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대표 도축장으로 우뚝...'포크빌축산물공판장'의 성공 배경은
중부권 대표 도축장으로 우뚝...'포크빌축산물공판장'의 성공 배경은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5.02 08:50
  • 호수 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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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도축 설비‧기술 접목 축산물 품질 ‘호평’

핵심 축산 인프라 확보 통해 ‘협동조합형 패커’ 완성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축산 선진국인 유럽(EU)의 육류산업은 도축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생산자 조합이 도축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품질을 관리하고, 출하된 가축 관련 정보를 농가로 전달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산업이 발전되어왔다.

반면, 우리의 경우 양돈조합에서 사육과 육종, 도축과 가공을 모두 아우르는 사례가 있었지만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아 시장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을 통한 ‘도축장의 현대화‧규모화’ 대책을 수립, 추진해 왔다. 위생과 시설부문의 투자 여력이 없는 영세한 도축장들을 통폐합시켜 규모화하고 시설을 현대화함으로써 생산성은 올리고, 위생 수준을 높여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정부의 도축장 구조조정과 통폐합 및 지원사업은 양돈농협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형 패커’로 완성되며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최신 설비를 갖춘 규모 있는 도축장에서의 작업과 시장점유율 확대는 국내 축산업의 신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축산업 1번지 충남을 기반으로 2020년 7월 개장, 도축업계의 시장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대전충남양돈농협(조합장 이제만) 포크빌공판장을 찾았다.

 

포크빌공판장의 외부 전경. 공판장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도축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청결하며 냄새가 나지 않는다.
포크빌공판장의 외부 전경. 공판장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도축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청결하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국내 축산업계 새로운 ‘기준’이 되다

‘축산유통의 미래, 축산물의 기준을 세우다’

포크빌공판장 입구 비석에 새겨진 문구이다.

농가들엔 안정적 판로확보를 통해 적절한 소득을 보장해주고, 소비자들에겐 위생적이고 안전한 축산물 공급으로 업계의 기준이 되겠다는 것이다.

포크빌공판장 앞에 새겨진 ‘P’는 PORKVILL의 심볼 P를 따온 것으로 P의 포인트 1은 도축부터 유통까지를 하나로 통합한 포크빌의 종합 유통시스템과 최상의 서비스, 최상의 제품만을 공급한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충실한 가교 역할을 표방하며 문을 연 포크빌공판장이 개장 2년 만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포크빌은 지난해 소 4만469두, 돼지 63만9667두를 작업해 소는 전국 8위, 돼지 물량은 3위에 랭크되며 양돈농협을 중심으로 한 도축 시장 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크빌의 이러한 성장세는 농협음성공판장에 집중된 소 출하 물량 쏠림에 따른 시장의 과열 경쟁을 완화하는 한편, 민간 기업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돼지 도축 시장에서도 협동조합의 견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크빌공판장의 경매장 모습. 이제만 조합장은 중매인과도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중매인의 판매역량을 최대한 지원하되, 일정기간 이상 판매실적이 없는 중매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역량있는 신규 중매인을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크빌공판장의 경매장 모습. 이제만 조합장은 중매인과도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중매인의 판매역량을 최대한 지원하되, 일정기간 이상 판매실적이 없는 중매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역량있는 신규 중매인을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장 2년 만에 신화를 쓰다...포크빌의 성공비결은

국내 도축업계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포크빌공판장의 성공 배경은 최적의 교통여건과 초현대식 도축 시설을 갖춘 인프라 구축에 있다.

천안시 동남구 5공단에 자리잡은 포크빌공판장은 돼지 사육두수가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충청남도를 기반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 최대의 소비시장을 가까이에 둔 지리적 입지로 설립 이전부터 ‘축산물공판장’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 투자 규모만 무려 1,553억 원에 달하는 포크빌의 도축 설비와 각종 장비는 유럽의 최첨단 설비를 그대로 들여와 세계 어느 곳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명실공히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도축장 설계는 도축 선진국인 덴마크 식육연구소(DMRI)에 맡겨 소와 돼지 전 도축공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완성했다.

동물복지실천을 위해 CO2 질식기가 설치됐으며, 물을 재순환하지 않는 스팀탕박기와 자동화 컨베이어 시스템이 도입됐다.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를 위해 복부절개기와 돼지 이분 도체기, 돼지 넥커터 등은 모두 로봇으로 대체됐다.

