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금영 순천종돈장 대표
[인터뷰] 황금영 순천종돈장 대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7.06 10:20
  • 호수 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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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직원, 그리고 키우는 돼지를 생각하며 행동하라”
황금영 순천종돈 대표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을 위한 조언

황금영 순천종돈장 대표는 축산인들에게는 순천광양축협조합장으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황 대표는 지난 1990년 2월부터 2008년까지 16년간 순천광양축협을 이끌며 시골의 작은 조합을 전국에서 손꼽히는 건실한 조합 반열에 올려놓으며 주목 받았었다.

이후 황 대표는 본업인 돼지 사육에 전념하고 있다.

축산업계에선 “외부활동이 많으면 농장은 망가진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는 데 황 대표의 순천종돈장은 MSY 26.1두를 기록하며 국내 최상위권 그룹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그는 돼지만 잘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후방 산업의 협력사와 수십 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50년간 사료 회사 거래처를 바꾸지 않았다), 거래하는 육가공업체와 정육점의 경쟁력을 위해 ‘순금 한돈’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에 앞장서는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축산, 지속 가능한 양돈업과 관련해 양돈업계의 원로이자 리더로 꼽히는 순천종돈 황금영 대표를 카길애그리퓨리나사료 군산공장에서 만났다.

이날 퓨리나 군산공장에 황 대표 일행이 방문한 이유는 1973년 시작한 순천종돈장과 거래가 2022년 50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좋은 품질의 사료를 공급해 준 덕분에 순천종돈장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면서, 직접 제작한 ‘순금한돈’ 햄을 카길퓨리나사료 군산공장 전직원들에게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황금영 대표는 “1973년 시작한 순천종돈장이 햇수로 50년을 맞기까지 모든 것은 한결같은 품질의 고품질 사료 덕분이었다”면서 “카길애그리퓨리나와 순천종돈장은 서로에게 최고의 고객인 것처럼 앞으로 100년 고객으로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속 가능한 양돈산업을 위한 조언에 답하며 “이웃과 직원, 그리고 내가 키우고 있는 돼지의 입장이 되어 늘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철학이 기본이 되었다고 답했다.

다음은 황금영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최근 축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환경이다. 각종 민원과 규제 모두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혹시 순천종돈장의 경우 환경문제로 주변 이웃과 갈등은 없었는지, 갈등이 있었다면 어떻게 해소했나.

A. 양돈장의 민원은 대부분 냄새 문제이다. 하지만 돼지를 키우고 있는 농장에서 냄새가 전혀 안 날 수는 없기에 우리 농장의 경우 냄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시설을 보완했고, 이와 함께 다양한 노력을 함께 기울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꼽으라 하면 돼지를 모두 출하시킨 이후엔 반드시 전체 돈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결하게 청소한 피트엔 다시 액비를 채운다. 입식한 돼지들의 분뇨가 섞이면 미생물이 발효되면서 냄새를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 농장의 경우 이같은 방식이 안정되면서 직선거리 500m 이내의 민가에서도 단 한 번도 민원이나 고발 같은 것이 없었다.

양돈 농가들이 얼마나 돈사 피트를 청소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피트 청소는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의 민원을 떠나 ‘돼지’를 ‘돼지’라 생각하지 말고 내 식구라고 여기며 쾌적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Q. 사료원료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축산업계에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은 매우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순천 종돈장의 높은 생산성은 귀감이 된다 할 수 있다. 높은 생산성은 어떻게 달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30~40년 전만 해도 돼지 똥은 리어커에 담아서 치우고 나르고, 윈치 커튼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온도를 관리했다.

지금은 모두 무창 돈사로 바뀌어 항상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된다.

돼지를 키우는 가장 좋은 기술은 시설이라고 본다.

제아무리 사양기술이 좋아도 시설이 나쁘면 돼지를 잘 키워내기 어렵다.

시설에 대한 투자는 어느정도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교차가 심하고 사계절이 뚜렷해서 봄‧가을시설, 여름시설, 겨울시설이 각각 대로 모두 갖춰지면 완벽하겠지만 그렇게 하게되면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결국 내 양돈장이 아니라, 은행 양돈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시설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고, 나머지는 생산성으로 커버해야 한다.

생산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종돈’이다.

종자가 좋지 않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

그래서 매년 좋은 종돈을 직접 선발해 수입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직원들의 안정화다. 돼지의 교배와 분만 과정에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며, 돼지의 건강상태를 보고 바로바로 처치하는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포진되어 있어야 한다.

직원들의 능력이 곧 농장 생산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사료다. 사람이나 돼지나 먹거리가 좋아야 건강하다. 건강한 돼지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

Q. 종돈을 직접 수입하고 있다는 얘기가 흥미롭다. 수출국에 직접 방문해 수입한다는 얘기인가.

A. 예전엔 우리 농장도 대기업 농장에서 수입한 순종 돼지를 사와서 교배시켜 판매했었다.

직접 가서 수입해 오면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직접 수입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언젠가 한번은 입식한 돼지가 PRRS에 걸려가지고 들어왔는데 종돈장에선 그 얘기를 전혀 해주지 않았다.

그 때 당시 PRRS 때문에 한 2년 동안 정말 크게 고생하면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게 됐다. 당시 우리농장의 컨설팅을 하는 박사가 “외국에 나가 직접 종돈을 선발해 사오는 게 어떻겠냐”는 얘길 하더라.

그때부터 수출국 농장에 방문해 직접 종돈을 보고, 구입해 오고 있다.

오퍼상이나 큰 회사를 통해 돼지를 수입하지 않고 직접 눈으로 돼지를 보고 선발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종돈 판매도 많이 활성화됐다.

