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자조금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관하여
축산자조금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관하여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6.30 11:19
  • 호수 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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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의무자조금 법제화 20년

축산자조금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현재 축산자조금사업의 기금 조성은 농가 거출금과 정부 매칭펀드(Matching Fund)로 구성되는데, 정부의 매칭펀드가 농가 거출금에 비례해 지급되면서 농가 거출금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농가가 전체 기금의 50을 모으면 정부가 50을 보조하는 방식)

정부의 인센티브는 초기 자조금 조성에 대한 강한 동력으로 작용하여, 1992년 양계협회와 양돈협회가 자조금 사업을 시도한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 추진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인센티브는 산업 발전에 관심이 많은 각 산업의 지도자들에게는 매우 강하게 다가왔지만, 자신의 소득 중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아야 하는 농가로써는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자조금 사업 법제화 이후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사업의 당위성이 농가에 충분히 전파되지 못하였고, 또 자조금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창구가 마련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충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자조금 사업은 1991년 법제화 이후에도 별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자조금 거출을 법률로 강제하도록 하는 의무자조금제도의 법제화 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1998년 6월 양돈협회, 낙농육우협회, 양계협회와 축협중앙회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의무자조금 제도의 법제화를 공식 건의하고, 한우, 낙농육우, 양돈, 양계협회 공동으로 1999년과 2000년 축산자조금법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2001년 11월 국회에서 축산자조금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고 2002년 5월 ‘축산물의 소비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된다.

자조금 법제화 ‘핵심’ 거출 효율성

2002년 축산의무자조금법과 이전 자조금제도의 차이는 거출을 농가 자율에 맡기느냐, 강제하느냐로 볼 수 있지만, 이 제도의 핵심 차이는 자조금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기관 지정에 있었다.

1990년대 양돈과 양계자조금 조성에 나서기는 하였지만, 농가들의 자발적 납부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여기에 1990년대는 축산업의 구조조정이 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여러 품목을 사육 또는 경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산업에 대한 애정이 없었고, 자조금 납부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수납 창구까지 미비한 상황은 자조금 조성의 한계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자조금 납부 저조가 단순히 농가들의 비협조로만 생각했던 당시 축산지도자들은 자조금 사업을 알리는데 힘을 기울였으나 그때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낙농업계로 1998년 양계와 양돈보다 6년이나 늦게 자조금 사업에 도전하였으나 자조금 거출에 성공하였고, 의무자조금 제도 도입 이전에 70~90% 대의 높은 농가 참여율을 보여주었다.

낙농자조금의 성공은 유업체나 낙농조합을 수납 창구로 지정하였고, 유업체 등이 거출에 협조하면서 낙농자조금은 다른 품목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낙농 자조금 사업의 성공은 연구대상이 되었고, 이후 수납 창구를 도축장, 유가공공장 등으로 하는 자조금 법이 제정되게 된다.

의무자조금 성적표

의무자조금 제도만 도입되면 자조금 사업은 날개를 달 것으로 여겨졌지만, 의무자조금 제도 도입 20년이 된 현재 한우, 육우, 우유, 돈육 등의 품목은 대부분의 농가가 자조금 거출에 협조하면서 큰 성과를 내지만, 닭고기, 계란, 오리 등의 품목은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품목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총 조성 규모로 보면 돈육, 한우, 우유, 오리, 육우 순으로 자조금을 조성하고 있고, 생산액 대비 조성율로 살펴보면 육우, 한우, 우유, 돈육, 오리 순이다.

돈육의 경우 거출액 대비 조성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정부의 보조금 비중이 25%로 다른 품목에 비해 정부 보조금이 적었기 때문이다.

생산액 대비 농가의 기여율이 높을수록 자조금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할 수 있는데, 농가 거출금 조성률을 볼 때 육우가 0.41%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돈육 0.28, 한우 0.27 우유 0.19 순으로 나타났다.

육우는 산업 규모가 작아서 자조금 총 규모는 21억에 불과하지만, 농가들이 자조금 사업에 관한 관심과 협조만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돌파구 찾지 못하는 품목 무엇이 문제일까?

품목 생산액 대비 자조금 조성률이 낮은 품목은 가금류임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오리가 거출 성과가 높고 닭고기와 계란은 매우 저조하다.

