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형 한우정육식당의 원조 ‘이로운한우’
농가형 한우정육식당의 원조 ‘이로운한우’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5.04 10:00
  • 호수 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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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현장탐방] 경북 군위 이로운한우
작목반 농가 8명이 직영…한우고기 ‘원가’에 판매
주말에만 일일 1300~1400명 찾는 경북의 ‘한우 명소’
군위 이로운한우 식당의 전경모습.
군위 이로운한우 식당의 전경모습.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이렇다 할 관광명소나 이름난 곳은 없는 경북의 평범한 군(郡), 경북의 군위군이 한우작목반 농가들이 직영하는 ‘한우 식당’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군위군 효령면 성리 715번지에 소재한 ‘군위 이로운 한우’가 바로 그곳으로 8명의 한우작목반 농가들이 14년째 운영하는 한우 정육 식당이다.

2008년 처음 식당을 개점하는 등 농가형 한우 식당의 초기 스타트업 모델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이로운한우’는 식당이 소재한 효령면 일대가 식당의 성업 덕분에 주위에 한우 식당이 줄지어 들어서는 등 한우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삼국유사의 집필지로 알려진 군위가 역사적 의미를 뒤로하고 ‘한우 식당’으로 전국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2008년 개점 농가형 한우 식당의 ‘시초’

군위 이로운 한우는 이미 ‘군위 맛집’하면 검색어 상위에 오를 만큼 방문객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다.

각종 블로그와 SNS에선 ‘군위에 간다면 꼭 들려야 할 명소’ ‘한우 소고기 맛집’ ‘가성비 끝판왕’ ‘한우를 원 없이 먹고 싶은날, 이로운 한우앞으로’라는 다양한 평가가 빼곡하다.

‘군위 이로운한우’는 한우를 키우는 농가들이 작목반을 결성해 운영해오다 “우리 스스로 판매처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겐 고품질 한우를 부담없는 가격에 판매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2008년 문을 열었다.

상차림 비용을 받고 한우를 정육점 가격에 판매하는 ‘정육 식당’을 표방하며 작목반 농가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창업한 것인데, 한우정육식당이 2010년 이후 줄지어 문을 연 것을 미루어 볼 때 농가형 한우식당의 시초인 셈이다.

 

이로운한우 작목반 대표와 농가들이 식당 앞에서 ‘이로운한우’ 최고를 외치며 기념촬영했다.왼쪽부터 장원수, 도봉태(작목반 대표), 전용운 농가.
이로운한우 작목반 대표와 농가들이 식당 앞에서 ‘이로운한우’ 최고를 외치며 기념촬영했다.왼쪽부터 장원수, 도봉태(작목반 대표), 전용운 농가.

일체의 마진 없애고 ‘소비자 편익 제고’에 올인

이로운한우가 경북의 한우명소가 된 건 전국에서 가장 값싼 수준의 한우고기 가격 때문이다.

식당 창업의 배경과 경영 방침이 ‘작목반들의 안정적인 출하처 확보와 양질의 한우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데 집중돼 있었던 만큼 식당에 일체의 마진을 포함하지 않은 원가에 한우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이로운한우에선 도축비와 가공비, 인건비, 각종 재료비와 관리비 등 한우의 가공과 식당 운영에 투입되는 실제 비용을 빼곤 이익을 전혀 남기 않는 가격으로 설계되어 있어 부담없는 가격에 한우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는다.

이로운한우에선 1+등급 이상의 꽃등심이 100g 기준 1만500원, 1등급 기준 특등심이 9500원에 판매된다. 한우 특모듬 구이가 8000원, 갈비살이 1만1000원이다.

한우 안심은 1만3000원. 특수부위인 치마살과 안창살도 1만2000원 수준이다.

일반 한우 정육식당에 비해서도 20~30%가 저렴하고, 서울와 대구 등 도심지 한우식당과 비교해선 3분의 1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봉태 군위이로운한우 작목반 대표는 “농가들이 정성들여 키운 한우의 판로를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인 출하처를 확보했다는 것으로도 우리 모두 만족한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정성껏 키운 우리 한우를 소비자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판매하는 그 자체가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로운한우의 가공장 및 부산물 매대(왼쪽)와 한우고기 판매장 모습(오른쪽), 이곳에서 한우를 구매한뒤 별도로 마련된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과 함께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이로운한우의 가공장 및 부산물 매대(왼쪽)와 한우고기 판매장 모습(오른쪽), 이곳에서 한우를 구매한뒤 별도로 마련된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과 함께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전국서 가장 싼 한우’ 입소문에 대구와 가까운 잇점으로 ‘대박’

‘삼겹살 가격에서 조금 더 보태면 질좋은 한우를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2008년 오픈과 동시에 식당은 대박이 났다. 특히 대구와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질좋은 한우를 값싸게 즐기려는 도심권 소비자들의 큰 인기를 모았다.

