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산 한우 전문판매점 ‘암소한마당’
미경산 한우 전문판매점 ‘암소한마당’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6.28 11:19
  • 호수 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풍 맞고 자란 암소 한우 전문점 ‘입소문’ 자자
바닷가 인근 농장서 직접 사육‧판매하며 신뢰 얻어

경남 ‘남해군’은 바닷가 풍경이 아름다워 전국에서 여행지 추천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고즈넉한 남해의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한 폭의 ‘그림 같은 농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안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한우 농장인 동시에 농장에서 키운 한우를 직접 판매하는 남해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닷가 옆에서 한우 농장을 경영하며 식당을 열고, 직접 사육한 한우를 판매하며 ‘남해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한우 맛집’으로 소문난 경남 남해군의 ‘암소한마당’을 찾았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가축 사랑

‘암소한마당’의 입구엔 꽃들과 돌, 나무가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바다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잘 정돈된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우측엔 바다를 보고 있는 농장이, 그 옆엔 식당이 있다. 농장이 있다는 설명이 아니라면, 소들이 사육되고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냄새 관리는 완벽한 수준이라 더 놀랍다.

암소한마당 하세길 대표는 1977년부터 이곳에서 축산을 시작했다.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어려서부터 집안의 농사일을 전담하는 가운데서도 토끼와 염소를 키우는 등 가축 사랑이 유난했던 그는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농고 축산과에 진학하며 꿈을 키워갔다.

축산을 공부했지만, 학교 졸업 후 그가 시작한 일은 고기를 잡는 일이었다.

목돈을 벌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배를 만들었다.

“게, 새우, 낙지, 서래, 도다리 등을 잡아 팔았어요. 공무원 급여가 한 달에 4만 원이었는데, 배를 타고 나가면 하루에 10만 원을 벌었으니 쏠쏠했지요. 그렇게 5년을 어부로 살았습니다.”

벌이는 괜찮았지만, 가슴 한쪽은 늘 허전했다. 하루하루가 똑같은 생활에 ‘미래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77년 돼지를 입식하는 것으로 축산과 인연을 맺었다.

 

16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하세길 대표의 농장에서 모습.
16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하세길 대표의 농장에서 모습.

농장과 정육점 겸업하며 ‘전문 식견’ 쌓아

그토록 좋아하는 가축을 키우게 됐지만 당장에 시련이 찾아왔다.

입식한 돼지를 출하할 무렵 돈가 대파동을 맞은 것이다.

시련은 혹독했지만, 다행히 끝은 있었다. 사룟값도 대지 못해 빚더미에 앉아 시름 하던 몇 년이 지난 후 돼지 값이 폭등하며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돼지를 팔아 빚을 모두 청산한 그는 82년 송아지를 입식하는 것으로 한우 사육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한우 사육이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았다.

입식한 소를 출하할 시점이었던 84~85년, 이번엔 소 값 폭락을 맞았다.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수준으로 소 값이 떨어지자 그는 수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정육점’을 열어 사육한 소를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어떻게 서든지 본전이라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마땅한 자리를 물색해 가게를 열고 내가 키운 소를 직접 팔기 시작했죠.”

하 대표는 농장과 정육점을 함께 경영했던 이 시기가 자신의 한우 사육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터득한 값진 시기라고 말했다. 고기는 물론 소의 내장까지 확인할 수 있었기에 소의 소화과정과 반추위 발달, 생리에 대해 누구도 갖지 못한 ‘현장형 전문 식견’을 쌓게됐다.

직접 사육과 도축을 통해 얻은 경험들을 생산에 접목해 매진하던 가운데 2011년 제2의 소값 파동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된다. 정육점에 이은 ‘한우식당’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암소한마당 하세길대표가 모듬구이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암소한마당 하세길대표가 모듬구이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2011년 소 값 파동으로 식당 창업…‘미경산우’로 승부

지금의 해안도로가 나기 이전이었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예전부터 농장이 자리한 지금의 위치가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해 수십 년 전부터 농장 인근의 땅 한 필지씩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2011년 농장 옆에 ‘암소한마당’을 열게 됐다. 60여두 규모의 기존 농장은 물론 인근에 1백두 규모의 축사를 신축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처음엔 송아지 분만 경험이 있는 경산 암소를 비육해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도전과 열정으로 시작한 식당이었지만 이 또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정육점과 식당의 차이는 고기를 사가면 끝인 정육점과 달리 식당은 고기를 먹고 나온 손님들의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당시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해변도로 바로 옆에 자리잡은 남해 암소한마당 입구 전경 모습.
해변도로 바로 옆에 자리잡은 남해 암소한마당 입구 전경 모습.

