달러/톤으로 2월 평균 306달러보다 101달러 상승했고 2021년 평균 204달러 대비해서는 203달러가 상승했다. 전월 대비 25%, 전년 평균 대비 62% 상승한 것이다.

배합사료 주요 원료 곡물인 옥수수도 상황이 심각하다. 밀에 비해서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지난 2월 대비 16%, 전년 평균 대비해서 30%나 상승한 297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대두박은 2월 대비 8%, 전년 평균 대비 26%가 상승한 533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해 곡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상황이어서 이번 곡물 가격이 장기간 계속되면 생산비 폭증에 따른 위기 상황이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곡물 생산량으로 밀은 4회, 보리 2위, 호밀 2위 귀리 2위, 수수 4위 등으로 높아서 그 충격은 옥수수와 밀 뿐만 아니라 여러 품목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밀 가격은 톤당 400달러를 초과하면서 2007/08년 ’식량 가격 위기‘보다 더 높은 상승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그림3). 특히 밀의 경우 현재 상황은 전쟁 반발 이전에도 낮은 재고와 높은 가격으로 강세를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번 전쟁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는 화학비료의 주요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비료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농업생산성에 영향을 주어 곡물 시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로부터 수출 중단에 따른 영향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는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양하다. 지정학적 위치상 이 두 나라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국가 모두와 인접해 있어 미국, 호주, 남미 국가들에 비해 지리적으로 유리한면이 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들의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그림4>와 같이 유럽에는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수입 비중이 높고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와 튀니지,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가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에 20% 내외의 의존도를 보인 나라가 다수인 반면 러시아로부터 곡물을 수입하는 나라 중 러시아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나라가 여럿 있다.

터키는 60%에 육박하는 곡물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10% 내외인점을 감안할 때 터키의 곡물수급에 빨간불이 켜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젠은 90%를 넘는 물량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고, 수단 50%, 파키스탄과 이집트도 40%에 육박하는 곡물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식량빈국들이 수입선을 타국으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 급등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식량자급률에 따른 희비 교차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낮지만 식량자급률이 낮아 국제 곡물 가격의 오름세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는 재앙이지만 식량자급률이 높은 국가와 수출국에 있어서는 매우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을 거의 하지 않았던 인도가 밀과 옥수수 수출에 나설 정도로 실제 곡물을 쥐고 있는 나라들은 이번 국제 위기를 발판삼아 큰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 빈국의 경우 급격한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특히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의 경우 식량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으면서 폭등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 곡물 가격이 치솟고 공급이 불안전해 지면서 사회불안이 전 세계를 강타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주식인 쌀의 자급률을 90% 대로 높게 유지하면서 밀 등 다른 곡물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손실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EU는 식량안보 전면에 내세우며 농업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결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국가 식량자급률이 100% 내외의 높은 식량자급율을 보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 곡물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우리 축산농가와 달리 EU는 축산업계는 양분총량제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사료작물을 직접 재배해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서 곡물 가격 상승의 영향은 받겠지만 그 영향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식량산업, 농업을 안보측면에서 접근해 육성해야 한다는 이유가 식량자급률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먼 타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식량의 조달이 자국이 아닌 수출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식료품 물가 인상 압박

곡물 가격 상승은 빵과 라면, 전분당 등 밀과 옥수수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료품 가격을 끌어 올릴 전망이다.

해바라기유 주 공급지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대체제인 팜유, 대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치킨가계들의 순익을 크게 갉아먹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린다.

축산업계는 이미 지난해오 올해 1분기까지 40% 가까이 가격이 상승하였고, 2008년 에그플레이션 상황에 도달해 있다.

2분기말 또는 3분기 초 다시 사료가격이 인상될 경우 축산농가들의 생산비 인상에 따른 경영불안이 가중되면서 이후 축산물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 돼지의 경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아쉬운 대목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곡물 수입업체에 대한 지원이 있기는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식량자급률이 낮아 플랜B도 없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사료가격 폭등 위기 속 정권 교체

아쉬운 대목은 정부의 대응이다. 생산비 폭등으로 양축농가들의 고통 받고 있지만, 이에 대응한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경종 농업 부문은 비료가격 폭등을 감안해 올해 비료 가격 인상분의 80%를 정부가 지원해 주고 있으나 사료 가격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2008년 곡물 가격 급등 당시 정부는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조5천억원의 농가 특별사료구매자금을 1% 금리로 지원하고, 배합사료회사들이 유리한 조건에 원료곡물을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 놓은바 있다.

2008년 사례가 있는 만큼 현 정부와 새정부 인수위에 생산비 폭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3~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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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 2022-04-29 15:42:37
이런 전쟁으로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게 식량을 수입하던 나라들이 피해를 입게된것이 안타깜고, 더이상의 피해 없이 전쟁이 빠르게 끝나서 우크라이나가 다시 식량을 수출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