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안정제 개편, 한우산업 지키겠다는 정부 의지 반영 필요
송아지안정제 개편, 한우산업 지키겠다는 정부 의지 반영 필요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8.01.03 15:08
  • 호수 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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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안정제 도입 의미와 개선방향

1. 한우의 번식 특성과 수급조절

한우와 낙농과 같은 축우산업은 양돈이나 양계와 달리 대량증식이 쉽지 않은 번식 특징을 가지고 있다. 1년에 300개 가까운 종란을 생산하고 1년에 2.5회에 걸쳐 30여 마리의 새끼를 생산할 수 있는 번식 특성을 가진 양계와 양돈은 종계와 종돈장 몇 곳이 적개는 수십 곳 많게는 수백 곳의 비육전문 양돈장과 육계농장, 산란계 농장에 종축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종축산업만 잘 관리하면 수급조절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이에 비해 소는 한 마리가 1년에 1두 생산이라는 번식 특성을 가지고 있어 사육마리수를 늘리는 것도 반대로 줄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번식 특성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급조절에 필요로 하는 시간이 양계와 양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1998년 그리고 2011년 한우파동 당시 이를 정상화 하는데 걸린 시간은 5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됐다. 수급조절의 어려움은 특히 가격이 하락하는 때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가격이 하락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이 정상화되기까지 많은 농가들이 사육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홍수출하의 영향으로 가격을 추가로 하락시키면서 농가의 산업 이탈을 가속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가의 사육심리 악화에 따른 산업이탈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다시 가격이 폭등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쇠고기 수입이 증가되는 일이 반복해 일어난다.

2. 한우산업 불황 번식농가에 피해 집중

1998년 2차 한우파동, 2011년 한우파동에서 주는 교훈은 파동 당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의 피해가 누구에게 집중되었냐는 것이다.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크게 하락을 하게 되면 바로 이어서 산지 송아지 값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래 그림의 그래프를 보면 위쪽이 2000년부터 최근까지 수송아지 가격이고 아래쪽이 같은 기간 도매시장 경락 가격인 데 그래프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소 가격이 하락하면서 비육농가들의 사육심리가 위축되어 송아지 입식 을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소 가격 하락에 따른 부담이 번식농가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육농가는 송아지 구매비와 사료대 등의 비용과 출하한 한우의 가격을 가지고 계산을 하면 이익이 큰 폭으로 줄거나 늘어난 때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한우생산비조사에 따르면 한우 비육농가는 2011~2014년까지 손실을 보고 2015~2016년은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6개월령 송아지를 구매해 24개월간 비육을 하고 출하를 가정했을 때 2011년 1월에 입식해 2013년 1월에 출하를 한 농가의 통계청 사육비 조사 방식과 순익 계산방식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비육농가는 소를 판매한 대금으로 폐업을 하지 않는 이상 송아지를 곧바로 구매해 입식을 시킨다.

2011년 소를 입식시킬 당시 송아지 가격은 비쌀 수 있지만 소값 하락이 장기화 된 2013년 1월이 송아지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해 있었을 것이다. 2013년 수입으로 송아지를 구매하기 때문에 그 때를 기준으로 손익을 계산하면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위의 공식으로 순익을 다시 계산한 결과 큰 소가격의 변동과 상관없이 비육농가는 50~100만원의 순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계산됐다. 통계청이 손실을 봤다고 한 2011~2014년에도 비육농가들은 손실을 보지 않았고 2015~2017년 또한 큰 이익을 보지 못했다. 큰 소 가격이 오르면 송아지 가격도 함께 오르고 큰 소 가격이 하락하면 송아지 가격도 연동되어 하락하기 때문에 한우비육농가는 가격 하락에서 오는 위험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번식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농가는 송아지 가격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다른 곳으로 전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격 하락기에 접어들 면 번식농가들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우사육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번식농가는 줄고 비육농가 수는 유지되거나 소폭 줄었기 때문에 송아지가 부족해지면서 송아지 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1998~2002년, 2011~2015년까지 한우파동 당시 수많은 번식농가들이 산업에서 이탈하면서 사육기반이 부실해 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

한우가격 변동 시 피해가 번식농가에 집중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번식전문농가 육성사업은 위험을 더 키우는 방식이 될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3. 2012년 송아지안정제 개편 평가

정부는 2012년 한우사육두수가 기준보다 많을 경우에는 송아지 안정제 발동기준까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발동이 되지 않도록 설계를 했는데 당시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제가 발동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송아지안정제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의 상황도 한우사육두수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고 여기에 외환위기, 한우시장개방 등의 외부 요인이 더해지면서 한우파동이 발생한 것이다.

