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우산업 탐방기 5] 동경중앙도매식육시장(도축장)을 찾아서
[일본 화우산업 탐방기 5] 동경중앙도매식육시장(도축장)을 찾아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10.05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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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공공사업’으로 인지…도와 현에서 운영
동경도 한복판에 있지만 악취나 이전 민원 없어
관광명물로 자리잡은 ‘도쿄시장식육축제’도 눈길

[농장에서 식탁까지 옥미영 기자] 도쿄에는 현재 11개의 농축산물관련 도매 시장이 있다.

모두 도쿄도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도매시장이다. 명치유신 이전에는 민영시장도 있었지만 1918년 쌀 파동 등을 거치며 식생활 안정을 요구하는 기대가 높아졌고, 결국 민간은 참여할 수 없는 공익 성격의 ‘중앙도매시장법’이 제정됐다.

동경도 남쪽의 미나토구에 자리잡은 동경중앙도매식육시장. 현대적이고 깔끔한 외관과 도축장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경도 남쪽의 미나토구에 자리잡은 동경중앙도매식육시장. 현대적이고 깔끔한 외관과 도축장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1개의 농축산물관련 도매시장 가운데 식육시장은 동경중앙도매식육시장 1곳으로 ‘시바우라’로 통한다. 시바우라는 주식회사 형태의 식육도매시장과 도축장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1966년 설립될 당시는 온통 논과 밭뿐이었지만 현재는 주택과 빌딩 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실제로 식육시장은 동경도 남부의 미나토구(港区) 중심부에 있어 JR선인 시나가와역에서 도보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도축장으로부터 400m 거리엔 신칸센 고속 열차가 지나가고, 바로 옆 건물에 대형 호텔이 들어서 있지만 주위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놀랍다.

도축장이나 식육시장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물 외관이 깔끔하고 현대적이라는 영향도 있지만 냄새나 악취가 거의 없어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선 일일 소 430여 마리와 돼지 1천 마리를 작업하고 있는데 계류시설로 들어오는 가축 이송차량들을 보니 소와 돼지의 눈이 겨울 보일정도로 차량의 외벽이 높게 설계되어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연수에서 동경도매시장 방문은 근출혈 문제 발생과 관련한 솔루션을 듣기 위해 간담회 일정의 하나로 마련된 것으로 동경 도축장 오호츠카 전무와의 간담회를 중심으로 동경중앙도매시장과 도축장 현황을 살펴본다.

가축의 위생적 도축‧가공 ‘사명감’으로 인식

동경 도축장과 같은 축산물 도매시장은 일본 내에 현재 11개가 운영 중이다. 현단위에서 운영하는 경매시장도 17개가 있다.

일본의 도축장은 모두 공공 작업장이다. 동경도축장의 경우 도쿄도가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작업장도 모두 현이나 시에서 운영 중이다. 물론 도축장 직원들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다.

도축장과 함께 운영되는 동경식육도매시장은 도쿄도가 50%가 출자를 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도축비는 소 마리당 약 1만7천엔 수준인데 반해 작업 두수는 많지 않고 상주 직원이 많아 적자 발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알려져 있다시피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광우병 전수 검사 국가로 축산물 위생 검사에서 매우 깐깐한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업물량에 비해 직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는 우리 측 질문에 동경도축장 오호츠카 실장은 “도쿄도 입장에서는 도쿄 도민들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을 사명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그 사명에 맞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도는 식육시장에 50%를 출자해 배당을 받는 것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적자 분을 보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경중앙도매식육시장 도축장의 출입구 모습.
동경중앙도매식육시장 도축장의 출입구 모습.