“문을 열자마자 반응이 거의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식당이 잘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질좋은 한우를 시중에선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판매한다 하니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날마다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그로 그럴것이 식당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한우 등심 가격이 100g에 4천원이었거든요.”

대도시 식당에서 판매되는 삼겹살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에 방문객수는 더욱 늘어갔고, 이 때문에 소박하게 시작한 식당 건물은 프레임이 쳐지고 바닥이 패이는 등 여기저기 유지보수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식당 운영 10년만인 2018년 지금의 위치에 주차장과 커피숍 등을 갖춘 3층 규모로 건물을 지어 올려 새롭게 출발했다.

 

이로운한우, 전국의 한우 맛집이 되기까지

이로운한우가 전국의 한우 맛집으로 명성을 올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다.

식당이 문을 연 뒤 당초 예상과 달리 매출이 워낙 높아지다 보니 ‘식당 운영 비용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이윤을 남기지 말자’는 방침에 일부 회원들이 수정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식당 운영도 엄연한 사업인 만큼 가격을 현실화해서 얼마간의 이익을 나누자는 주장이 그것이었는데, 이러한 주장은 애초 식당의 개점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경영 방침 수정을 요구한 회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이들은 작목반을 탈퇴했다. 처음처럼 식당 개업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가자는 농가 8명이 남아 ‘모든 이익은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자’는 개업 당시의 방침 그대로 이로운한우를 지속하게 됐다.

이로운한우 모듬 및 등심과 한우육회 및 뭉태기.
이로운한우 모듬 및 등심과 한우육회 및 뭉태기.

 

인구 2만을 조금 넘는 시골 지역이다 보니 식당의 직원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현재 이로운한우는 식육 가공과 절단, 판매는 물론 홀과 주방 등 25명의 직원과 주말 별도의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운영되는데,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애를 태운 적인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2018년 새롭게 식당 건물을 지으면서 출퇴근이 어려운 직원들의 복지와 고용 안정을 위해 10여명의 직원들이 거주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인력난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이로운한우에선 한우를 돌판과 숯불구이존으로 나누어 기호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이로운한우에선 한우를 돌판과 숯불구이존으로 나누어 기호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주말에만 일일 1300~1400명 찾는 ‘한우 명소’

새롭게 신축된 ‘군위 이로운한우’엔 주말 기준 1300~1400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지난해 식당에서 판매한 한우만 1400마리, 매출액 기준으로 120억 원에 달한다.

여덟 농가에서 키우는 한우 규모로는 판매량을 다 채우지 못해 축산물공판장에서 외부 조달하는 방식으로 식당을 꾸리고 있다.

‘이로운한우’의 가장 큰 장점은 고품질 한우를 전국에서 가장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만 돌판구이와 숯불구이 등 두 가지 구이 방식을 모두 갖추고, 방문객들의 기호에 따라 구이 방식을 고를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이로운한우엔 돌판구이 식탁이 24개, 숯불구이 식탁이 31개 등 총 55팀(4인기준) 입장이 가능하다. 다양한 구이 외에도 뭉티기, 육회, 불고기 등 다양한 한우메뉴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곁들임 메뉴로 인기가 많다.

신선한 한우 정육부위를 두툼하게 썰어 날로 먹는 ‘뭉티기’는 마른 홍고추와 된장, 마늘, 참기름으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구이와는 또다른 한우맛을 느낄 수 있다.

불고기는 역시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인기 메뉴다. 200g 기준 9천원이면 육수와 각종 채소가 어우러진 양념불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난 유명한우 식당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로운 한우’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용운 사장(작목반원)은 이렇게 말했다.

“한우농가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식당에 대한 믿음으로 이곳까지 와주시는 소비자 여러분들께 저희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한우 식당 운영을 통해 얻어지는 모든 이익은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께 돌려드린다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고품질 한우 생산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의 한우공급을 위해 앞으로도 저희 모두 열심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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