한우사육에 관해선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던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식당 개업 한 달 만에 대상포진까지 얻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예상치 못한 식당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 한 건 ‘미경산우’ 였다. 미경산우와 경산우를 먹은 고객들의 반응이 다른 데다, 1등급 미경산우를 먹은 고객 반응이 1+, 1++등급 경산우를 먹은 소비자보다 반응이 좋았던 후기 등을 파악한 하 대표는 미경산우 비육에 매진했다.

2012년부터 식당 경영은 미경산 암소 판매로 모두 전환했다.

이후 식당을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호불호까 있었던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인생 한우를 만났다”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남해를 방문하면 들러야 할 맛집이 아니라 ‘암소한마당을 가기 위해 남해를 가야 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날 정도로 맛에 대해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한우암소스페셜(500g) 123,000원한우암소 꽃살, 새우살(100g) 37,000원한우암소 등심(120g) 25,000원한우암소 생모듬(120g) 15,000원즉석 불고기 (150g) 12,000원 및 식사류 일체 있음.
한우암소스페셜(500g) 123,000원한우암소 꽃살, 새우살(100g) 37,000원한우암소 등심(120g) 25,000원한우암소 생모듬(120g) 15,000원즉석 불고기 (150g) 12,000원 및 식사류 일체 있음.

미경산 암소 고급육 만들려면....

미경산우는 고급육을 만들기도, 크게 키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암송아지 비육과 관련한 그의 철칙은 좋은 송아지와 사료 급여 그리고 바닥관리다.

“좋은 송아지를 보면 느낌이 온다”는 하 대표는 체고가 높고, 허리가 긴 송아지를 좋은 송아지로 꼽았다. 얼굴은 길어 말상을 하고, 입은 크면 좋다. 뿔은 크면 좋지 않다고 했다.

하 대표는 현재 좋은 송아지의 경우 1백만 원씩의 웃돈을 줘서라고 구매한다.

입식한 송아지는 한 달간 티모시와 알팔파 등 양질의 조사료를 충분히 급여하며, 미아리산과 비타민을 함께 급여한다. 이렇게 한 달을 키우면 송아지 키가 쭉 커지며 출하 시기 850kg~1톤에 달하는 슈퍼한우로 키울 수 있다. 육질 물론 90% 이상이 1++등급이다.

“한우농가 대부분이 볏짚을 많이 선호하는데, 볏짚도 15cm 이상 길게 잘라줘야 1위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볏짚이 너무 짧으면 위벽이 얇아지며 위 발달이 퇴화합니다.”

환기는 하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양 포인트이다.

농장의 소들은 한두 마리를 빼곤 바닥에 누워 되새김질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만큼 바닥이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다. 입자가 너무 가늘지 않은 소나무 톱밥을 깔아주는 것도 있지만 바닷가에 있는 천혜의 농장 환경 탓에 바닥은 늘 뽀송뽀송하다.

“파도가 쳐서 농장 쪽으로 북동풍 바람이 불 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뽀얀 소금기가 올라온다”는 그의 말에 따르면 해풍으로 인해 바닥의 이산화탄소나 암모니아로 인한 영향이 없어 소들은 건강하고 고기 맛도 좋다.

건강한 사육환경 덕분에 농장의 폐사율은 ‘0’이다. 출하 시기에 있는 소들의 생시체중이 1톤에 가까워 넘어질 경우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비해 농장에 CCTV를 설치해 밤과 새벽 시간을 정해두고 반드시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로 2년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하 대표는 “정육률이 높은 내 소를 갖다 팔지 않았더라면 벌써 망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식당도 더욱 활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남과는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도전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농장과 식당을 이어가게 될 아들이 한우와 관련해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지 기대해봅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5~6월호(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