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업의 2세 경영을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보는 '지속 가능한 농업'
양돈업의 2세 경영을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보는 '지속 가능한 농업'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7.07 10:05
  • 호수 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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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산업의 전업화는 1980년대 본격적으로 시도되어 1990년대 구조 조정기를 거쳐 2000년대 확립되었고, 이후 규모화가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양돈업도 1980년을 전후한 때를 창업기로 본다면 당시 20~30대 청년양돈인들 중 상당수가 40여 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7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고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할 때라 할 수 있다.

세대교체 이슈는 향후 축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세대교체 세 가지 방향

현재 양돈업의 세대교체는 양돈농가의 2세에게 농장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방식을 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국내 양돈 분야의 경우 2세 경영뿐만 아니라. 농장 매각을 통한 세대교체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존 양돈농가가 양돈장을 인수해 규모화하는 경우는 세대교체로 볼 수 없으므로 제외하고, 좀 규모가 있는 양돈장의 경우 국내 축산기업의 투자를 받아 기업화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세대교체의 주체는 배합사료 회사나 양돈계열화사업체 등이 주류를 이룬다.

양돈 관련 일에 종사하다가 2세 경영에 실패한 한계 농장을 매입해 양돈농장 경영자로 변신하는 예도 상당수 있다.

대개 50대 전후의 배합사료 업계 종사자나, 종돈 업계 종사자가 세대교체의 주체가 된다.

양돈 관련 업계에서 양돈장을 경영하기로 마음먹은 이들 대다수는 양돈업의 가치, 미래를 발견했다 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사육기술 등을 익혀 왔기 때문에 곧바로 성과를 내게 된다.

 

2세 경영 왜 실패하나!

2세 경영 실패는 2세들이 양돈장을 잘 운영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세대가 2세에게 양돈장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외부 주체에 양돈장을 매각하게 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자녀 세대는 왜 양돈장을 인수하려 하지 않을까?

자녀 세대가 양돈장 경영을 거부하거나 관심이 없는 이유는 부모 세대가 양돈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부모 세대 중에는 자신은 여러 조건과 상황 때문에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웠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힌 이들이 있다. 이런분들 상당수가 본인의 자식만은 고되고 힘든 농업에 종사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러한 부정적 사고는 자녀 세대에 알게 모르게 전달되고 농촌과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축산현장과 멀어지는 계기가 된다.

양돈업의 미래가치를 진작에 알아차린 경영주의 경우는 양돈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자녀들에게 전파되면서 자녀들의 대학진학도 자연스럽게 농과대학이나 축산 관련 학과를 선택하고, 농장 경영에 조금씩 관여하면서 2세 경영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보통은 이러한 농가의 경우는 농장 경영도 알차게 해오며 적정 수준 이상의 성적과 소득을 올리며 2세 경영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충분한 소득과 경영 안정

2세로의 세대교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농장 경영으로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양돈업계의 경우 수급 상황으로 인해 소득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운에 맡긴 경영이 많은데, 중단기적 불황도 이겨낼 수 있는 생산성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 어떤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려야 자녀 세대에게 양돈업을 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이 개인의 노력 측면이라면 공동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단기적 불황을 벗어날 수 있는 수급 조절, 가격 변동에 대응한 안정제나 보험, 가축 질병을 차단할 수 있는 국가적 대응 능력 등 농가들의 경영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

언제든 돈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불안정한 시장이라면 2세 경영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안전망 확대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일도 결국은 앞선 세대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개념을 축산업계도 오랫동안 이야기했으나 축산업계는 지속 가능한 개념에 충분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지속 가능한 경영, 지속 가능한 개발은 1987년 유엔의 브룬트란트 보고서에 담긴 개념으로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양돈업계가 처한 상황은 현세대가 미래 세대의 발전과 성장을 가로막는 지속 가능하지 못한 성장을 해왔다 할 수 있다.

양돈장 건설 소문만 나와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사실상 신규 양돈장 건설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가축사육 제한구역 설정 등 지자체의 거리두기 조례로 인해 양돈장뿐만 아니라 모든 축산 관련 시설이 신규로 건설되는 것이 가로막혀 있다.

여기에 각종 환경 관련 규제, 방역 관련 규제가 더해져 농가를 옥죄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규제의 종류가 늘어나고 강도가 세지는 이유는 결국 반복해 제기되는 민원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돈장 냄새가 문제가 되어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졌는데, 그래도 냄새 민원이 줄어들지 않으면 또 다른 규제를 만들고 기존 규제의 강도를 조금씩 높이는 식으로 공무원들은 대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냄새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규제를 교묘히 피해 가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고, 공무원들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결국 악취관리지구 지정이나 사육 제한 같은 극단적 제도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현세대가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두고 환경관리를 해오고 지역 주민의 민원에 긴밀히 반응했다면 축산업을 둘러싼 강한 규제까지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현세대가 양돈업을 시작했던 1980년대~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양돈농가들이 돼지를 더 많이 키우고,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하였다. 지금과는 정책의 온도 차가 심한데 지속 가능한 농장 경영을 해오지 못한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두고, 주변 이웃의 불편함에 반응하는 일은 차세대 양돈농가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언

2세 경영, 가업승계농가의 탄생은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축산의 주요지표가 될 수 있다.

이웃과 구성원과 협력과 연대, 환경보전 활동 그리고 적절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소득이 부족하거나, 환경을 훼손한다거나, 이웃이나 직원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등 이 중 어떤 하나라도 망가진다면 지속가능성은 담보하기 어렵고, 2세 경영으로 전환도 어렵다 할 수 있다.

양돈업에서 지속 가능성은 현 경영주의 양돈업에 대한 건전하고 긍정적 사고를 갖는 일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충분한 소득을 올리기 위한 경영 안정을 위한 개인의 노력(생산성 향상)과 공동체의 노력(양돈농가 간 연대협력-자조금, 협동조합, 협회활동 참여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두고 주변 민원을 해결해 가는 적극적인 모습이 현세대에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이 누적이 되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축산업의 발전을 옥죄는 규제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특집에서는 지속 가능한 농업과 축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축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이나, 기업, 어떤 산업분야의 사회적 책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개했듯이 농가들이 적절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각종 재해 등에 대비한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본 원고는 한돈자조금 소식지에 투고한 원고를 수정‧보완하여 수록하였습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5~6월호(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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