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대담]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2.07.07 10:15
  • 호수 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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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판로개척’
친환경농업·농민기본소득 농업·농촌 문제 풀 열쇠

대담자 : 김재민 편집장, 정리 및 사진 : 김지연 기자

 

정년을 4년이나 남겨두고 과감히 고향인 강원도 양양으로 귀농을 선택한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양양의 작은 사과 과수원을 가꾸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지는 창간호 그리고 2년 뒤인 2018년 인터뷰를 진행하며 농경제학자로서 가졌던 농업 농촌에 관한 생각과 귀농 이후 달라진 생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그리고 본지 창간 6주년을 맞아 강원도 양양 윤석원 명예교수의 일터인 로뎀 농원에서 농촌에서의 생활 그리고 농정에 대해 대담을 진행했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전문이다.

김재민 교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은퇴하신 후에 농장에 찾아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7년 만에 양양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윤석원 농사 경험이 처음이라 실수도 하면서 문제를 조금씩 개선해 가며 농장을 가꿔가고 있습니다. 처음 양양으로 귀농을 했을 때 품목 선정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는데, 생소한 품종인 알프스오토메(미니사과)의 친환경 재배를 도전했다가 한 번 수확하고 냉해 피해를 보아 일반 사과 품종으로 수종을 전환해 올해 첫 수확을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전화로 날씨부터 확인하고, 농막으로 출근해 점심 전까지 3시간 정도 과수원을 가꾸고 오후에는 속초 시내에 있는 집으로 이동해 아내와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재민 사과도 쉽지 않은 품목인데, 친환경으로 하려면 재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여러 문제점도 경험했을 것 같습니다.

윤석원 최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값은 조금 더 비싸지만 안전하고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기농’ 인증 마크를 받으려면 3년간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2년 이상 영농 관련 자료가 보관되어야 인증 받을 수 있어서 신뢰 가능한 인증 제도입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규제도 많고, 다른 농장에서 농약이 흩날려 날아온다든지, 과수원 구석에 심은 상추까지 친환경 재배를 하도록 강제한다든지 이런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을 계속 넓혀 나가야 하는데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생산이 정체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4년 전 친환경 인증 받은 것이 아까워 지금도 엄격한 친환경 재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제 불필요한 규제는 내려놓고 윤 교수 나름의 유기농 재배를 할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재민 저희 농장에서 식탁까지 창간 3주년 특집호를 만들 때 농촌 현장에서 가장 시급히 만들어져야 할 서비스로 판로 시스템 구축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윤석원 농촌에는 대다수가 고령층이다 보니 생산된 농산물을 팔아주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대부분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가 있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여전히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값에 잘 팔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생산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들이 유통과 판매까지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는 일에 가장 관심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로컬푸드 정책이 그나마 성과를 내면서 농가들의 주요한 판로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 농산물 가공센터 활성화와 함께 지역 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는 학교급식 시스템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로컬푸드 사업이 활성화된 곳은 문제가 없지만, 학교급식에 지역의 농산물, 국산 농식품이 납품 안 되는 경우도 많아서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머리를 맞대 지역 농산물이 학교급식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로 정착시킨다면 어느 정도 중·소농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농산물 판로 확보를 위해 로컬푸드 매장 안에 친환경 코너를 만들게 되어 있어서 농가들 판로 확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김재민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교수님이 느끼신 부분에 관해 이야기해 주시죠.

윤석원 친환경 농산물은 약 40%가 학교급식이나 공공급식으로 납품되는데 지난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등교 정지로 인해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친환경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친환경 가공식품 업계도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 원료 의존율은 10% 내외에 불과하고 대부분 외국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하고 있고 그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은 생산은 물론 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농가들은 친환경인증 제도 중 유기농 인증을 받는데 보조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이 내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토로합니다. 친환경농업의 경우 쌀과 같은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규모로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소농가들이 대부분인데 규모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인증 비용을 받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가들은 좋은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정부에서 격려는 못해줄 망정 잔류농약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인증 해지를 당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옆 농가에서 농약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면 바로 허용치를 초과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입니다.

현행 인증 제도는 한 마디로 잔류농약 검출 여부가 핵심이고 일반 농산물 잔류농약 기준치의 1/20만 검출되어도 인증이 취소됩니다. 친환경농업의 본질적 가치는 자연환경의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 있는 만큼, 친환경농업의 인증은 얼마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토양 속의 미생물 종류와 수, 그리고 농장 내의 메뚜기 등 곤충의 수를 매년 조사해서 좀 더 정교한 기준과 평가 기준을 전문가들이 만들어 내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얼마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지키고 보전하고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긍정적이고 자긍심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인증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재민 지난 정부 농정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윤석원 문재인 정부 농정은 여러 실기가 많았습니다. 먼저 인사에서부터 농업이 큰 애정이 없는 정치인과 관리에만 능한 관료가 주도하면서 농정의 혁신을 체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은 공익형 직불제 도입, 푸드플랜 등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내용을 보면 성과라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쌀 직불제 폐지 이후 공익직불제로 전환했고, 쌀 생산과잉 시 시장격리 등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지만, 실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치권과 농업계의 쓴소리에 마지 못해 시장격리에 나섰는데, 최저가격 입찰이란 말도 안 되는 행태를 일관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대선은 역대 최소차로 결정이 났는데, 이러한 농업과 농촌을 홀대했던 일들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공익형 직불제도 변동직불금을 폐지하고 고정직불금을 올렸다고 해서 농민들의 삶이 좋아졌을까요.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직불금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쌀 가격을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쌀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프레임만 거창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푸드플랜은 계획을 들어보면 그럴듯한데, 손에 잡히는 게 전혀 없습니다. 철학도 중요하고, 가치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에게 손에 잡히지 않는 이러한 구호들로는 우리 농민의 삶의 질을 낫게 하지 못합니다.

현재 농업과 농촌에 주축을 이루는 농민에 대한 배려 있어야

김재민 교수님께서는 농업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농업 문제는 해결이 쉽다고 이야기하시면서, 농민과 농촌 문제가 얽혀 있어서 답을 내기 어렵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윤석원 맞습니다. 농업 문제는 농촌 문제까지 섞여 있습니다. 농업만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답은 나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친환경농업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전체 경지면적의 5% 수준에 그치는 친환경농업 면적을 오는 2050년까지 30%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30%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치이지만, 저는 친환경을 쌀 농업부터 시작하면 면적 기준으로 봤을 때 비율상 불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저히 낮은 농민들의 소득을 고려해 기본소득이나 농민수당 등의 예산이 확보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농민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적은 액수라도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야 합니다. 농가 한 호당 연간 100만 원을 지원하게 되면 1조 원의 예산이 드는 만큼 정치권과 농민들이 잘 상의해 적정한 수준에서 기본소득을 정한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농촌에서는 대부분 수확기에 목돈이 생기기 때문에 평소 10만원도 매우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금 현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농촌에는 빈집만 남고 10~20년 후에는 농촌은 소멸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출산율만 봐도 답 나오듯이 농업 농촌 또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본과 신기술을 농촌과 농민을 이해하는 곳에 쓰지 않고 성장만 앞세우는 농정철학이 지속된다면 우리 농업의 장래는 어둡습니다.

실제 농업 현장에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세대는 60~70대입니다. 귀농하는 사람 대부분도 이 세대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청년농 위주로 지원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식들을 농촌에 보낼 자신이 없으면서 남의 자식에게도 농촌에 보내라고 말하는 농정 관료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농 육성도 중요하지만, 현재 농업과 농촌에 주축을 이루는 농민에 대한 배려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5~6월호(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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