미경산 암소 30% 차지…거세우 대비 400만원 높게 거래

일 430여두의 소 경매 물량 중에서 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120여 마리를 차지할 정도로 출하 물량이 적지 않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베현의 미경산 암소 브랜드인 마스자카 브랜드의 경우 평균 거래가격이 kg당 3500엔으로 일반 브랜드 화우에 비해 kg당 500엔, 거세화우에 비해서는 kg당 900엔 정도 높다. 화우의 평균지육중량(448kg, 2015년 기준)을 감안하면 22만~40만 엔, 우리 돈으로 마리당 200만원에서 4백 만 원까지 소득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화우의 높은 부가가치를 생각할 때 근출혈 등 상품에 치명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데 근출혈 부분에선 동경식육시장이 주축이 되어 공제 성격의 보험으로 농가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다. 농가의 경우 마리당 1500엔의 보험금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으며 도축 후 근출혈이 발생했을 때 차액의 70%를 식육시장에서 보상해 주고 있다.

근출혈 문제는 과거부터 상품 가치 저하라 던지, 농가 손실이라 던지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동경도축장은 도축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크게 저감됐다.

오호츠카 전무는 “척수를 마비시키는 방식에서 전기 충격으로 도축 방식을 바꾸어 방혈 시간을 단축하면서 과거 대비 근출혈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1년간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뚜렷한 감소효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동경도매시장은 도축장 작업라인과 위생검사 및 사무직원들을 포함해 총 2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모두 공무원 신문이다. 일본은 현재 100% 광우병 검사가 시행중이다.(사진자료 동경도매시장 브로셔)
동경도매시장은 도축장 작업라인과 위생검사 및 사무직원들을 포함해 총 2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모두 공무원 신문이다. 일본은 현재 100% 광우병 검사가 시행중이다.(사진자료 동경도매시장 브로셔)

‘도쿄 식육시장 축제’ 도축장 인식 개선 한 몫

현재 일본의 모든 도축장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할 정도로 공공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놀라웠지만 도축장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더욱 놀랍다.

일본중앙식육시장과 도축장은 악취나 냄새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해 이에 대한 민원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도축장으로 인한 집 값 하락 등을 이유로 이전 요구와 같은 민원도 일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도쿄식육시장 축제를 알리는 홍보 브로셔. 축제기간 동안 아리타마현의 '사가소'가 브랜드 추천종목으로 선정됐다. 자료: 아리타마(有田) 관광협회 홈페이지.
2014년 도쿄식육시장 축제를 알리는 홍보 브로셔. 축제기간 동안 아리타마현의 '사가소'가 브랜드 추천종목으로 선정됐다. 자료: 아리타마(有田) 관광협회 홈페이지.

 

 

 

2011년 가락동에 소재한 농협서울공판장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줄기찬 이전 민원에 시달린 끝에 결국 25년만에 충북 음성으로 이전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도축장 관계자는 “이전 요구에 대한 민원은 전혀 없다”면서 “다만, 30~40년 전만 해도 번화가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신칸센이 지나갈 정도로 도심의 중심부가 되면서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축산물은 신선도 유지 등 유통기한이 중요한데 적절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도축장이 ‘공공성’을 가진 특수한 공간이라는 데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데는 식육시장이 해마다 주최하고 있는 도쿄식육시장 축제 등 홍보효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0여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도쿄식육시장 축제는 도쿄식육시장이 주최하고 매년 협찬을 하는 각지의 브랜드 화우가 저렴한 가격에 화우를 판매하는 대형 이벤트이다.

매장 보다 30~40% 저렴한 현지의 브랜드 화우고기를 판매하고 시식을 하려는 소비자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10월말 이틀간 실시되는 축제기간에는 도쿄식육시장과 도축장의 모든 공간이 개방되고, 식육시장 앞마당에는 무료 시음이나 특별 판매가 행해지는 것 외에 지역의 특산물 판매 코너가 설치되어 다양한 홍보 행사를 병행하는 등 도쿄식육시장과 지역브랜드를 함게 홍보하는 1석2조 효과를 누린다.

지난해에는 이틀간 무려 3만 여명이 다녀가는 등 도쿄식육시장 축제는 도쿄시민들의 ‘축산물’과 관련한 대형 이벤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식육시장에서 VTR로 감상한 홍보 영상에서 도쿄시내의 한 초등학생은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공급해주신 도쿄도와 식육시장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감동의 편지가 눈길을 끌었다.

도축세 폐지로 지방정부에서 조차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도축업계 현실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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