특히 유럽의 선진 도축 시스템을 국내에 그대로 구현한 가운데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 ‘한국형 최첨단 축산물종합처리장’을 완성했다.

 

포크빌공판장은 유럽의 최신식 도축시설을 국내에 그대로 구현했다. 독일 프론트마텍(Frontmatec)사의 자동 이분도체기 모습.
포크빌공판장은 유럽의 최신식 도축시설을 국내에 그대로 구현했다. 독일 프론트마텍(Frontmatec)사의 자동 이분도체기 모습.

덴마크 식육연구소 컨설팅… 냉각 공정에 ‘최적화’된 시스템 마련

포크빌공판장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건 축산물 품질을 좌우하는 냉각 공정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장착시킨 것이 주효했다.

돼지의 지육 감모율 개선 등 생산성 향상으로 농가들을 만족시킨 것은 물론 지육 품질의 개선으로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의 만족까지 혁신시킨 것이다.

돼지의 경우 급속냉각 터널 운영과 DMRI의 컨설팅을 통한 예냉실 운영으로 지육 감모율을 1.3% 이내로 줄이면서 도체 감량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소의 경우 국내 최초로 ‘사전냉각실’을 운영함으로써 도체 표면의 빠른 칠링을 통해 육색 및 지육의 품질을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고기의 색깔이 다르다’는 유통업계 관계자들과 소비자 호평이 이어지고 했다.

최적의 입지조건과 최신 도축 설비를 갖춘 축산물공판장의 등장은 업계의 판도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한우 암소’ 시장을 선점하며 농협음성공판장과 도드람LPC 등이 건재해 있는 치열한 한우 시장에서 중부권 대표 도축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육의 품질 향상은 경매가격 향상으로 이어졌고, 높은 경매가는 출하물량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면서 짧은 시간 안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대전충남양돈농협이 생산한 ‘포크빌 포도 먹은 돼지’의 경우 높은 품질에 위생과 가공부문의 기술이 탑재되며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은 물론 쿠팡과 정육각, 마켓컬리 등 온라인과 신세계 및 현대백화점 입점에 속속 성공하는 등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문주석 이마트 축산 부분 총괄 바이어는 “대전충남양돈농협의 경우 철저한 품질 관리로 인정받아온 가운데 가운데 포크빌공판장이라는 최첨단 도축 시설 완비를 통해 품질과 위생 부분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포크빌공판장은 급속냉각 터널 운영과 DMRI의 컨설팅을 통한 예냉실 운영으로 지육 감모율을 1.3% 이내로 줄이면서 도체 감량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포크빌공판장은 급속냉각 터널 운영과 DMRI의 컨설팅을 통한 예냉실 운영으로 지육 감모율을 1.3% 이내로 줄이면서 도체 감량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완벽함에 완벽함을 더하다

포크빌공판장은 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시일 내 시장에 정착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15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양돈조합이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와 차가운 시선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3곳의 도축장과 통폐합을 통해 포크빌공판장 건립을 지원하는 정부의 도축장 지원사업도 문제없음으로 종결되었지만, 이 과정에서도 도축업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바람 잘 날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도축 과정이었다. 공사를 마치고 2020년 하반기 소 시험도축이 시작된 가운데 근출혈 발생률이 4~5%에 달하며 비상이 켜졌다.

5개월간의 시험 가동 기간 전살과 방혈 과정을 수십여 차례 점검하고 보완한 결과 ‘예비방혈’ 과정을 도입한 끝에 근출혈을 전국 평균보다 낮은 1.2%대로 낮출 수 있었다.

돼지 도축라인의 경우 적내장과 백내장으로 분리한 유럽의 시스템을 국내 현실에 맞게 개선해 내장 적출시간을 단축했고, 소 도축공정의 첫 구간인 전살 뒤 방혈구간은 완전 자동시스템을 수동시스템으로 전환해 정교한 방혈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포크빌공판장은 완벽한 시설을 갖춘 가운데서도 악취 저감 시설 보완 등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만 조합장은 “우리 공판장이 단시일 내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성공이 아니면 죽는다’는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전 직원이 하나가 되어 전력을 다했기 때문”면서 “포크빌공판장의 도전과 노력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단 하나의 오점을 남기지 않는 완벽한 수준으로 포크빌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3~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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