송아지안정제가 도입될 당시의 상황도 2011~2014년의 상황도 FTA에 따른 시장개방, 사육두수 증가 등 1998년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가격 변동도 함께 완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을 종합할 때 2012년 안정제 개편은 안정제 도입 당시의 정신에 서 크게 후퇴한 개악이라 평가할 수 있다.

4. 안정제 보험이 아니라 약속

송아지 안정제는 얼마 전까지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소득보전보험과 매우 유사하게 설계되었다. 농가와 정부가 매칭 펀드를 조성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일정 금액을 지급해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보험처럼 설계되지는 않았지만 쌀변동직불금도 펀드를 정부 예산으로 조성한 것 빼고는 기준가격을 정하고 그보다 가격이 하락하면 일정한 비율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보험과 같은 설계로 인해 농가, 공무원, 정치인은 물론 학자들까지 송아지 안정제나 변동직불금을 가격이 하락하면 농가에 돈을 지급해 주는 사업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우번식농가는 가격이 하락해 안정기금을 20~30만원 받는 것보다는 송아지 가격이 200만원대 중반에서 항상 형성되어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리는 것을 더 좋아 할 것이다.

쌀 생산농가도 쌀값이 하락해 변동직불금을 받는 것보다 가격이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그리고 2012년 송아지안정제를 개편하지 않아 안정기금이 계속 지급되었더라도 중소 번식농가의 폐업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농가들이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간이 4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송아지안정제는 소득을 보전해 주는 보험과 같은 성격도 아니고 손실분을 보전했더라도 농가들의 폐업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면 안정제는 없애야 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안정제를 도입할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에는 너무 많은 농가들이 폐업을 해서 한우산업이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다. 정부가 나서서 농가들에게 한우사육을 지속해 달라고 호소를 해도 먹히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는데 그 때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면 하락분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정부가 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나서 가격도 책임져 주고 수급도 조절할 테니 농가는 안심하고 사육에 전념해 달라는 것이었다. 송아지안정제는 농가의 사육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막는 도구였고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의 증표다.

다시 설명하면 송아지안정제는 가격이 하락 하면 손실을 보전해 주는 소득보전용이 손실보전용 보험이 아니라 정부가 송아지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이행을 약속하는 보증보험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 송아지안정제의 도입은 한우의 번식 특성상 한번 발동되면 2~3년 동안 계속 안정기금을 지급을 해야 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하는 모험과도 같은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제도를 과감히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한우산업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신호를 농가들에게 보낸 것이다.

5. 결론 및 시사점

2012년의 안정제 개편 논의는 정부가 한우산업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손실을 일부 보전을 해주겠지만 사육두수 가 늘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농가들 책임이니 농가들이 알아서 부담하라는 메시지와 같았다.

정확한 안정제 발동기준이나 금액은 말할 수 없지만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기준을 잡고 발동도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곧바로 발동되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손실분을 되도록 거의 다 보전해 주고 발동도 쉽게 되도록 설계가 된다면 분명 정부는 재정투입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같은 일이 반복되거나 장기화 되면 여론의 눈치도 살필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한우가격이 하락한 다음에 뒷수습을 해왔던 과거의 관례에서 벗어나 재정 을 아끼기 위해 선제적으로 수급조절에 나서게 될 것이다. 쌀변동직불금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부담을 느끼는 수준까지 변동직불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설계가 되면 정부가 쌀 가격이 하락하는데도 관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과감히 농가들의 요구를 수용해 발동기준을 조정하겠다는 배포를 정부가 보여준 다면 농가들도 정부를 믿고 한우사육을 계속할 것이고 정부가 발동이 될 수 없는 수준에서 묶어 두려고 노력한다면 아직까지 사육을 지속하고 있는 8만 한우농가 중 중소번식농가 상당수가 머지않은 미래에 사육업에서 이탈하며 한우사육 기반은 계속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양돈과 양계와 같이 한우는 종축산업개념이 없다. 번식농가 하나하나가 종축을 관리하는 종축업자들이며 그 규모가 작아 완전경쟁시장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시장에만 맡겨 두면 ‘시장의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안정제 개편 논의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농가들의 요구대로 발동은 지금보다 쉽게 그리고 금액은 지금까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상향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때 농가들의 사육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불황 때마다 모든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번식농가들이 안심하고 우리 한우종축을 보전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발동이 되는 송아지안정제 뿐만 아니라 쌀 고정직불금과 같이 한우종축을 보전하는 번식농가에 대한 새로운 지원책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한우농가들은 한우산업이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아지안정제의 개편, 고정직불금제도 도입 등으로 이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기업농장화 된 양돈, 양계산업과 달리 한우는 지금의 가족농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