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종된 소비심리 틈새를 엿보다…심정근 aT화훼센터장
[인터뷰] 실종된 소비심리 틈새를 엿보다…심정근 aT화훼센터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7.12.28 17:39
  • 호수 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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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아이디어로 꽃 소비 늘린다
유사도매시장 제도권 안으로 흡수 필요

1990년대만 해도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학교 졸업식장의 풍경은 꽃다발을 가득 품고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모 습이다. 당시 학교길 어귀에는 각종 꽃다발로 무장한 상인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고 졸업식장을 찾은 친지들로 북적였다.

졸업식장은 각종 꽃다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인해 꽃으로 뒤덮인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꽃은 선물에는 빠질 수 없는 필수품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는데 각종 애경사에 늘 꽃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고 사람들은 어느덧 꽃을 사치품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과거와 같은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감소하고 해외 발 금융악재 등 경제 불안전성이 확대되면서 국민들이 점차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꽃에 대한 소비에 인색해졌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화훼산업은 더 큰 충격을 받기에 이른다. 화훼농가는 2003년을 정점으로 1만3천여농가에서 8000여 농가만이 살아남았으며 재배면적 또한 10년만에 2000ha가 사라졌다는 통계는 그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는 화훼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보기 위해 전국 최대 꽃 법정도매시장인 aT화훼사업센터를 찾았다.

화훼공판장은 올해 화훼사업센터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어려움에 빠진 화훼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다. 시장관리를 위주로 했던 센터 내 관리부를 화훼기획부로 확대 개편하고 수집과 분산 기능에 소비촉진까지 얹어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는 올해 2월 센터의 수장이 된 심정근 센터장과의 밀착 인터뷰를 통해 화훼산업을 진단해 본다.

경매거래량 10% 감소 수출은 1/3토막

심정근 aT화훼사업센터 센터장
심정근 aT화훼사업센터 센터장

“꽃다발 19.9%, 화환 32.0%, 관엽 44.3%의 판매량이 줄었다는 설문조사가 있습니다.” 심정근 센터장은 화훼산업의 위기를 수치로 표현했다. 이는 화훼관련 단체가 1200개소의 소매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로 실제 객관적인 통계는 될 수 없지만 소매업계의 충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게 심 센터장의 설명이다.

어려움은 경매시장에서도 드러난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화훼센터의 경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10%가 줄었고 거래금액 역시 6%가 감소했다. 심 센터장은 “거래량은 절화류 8%, 난류 12%, 관엽 15%가 줄었고 거래금액은 절화류가 6% 오르긴 했지만 관엽류 11%, 난류는 30%가 감소했다”면서 “난류는 특히 김영란법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고 설명했다.

내수도 문제지만 화훼산업을 견인했던 수출은 상황이 자못 심각하다. 2015년 화훼수출액은 2800만 달러, 수입은 6000만 달러 가량. 2010년도에 수출 1억300만 달러, 수입은 4500만 달러를 기록했으니 불과 5년 만에 수출은 1/3이 줄었고 수입은 35%나 증가한 것이다.

심 센터장은 “수출의 경우 일본이 국내 화훼시장의 최대 수출국이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으로 인한 일본내수경기의 침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화훼수출국의 선전,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화훼 수출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수출비중의 대부분은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KATI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국내 화훼류 2937톤이 해외로 나갔는데 그중 일본으로 수출한 양은 1989톤으로 67.7%로 편중돼 있다. 이어 중국(585톤), 미국(177), 네덜란드(93)가 뒤를 잇는다.

“수입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품목은 국화인데 경조용 꽃의 경우 품질을 따지지 않다보니 국내 수요가 정체돼 있는데도 국화 수입량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심 센터장의 주장이다.

