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악수하고 나무와 씨름하는 숲 보여줘요."
"개구리와 악수하고 나무와 씨름하는 숲 보여줘요."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10.12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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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힐링플레이 유혜선 대표

국내 숲체험 인프라 열악···산림선진국서 교육 이수
트리·아로마·에코 등 신개념 체험 프로그램 발굴
“사회적 약자 산림혜택 누려야” 사회적기업 결심

유혜선 힐링플레이 대표
유혜선 힐링플레이 대표

엄마는 아이와 숲에 갔다. 숲만큼 좋은 교육 환경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산에도 공부할 게 많았다. 아이에게 숲을 알려주기 위해 숲해설가 자격증도 땄다. 숲에 치유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재밌었고 가슴이 뛰었다. 산만큼 무궁무진한 건 없었다. 다만 숲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부족했고 열악했다.

농업계, 임업계에는 수많은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산을 소유하고 가꾸는 사람들은 6차산업을 꿈꾼다. 6차산업은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사업 중 하나다. 농민들은 자신의 농장에 다양한 체험 라인업을 구축하고 싶어하지만 늘 부족한 건 아이템이다. 국내 체험프로그램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라지는 건 작물을 심고 가꾸기에만 그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를 보고 직접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숲의 가능성과 비전, 설립 취지에 공감해준 이들은 동료가 돼 주겠다고 했다. 엄마는 숲에 다양한 체험을 삽입하고 싶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산림 선진국인 네덜란드로 날아가 선진지 체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7년 유혜선 대표는 체험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주식회사 힐링플레이를 세웠다.

“정적인 숲 체험을 어떻게 하면 동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죠. 숲 생태계는 24시간 변화와 적응을 반복하는데 숲 체험은 나무 시간표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예요. 재밌는 체험, 느끼는 체험이 필요하다 싶었죠.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가 흥미를 느껴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요.”

곤충을 좋아한 아이는 흥분했다. 딱딱한 껍질을 만져보고 이종 간 긴장감도 느꼈다. 디지털로 구현된 생물은 쉽게 접해 왔지만 실제로 곤충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날로그는 디지털로 해석될 수 없는 곳에 여지를 남긴다. 부모들 사이에서 숲 유치원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해설이 곁들여지면 아이는 스스로 학습할 동력을 얻는다. 재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산림레포츠 시설.
네덜란드의 산림레포츠 시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숲에서 재미를 느껴야죠. 해외 선진지 견학을 하게 됐는데 산림선진국에서는 나무와 노는 게 일상이었요. 산림이 일상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어 모든 연령대가 쉽게 체험하게끔 만들었더라구요. 특히 트리클라이밍은 피를 끓게 만들 정도로 흥분됐었어요.” 

유 대표는 충격을 받았다. 선진국에서는 산림이 첨단산업 못지않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무 위에서 놀았다. 적당한 나무를 선별, 나무 위에 텐트를 구축해 숙박하거나 암벽 등반하듯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기도 했다. 숲에 상주하는 전문가들이 수시로 장비의 상태를 체크해 안전성을 담보한다. 24시간 나무와 호흡하면서 힐링하는 셈이다.

네덜란드에서 수여받은 트리클라이밍 수료증.
네덜란드에서 수여받은 트리클라이밍 수료증.

“힐링플레이에서도 네덜란드의 트리클라이밍을 접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전수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꼭 도입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우리나라 기업연수에 적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해 봤는데 선호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나무만 있으면 가능하잖아요. 앞으로의 산림 스포츠로 각광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대표는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정조준하고 있다. 숲은 자연이 내려준 선물이다. 산을 쉽게 느낄 수 있다면 축복이다. 누구나 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휠체어에 몸을 기대거나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 영유아들은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숲을 바르게 체험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이들에게 숲을 경험하게 해주고 해석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숲해설가 분들도 장애인분들에 대한 교육을 어려워하세요. 드문 경험이잖아요. 오히려 취약계층이 숲의 풍요로움을 만끽해야 하는데. 숲에서 느끼는 촉각경험, 후각경험, 청각경험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죠. 숲체험이 가장 필요한 건 어찌보면 이들인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산에 오르는 것조차도 사치라 여겨질 정도니까요.”

힐링플레이는 국립서울맹학교, 국립서울농학교, 공립대전맹학교 등 장애아동 시설에 숲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숲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고착화돼 있지만 숲을 체험한 학교는 재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반응은 뜨겁다. 노숙인재활시설에도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해 “도움이 많이 됐다”는 피드백도 얻었다.

“아직까지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라주시는 분이 많아요. 체험을 권했을 때도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도 있구요. 이제 막 태동하는 분야인 만큼 시작이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떻게든 이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알려야죠.”

힐링플레이는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으로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들은 충북진천교육지원청, 충북숲해설가협회진천지회, 광주 인애복지관, (사)한국아보리스트협회와도 협업해 숲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찾아가는 숲, 함께하는 숲’을 슬로건으로 내건 힐링플레이는 우리나라 대표 산림휴양문화 전문기업을 꿈꾸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개구리와 악수하고 나무와 씨름하는 숲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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