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산업을 위한 변명
육계산업을 위한 변명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4.29 10:41
  • 호수 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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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가격 안정 위한 수급조절 헌법 가치이자 국가의 책무
공정위, 과징금 부과 조치는 관련법 무시한 과도한 조치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닭고기 16개 사업자에 12년간 담합을 하였다며, 1758억 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초기 시작된 이 담합 관련 조사는 정권말 전격적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농축수산물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결과여서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번 사안이 어떻게 결정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농수산물의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책무

헌법 123조 ③항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헌법 조항을 근거로 1976년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이하 농안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률은 “농수산물의 유통의 원활을 기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농안법 제1조에 기술되어 있다.

특히 투명한 가격 발견 및 형성 거래안정성 등을 위해 농안법 제정 이후 전국에 농축수산물 도매시장이 개설되면서 주요 농축수산물의 기준가격이 만들어지는 대 변화가 1980년대 구축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당시 육계와 계란 등 양계산물의 경우 가격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은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지금과 같은 가격 담합 논란이 벌어지는 단초가 된다.

축산물의 경우 축산법에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한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다. 축산법 제1조(목적)에 따르면 축산법은 “가축의 개량ㆍ증식, 축산환경 개선, 축산업의 구조개선,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ㆍ가격안정 및 유통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축산업을 발전시키고 축산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키며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 농안법과 축산법의 정신은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농축산물의 수급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책무가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닭고기 16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은 헌법 정신과 관련법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육계농가 소득안정을 위한 축산계열화사업

국내 육계산업은 1980년대 본격화되었다. 1970년대까지 육계는 양계산업이라 하여 산란계의 부산물 같은 위치에 있다가 전용 육계 품종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육계산업으로 분리가 된다.

문제는 과거 산란계 사육마릿수에 종속되어 있어 급격한 공급 증가 등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여지가 별로 없었는데, 별도의 산업으로 분리가 되면서 육계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소나 돼지에 비교해 육계는 사육주기도 짧아서 1~2개월 사이에 육계 공급이 크게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그 때문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농가들의 피해가 계속해 발생했다.

1980년대 후반에 와서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축산계열화사업자와의 계약사육이었다. 계열화 사업자가 병아리를 농가에 위탁하고 필요한 원자재를 공급하면 농가는 병아리를 사육해 다시 계열화사업자에게 출하하게 된다. 계열화사업자는 농가에 지급할 육계가격에서 비용을 제하고 농가에 사육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지급되는 사육 보수는 고정된 가격으로 책정되면서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농가는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게 되었다.

정부는 1990년대 계열화사업자 육성을 위한 산업 정책을 실시하였고, 투융자사업을 단행해 계열화사업자를 선정 지원하였다. 2000년대 이러한 계약사육 방식은 전체 육계생산의 80%를 점유하면서 표준화된 경영방식으로 정착되게 된다.

이 방식은 계열화 사업자에게도 이익이 있는데 육계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원가(원자재+농가 보수)에 닭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 당시 도계장들이 처리할 닭을 확보하는 게 어려웠는데, 처리할 닭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이익이 발생하였다.

즉 농가는 가격 하락 위험을 회피하고, 계열화 사업자는 가격 상승의 위험을 회피하고, 유통할 닭을 미리 확보해 불확실성까지 제거가 가능한 모델이었다.

정부에게도 이익이 발생하였는데 육계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한 수급조절이나 가격안정을 위한 별도의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 해소되지 않은 위험

이후에도 닭고기 가격은 계속해서 변동하였으나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위탁사육을 희망하는 농가들이 늘어났다. 문제는 계열화사육 비중이 80%를 넘어서면서는 다시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농가들은 가격이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면 병아리의 입식을 조절하며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기업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와 사업계획에 따라 닭을 입식하기 때문에 불황이라고 사육마릿수를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는다. 또한 기업은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육마릿수를 상향하기 때문에 소비가 계속해서 증가하거나 경쟁업체가 경영난을 해소하지 못해 폐업하지 않는 이상 공급과잉 상황이 해소되지 않게 된다.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육계농가들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축산계열화사업 도입 초기 목표는 달성하였으나 육계계열화업체들의 경우는 생산원가(종계사육비+부화비+육계사육비+사료비+도계비+기타비용)에 못 미치는 가격 형성으로 2~3년에 한 번씩 계열회사들이 도산하는 일이 반복해 일어났다.

여기에 계열회사의 경영 불안은 육계 농가들의 경영 불안으로 이어졌다. 농가들의 사육 보수가 물가 인상, 인건비 인상에 맞게 조정해주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유가 좀처럼 발생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농가와 계열 주체와의 갈등으로 이어져 십수 년간 계열 주체와 농가들이 충돌하는 원인이 되었다.

계열업체, 위탁사육농가 모두 낮은 마진 때문에 개미지옥 같은 상황을 보내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적정한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서 국내 육계 산업은 몇몇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게 된다.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수급조절, 정부의 역할과 계열 주체의 역할

축산물의 수급불균형과 가격 불안은 다른 품목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2000년을 전후하여 정부는 축산법 개정을 통해 그동안 정부가 담당했던 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제도들을 폐지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공급과잉으로 경영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해 발생하게 된다.

