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 사료구매자금 축산농가엔 ‘빛좋은 개살구’
1조5천억 사료구매자금 축산농가엔 ‘빛좋은 개살구’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6.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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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여신한도 꽉 차 있어...'부채없는 대규모 농가'만 혜택

한우협회 도지회장들 “여신한도 풀고 동산도 포함을”
지난 6월 13일 축산회관 지하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우협회 회장단 회의 진행 모습.
지난 6월 13일 축산회관 지하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우협회 회장단 회의 진행 모습.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정부가 1조5천억원의 사료구매자금을 마련, 1% 금리 지원 계획을 마련했지만 정작 현장의 축산농가들에게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판과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부분의 축산농가의 경우 여신 규모가 꽉 차 있어 여신 한도를 획기적으로 풀거나, 동산까지 여신에 포함해 지원하는 등 정부가 지도‧지원지침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사료구매자금은 그림의 떡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축산농가들은 ‘부채없는 대규모 농가’만 사료구매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여신을 신용으로 풀던가, 가축을 담보 대상에 포함해 자금사정이 열악한 소규모 농가들도 사료구매자금을 지원받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13일 개최된 한우협회 회장단 회의에서도 지역의 한우농가대표들은 이같은 주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규옥 대전‧충남‧세종도지회장은 “사료구매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여신의 여력이 있어야 하지만 축산농가들의 대부분이 담보가 잡혀 있어 한도는 얼마되지 않는다”면서 “고곡물가격과 조사료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여신한도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효 대구‧경북도지회장은 “1조5천억원이 1%로 풀리면 뭐하겠는가, 여신에 꽉찬 농가들에겐 허울좋은 소리에 불과하다”면서 “2년후에 출하하는 한우의 경우 가축도 여신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전남도지회장도 “영세농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우산업의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농가가 사료값을 지원받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부채없는 대농가들에게만 사료구매자금이 지원되면서 한우농가대부분에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수 부회장은 “(여신한도가)꽉 차있는 농가들을 구제하기 위해 특례보증 등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유연하게 끌고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곡물가격으로 인한 배합사료 가격 상승 뿐만아니라 올 하반기엔 볏짚 가격이 지금보다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지면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윤섭 전북도지회장은 “지난해 벼 목도열병 피해가 심각해 쌀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식재 포기수가 평균 10% 이상 줄었다”면서 “한우 사육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쌀 생산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조사료 수급난은 앞으로도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우협회는 회장단회의에서 제기된 목소리를 수렴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정책적 반영을 적극 요구해 나가기로 했으며, 요구사항들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집회 등 강경 대응을 결의했다.

김삼주 한우협회장은 "배합사료와 함께 조사료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수급난까지 겹쳐 농가들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만큼 사료가격안정과 관련해 협회의 농정활동을 집중해 나가겠다"면서 "오늘 제기된 회장단 의견을 정부에 적극 요구하되, 만약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한우농가들의 대규모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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