KATI에 따르면 지난해 국화 수입량은 5011톤으로 전체 화훼 수입량의 34%를 차지한다. 이는 2015년 수입량인 4180톤보다 831톤 늘어난 것으로 타 품목의 수입이 줄어들거나 정체돼 있는 것에 반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한마디로 화훼산업은 소비부진, 수출감소, 경기침체 등 90년대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 화훼산업 컨트롤 타워 부재가 문제

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 각광받던 화훼산업. 화훼산업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매년 수출유망산업으로 꼽았던 품목이다. 농가들도 화훼가 타 농업품목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았던 탓에 화훼를 소득 작목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국민들도 꽃 소비에 인색하지 않았다. 예비신부들은 신부수업의 하나로 꽃꽂이를 선택해 학원까지 번성할 정도였다. 화훼산업의 절정기는 2005년이었다. 그 당시 화훼재배면적은 7952ha로 8천ha에 근접했고 국민 1인당 소비액도 2만원을 뛰어넘었다. 현재는 각각 5800ha, 1만3천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뭘까. 심 센터장은 경기침체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화훼품목은 필수소비재가 아닌 탓에 경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다”면서 “1997년 IMF로 금융위기를 학습한 국민들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불안감이 증폭됐고 지속된 경제 성장률의 하락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주요 수출국인 일본의 고베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현상 등은 화훼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심 센터장은 화훼산업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의 부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T화훼사업센터 화훼경매장
aT화훼사업센터 화훼경매장

현재 화훼관련단체는 화훼협회 등 약 14곳으로 품목별·이해관계별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 단체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구심점이 없어 역량을 집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인프라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화훼산업의 총생산액은 6000억원 가량. 한때 1조원에 육박했지만 40%나 줄었다. 이처럼 다른 품목에 비해 규모가 작다보니 산업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자본 규모도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화훼산업의 인프라의 부재로 이어진다는 게 심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매시장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도매시장에서 파생되는 자본 자체가 작다보니 쉽지 않다”며 “현재 국내 화훼주산지인 전주, 김해, 고양, 음성 등과 같이 잘 알려진 곳조차도 선진화되지 않았고 유리온실을 지을 정도로 부 가가치도 높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프라 이상의 수요와 가치가 파생돼야 하는데 인프라가 구축 되더라도 산업이 발전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심 센터장은 또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 약진도 국내 화훼산업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태국 등이 수출하는 화훼류의 품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고 고품질의 화훼류만을 수집해 일본으로 수출한다”며 “상대적으로 고품질과 안정적인 물량을 선호하는 일본으로서는 동남아는 좋은 수입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스스로도 동남아권을 좋은 수입국으로 보고 직접 동남아로 날아가 재배 컨설팅 등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결책, 소매유통에서 화훼 부가가치 올려야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결국 화훼산업은 소비가 활성화돼야 한 다.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화훼류 소비촉진계획도 이 같은 배경에 서 나왔다. 심 센터장은 정부에서 발표한 계획 중 하나인 ‘1 Table 1 Flower 운동’을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운동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들을 도와주기 위한 캠페인으로 ‘사무실 책상 하나당 꽃을 하나씩 놓자’라는 의미다.

심 센터장은 “결국 꽃이란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안정과 휴식, 심미적인 기능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화병에 꽂는 것과는 다른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으로 꽃의 부가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지난해 시작한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인 aTium(aT+청년의 꿈과 싹을 틔우다)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aTium이란 국내 화훼산 업의 새로운 수요 창출과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해 aT가 센터 내 점포와 전문가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창업자는 무료로 점포를 이용하고 사업자등록과 세무처리, 매출관리 등 을 포함해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 aTium은 3기까지 배출했으며 드라이플라워로 액자를 제 작하는 등 꽃과 예술을 결합시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aT화훼사업센터에서는 ‘플라워트럭(Flower Truck)’도 조만간 운영할 계획이다.

aT에서 차를 임대 형식으로 청년들에게 빌려주고 유류비와 보험료 등을 지원해 차량판매의 가능성을 시험한다는 것이다. 이미 축산업에서는 이동판매차량을 수시로 운영해 축산물 소비촉진에도 톡톡한 기여를 하고 있다.

심 센터장은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화훼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시도와 연구 등은 화훼산업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산업이 자조금사업을 시작하면서 홍보와 마케팅 등으로 지금과 같이 산업을 키워 온 것처럼 다양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화훼자조금 조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우와 한돈, 양계, 낙농, 오리 등 축산 대부분의 품목이 자조금 사업을 통해 홍보와 마케팅, 연구사업까지 망라해 전문성을 갖추면서 산업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자조금이 없는 품목들은 상대적으로 마케팅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모든 품목이 자조금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 센터장은 소비뿐만 아니라 유통에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화훼 유통시스템은 재래시장을 거치는 비율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크다. 총 생산액 6000억원 중 대략 2000억원 가량이 유사도매시장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러한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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