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의 재량에 따라 실시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원인이 되었다. 가격이 하락하거나 공급이 과잉되어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자협회들은 수급조절 사업 필요성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하고 정부가 마지 못해 수급조절에 협조하는 방식이다.

수급조절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목표 등은 정하지만 경영 주체들의 선택에 의해서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부작용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러한 가운데 육계의 경우 수급조절 과정에서 생산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계열 주체들의 역할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사육되고 있는 대부분의 육계는 농가와 계열 주체의 계약에 의해 사육되기 때문에 계약된 물량을 조절하는 데 계열 주체의 의사가 당연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타 축종의 수급조절이 개별 사육 농가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면, 육계는 육계 농가나 종계 농가가 아닌 계열 주체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특수한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생산량 조절을 통해 육계 업계가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처럼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담합의 효과가 있었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목한 기간 육계 업체들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닭고기 관련 상장사의 결산 공시자료를 2011~2017년까지 살펴보았다.

국내 닭고기 시장점유율 1위의 하림을 보면 7년간 영업이익이 0.63%로 1%가 되지 않는다. 마니커는 –2%로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체리부로 0.73%에 불과하다.

닭고기 대표기업 하림의 영업이익률이 1%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경쟁 관계에 있는 대부분의 업체가 1% 미만의 매우 낮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 높은 이익을 보겠다고 닭고기 가격을 높였다가는 하림에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닭고기 사육공급량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7년 사육 마릿수가 2016년에 비해 크기 줄어드는데 이는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종계가 큰 피해를 본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야기처럼 닭고기 회사들이 12년간 꾸준히 담합을 하여왔다면 최소한 영업이익이 평균 1~3% 수준에서 유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1%도 되지 않는 낮은 영업이익률은 닭고기 시장이 현실적으로 담합이 불가능한 시장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종계 사육수수를 줄이기로 담합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경쟁업체가 종계를 얼마나 사육하고 있고 줄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담합을 하기 위해서는 합의 사항을 어기는 이탈자에 대한 징벌이 가능해야 하는데, 어떠한 불이익도 줄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남이 줄일 때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면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기에 설사 협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지켜지기 힘든 게 현재의 육계 시장이다.

닭은 30~35일간 사육해 출하하지만, 종계는 거의 매일 한개씩 종란을 생산을 한다. 한번 공급이 과잉되면 덤핑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재고를 보유하는 것보다 싸게라도 밀어내는 것이 유통기한이 어떤 축산물보다 짧은 닭고기의 숙명이다.

농식품부 잘못 시인…. 수급조절 법제화 추진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닭고기 업체 담합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데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가장 큰 이유이다.

농식품부장관 훈령으로 수급조절협의회까지 공식적으로 운영해온 정부가 막상 수급조절을 위한 육계계열화업체들의 집행 과정에 대해서는 육계의 특수성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에 공정위의 이 같은 결론이 가능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잘못을 인지하고, 축산법을 개정해 2021년부터는 수급조절위원회의 운영을 법제화하기에 이른다.

농식품부가 장관 재량으로 운영해온 수급조절위원회와 수급조절 사업을 뒤늦게 법제화했다는 이야기는 육계의 공정위 담합 관련 조사가 주된 이유이며 농식품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육계업계는 2006년 한차례 공정위 조사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었다. 당시는 2003년 국내에 처음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였던 때로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공포감에 치킨 판매가 중단되다시피 하였고, 치킨점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던 때이다.
당시 정부는 수급조절위원회를 급하게 조직하여 수급조절 사업을 단행하였는데 이를 닭고기 가격 지지를 위한 담합으로 몰아세운바 있다.

수급조절 사업 헌법 정신 구현을 위한 제도화 필요

농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사업은 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필수적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헌법에 이를 명시하여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정법으로 구현해야 하는 정부는 축산물 시장 변화에 맞게 제도를 다듬지 않으면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닭고기 가격은 십수 년째 2,000원대 내외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도 담합으로 닭고기 가격이 인상되어 치킨값이 2만원을 넘어서는 것처럼 오해까지 받고 있다.

축산법 개정으로 수급조절 사업이 명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육계 부문은 이번 공정위의 담합 결론으로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이라도 농식품부는 학계, 공정위와 소통을 통해 계열화된 품목의 수급조절 사업 시행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급조절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이 육계 농가, 종계 농가에 환원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헌법, 농안법, 축산법 모두 수급조절 사업의 목적을 농가의 소득증대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20여 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닭고기 시장은 3~4개의 업체가 지배하는 독점적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다. 시세 조정은 어렵고 위험한 담합이라는 행위가 아닌 이들의 경영 판단에 의해 쉽게 이뤄지게 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를 보호한다며 금하는 수급조절 사업이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장기적으로 저해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3~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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