먼저 닭고기의 경우 생산액 기준으로 우유와 비슷하므로 농가 거출금 40억 원 이상을 거출하고 정부가 50%를 매칭한다 할 때 80억 원 규모의 기금 조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2019년 기준 닭고기 자조금은 정부 보조금 포함 4억 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닭고기 자조금의 저조한 실적은 산업이 축산계열화업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자조금은 소비 촉진, 수급조절 등에 주로 활용되는데 두 프로그램 전부 닭고기 가격을 지지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농가들의 경우 축산계열화업체로부터 닭고기 가격과 상관없이 고정된 사육보수를 받고 있어서 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농가들이 자조금 거출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조금은 실질 혜택을 보는 축산계열화업체들이 주도해야만 한다.

실제 4~5년 전만 하더라도 축산계열화업체의 협조로 20~30억 원대의 기금을 모은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거출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육계 업계 내부 오랜 갈등에서 비롯된다. 계열화업체와 육계 사육 농가가 많이 가입된 양계협회가 오랜 갈등으로 인해 자조금 사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 자조금이 활성화되었던 때는 계열화업체에 우호적인 농가로 관리위원회가 구성되었을 때로 이후 양계협회에 우호적인 인사로 관리위원회가 조직된 이후로는 계열 주체는 자조금 납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오리자조금도 산업의 구조는 비슷하지만, 육계 업계 같은 갈등은 깊지 않아 자조금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산업 규모로 볼 때 닭고기 자조금보다 오히려 높은 성과를 보인다.

다만 기업들이 주도하다 보니 자조금 업체당 내야 하는 갹출금액 규모가 커 자조금이 가장 필요한 불황기 자조금 거출이 어렵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닭고기 자조금도 오리자조금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분담해야 하는 금액 규모가 크다 보니 불황기 납부율이 하락하는 문제가 동일하게 발생한다.

계란자조금은 닭고기·오리자조금과 근본적으로 다른 원인 때문에 자조금 거출이 쉽지 않다.

바로 효율적인 거출 창구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근본적 이유이다.

 

계란은 자조금 수납창구를 가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은 도축, 우유는 유가공이라는 처리 과정을 거쳐야 소비가 가능한 상품이 되는데, 계란은 농장 단위에서 직접 유통이 가능한 특성이 있어 효율적 수납 창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한때 산란노계를 도태할 때 도계장이 수납 창구 기능을 한 적이 있었으나 2018년 계란 살충제 잔류 파동 이후 산란 노계 수요가 급감하면서 자조금 거출 창구로서 역할을 상실하였고, 현재 농가가 직접 관리위원회에 내는 방식으로 전환한 상황이며, 이후 자조금 거출액이 조금씩 줄어 30억 원대 기금을 운용하던 계란자조금은 현재 기금 규모가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자조금 사업의 정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자조금 거출 규모에 따라 각 산업에서 할 수 있는 소비 촉진, 조사연구, 농가 교육 등 각 품목의 투자 규모도 결정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투자 차이에 따른 차이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산업 발전은 꾸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산업이 발전하고, 농가 소득이 증대하고, 다시 자조금 거출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잘되는 자조금으로 분류되는 한우나 한돈을 보면, 각 품목의 소비 촉진과 가치 향상을 위해 꾸준히 활동한 결과 공급이 증가하지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019년 돼지는 1,782만5,247두를 공급하였으나 2021년 1,838만2,767두로 56만두 정도 공급이 늘었지만, 도매가격은 2019년 3,843원/kg에서 2021년 4,722원/kg으로 상승하였다.

한우도 마찬가지로 2019년 76만6,558두를 공급하였으나 2021년 79만5,432두로 공급이 3만두 가까이 증가하였으나 도매가격은 2019년 1만7,947원/kg에서 2021년 2만1,169원/kg으로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경험하였다.

생산량 증가에도 단위당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은 혁신의 결과라 이야기할 수 있다.

 

한우와 국내 양돈산업의 혁신적 결과물은 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현재에 빛을 발하여 위기 국면에 농가들이 버텨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부가 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에 깊이 관여할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면 농가 스스로 위기 상황에도 버텨낼 힘을 갖도록 기금 조성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게 성적표로 증명되고 있다.

자조금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품목도 혁신할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는 기금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품목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과 컨설팅 계획의 수립을 추진해야 한다.

우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 마중물이 필요하듯 양계 분야 자조금에 제대로 된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5~6월호(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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