Q. 대표님께선 직원을 ‘농장의 꽃’이라 표현한다고 들었다. 어떤 이유인가?

A. 우리 농장 직원들의 평균 근무 연수는 10~15년이 넘는다. 양돈장에 한 번 적응하면 좀처럼 그만두지 않는다. 직원들의 근무여건이나, 복지, 사기함양에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직원의 안정은 농장의 생산성과 직결되어 있다. 얼만큼 숙련된 작업자와 기술자를 농장에서 고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농장의 성적이 좌우된다.

농장의 직원을 단순한 직원이나 일꾼, 노동자로 생각해선 안된다.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직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농장의 경우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자신들이 농장과 돼지에 신경쓰고 일한 만큼의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내 농장, 내 일처럼 열심을 다해 준다.

돼지와 직원, 농장주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가족처럼 여기며 지내야 모두가 발전한다.

황금영 대표는 순천종돈장 50주년을 기념해 카길애그리퓨리나 군산공장을 찾아, 직접 만든 캔햄을 카길직원들에게 선물했다. 황 대표는 “지금의 순천종돈장은 한결같은 품질의 영양 덕분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황금영 대표는 순천종돈장 50주년을 기념해 카길애그리퓨리나 군산공장을 찾아, 직접 만든 캔햄을 카길직원들에게 선물했다. 황 대표는 “지금의 순천종돈장은 한결같은 품질의 영양 덕분때문이었다”고 말했다.

Q. 조금 더 과거로 이동해 보고자 한다. 1973년 모돈 6두로 양돈업을 시작하셨다. 전업 양돈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돼지를 키우던 때는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돼지를 사육했을 것 같다.

A. 6마리로 시작한 돼지 사육은 얼마가 지나지 않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빚을 얻어서 농장 뒷 부지 땅 350평을 계약해 농장을 지었다.

당시는 변변한 작업 기구가 없어 모든 걸 손으로 직접 작업했다. 냇가에 나가 삽으로 자갈을 퍼올리고 리어커로 끌고 와서 이것들로 기초 작업을 했다.

벽돌 가격도 만만치 않은지라 한 장 한 장씩을 직접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나무를 베어다가 통나무에 밧줄을 엮고, 시멘트를 개어 세 사람이 밧줄을 들었다 놨다 하며 멍청이 벽돌을 찍어냈다. 그렇게 내손으로 손수 양돈장을 지어 완성해 돼지를 들였다.

Q. 대학(건국대)에서 축산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안다. 왜 하필 돼지사육이었나.

A. 학교를 설립한 상허 유석창 박사는 축산진흥이 농촌부흥의 지름길이며 농촌부흥이 국가건설의 밑바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서 축산을 진흥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곧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고향에 내려와 돼지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당시만 해도 농촌에서 돼지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며, 돼지의 거름 냄새는 농촌의 향기로 여겨질 만큼 귀한 가축이었다.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면 인근 농가에 한 마리씩 분양해주었다. 돼지의 거름은 양질의 거름으로 활용되며 가뜩이나 비옥한 순천의 농지를 더욱 기름지게 만들었다. 순천 ‘금평마을’의 원예작물이 가장 먼저 번성하고 발달된 것엔 이같은 배경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얘기는 벌써 40여년전의 일이다.

지금 돼지농장은 이웃 주민들에게 혐오시설이요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Q. 양질의 비료와 단백질 공급원으로 환영받던 축산업이 공공의 적이되고 민원과 혐오의 대상이 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여기까지 오게 된 부분에 농가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부터 수신제가(修身齊家)라 하지 않았나. 자기 자신을 정갈하게 닦은 후에 모든 것이 다스려진다는 것은 곧 진리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양돈농가들은 효율성 보다는 싼 가격을 선호하고 당장에 이익이 되는 것만을 추구해 온 경향이 있다.

더욱이 주위 이웃을 돌아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명절이 됐으니, 누구네집 노인이 칠순이 됐으니 돼지나 한 마리 갖다줘야겠다’라는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는 이웃의 마음을 살 수 없다. 이웃의 어려운 점과 아픈 일과 기쁜 일을 모두 내일처럼 생각해야 한다. 양돈 농가의 경우 더더욱 이웃과 형제처럼 지내야 한다.

언제 우리 양돈장에서 냄새가 날지, 또 오수가 나올지,

양돈장 일은 아무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엔 11개의 양돈장이 있다. 양돈장들은 서로가 경쟁하듯 마을회관의 냉장고에 돼지고기가 떨어질세라 서로 채워 넣기에 바쁘다.

마을 어른이나 주민들은 “무슨 돼지를 또 가지고 왔느냐”면서도 싫은 기색이 없다.

항상 주위를 돌아보며 어려운 사람이 없나를 살펴보고, 먼저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그래야 우리 축산업계에도 우군이 생긴다.

Q. 지속가능한 양돈업을 위한 고견을 듣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A. 어떤 이들은 축사만 봐도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코가 아닌 눈으로 냄새를 맡는 사람을 당해내기는 정말 어렵다. 축산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한 번 생각하고 껴안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민원이 들어오면 ‘냄새를 측정해보라’라던가 ‘재판을 하던가, 고발을 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냄새나는 축산이라면, 그만두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웃에게 불쾌감을 주고도 ‘나는 잘못이 없는데, 주위 사람들이 유별나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다.

주위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 농장을 정리하고 냄새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축산인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 가짐, 축산을 대하는 자세 등 기본을 다지는 철학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건강한 돼지는 건강한 양돈산업의 핵심 기반이며, 또한 맛있는 돼지고기와 한돈의 핵심 경쟁력이다. 결국, 돼지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중요하다.

돼지를 단순히 돼지라 생각하지 말고 우리 식구라 여기며 쾌적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유심히 보고 관찰하며 건강한 환경과 돼지 생산에 최선을 다하면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은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5~6월호(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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