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
[인터뷰]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2.09.21 16:59
  • 호수 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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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오리농법의 선구자이자 유기농업 1세대
오리, 메기 등 다양한 친환경농법 전파한 1등 공신
친환경농가 스스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 만들어져야
소비자는 공동생산자, 함께해야만 위기 극복 가능

[팜인사이트=김지연 기자] 충남 홍성은 지난 2014년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됐다. 이후 한 차원 높은 유기농업 및 친환경농업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이 적정가격에 소비될 수 있도록 유통 채널 관리, 농특산물 홍보 판촉에 앞장서고 있다.

이 곳에서 45년째 친환경농민으로 살고 있는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은 우리나라 유기농업 운동 1세대 원로 중 한 명으로 국내 최초 오리농법의 선구자이다.

주 위원장은 10대 후반부터 풀무학교라는 사립농업학교에 다니면서 유기농업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 유기농사에 뛰어들었다.

 

또한 국내에 오리농법, 메기농법, 화학비료없이 농사짓는 법 등 다양한 친환경농법을 보급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전파해 온 1등 공신이다.

친환경농업은 생태계를 살리는 농업이며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이 확대된다고 말하는 주 위원장은 국내 최초로 마을의 100년 계획까지 세운 장본인이다.

또 주 위원장은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운동을 했다면 현 시대의 독립운동은 땅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독립운동이라며 우리가 하지 않으면 후대들에게 해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무투입농법에 집중하고 있는 주형로 위원장을 만나 친환경농업의 전반적인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친환경인증제 생태계 보전 기여에 초점 맞춰야

농림축산식품부는 2000년대 이후 제5차에 걸친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친환경인증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5% 남짓인 약 8만1000ha에서 정체돼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값은 조금 더 비싸지만 안전하고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유기농’ 인증 마크를 받으려면 3년간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야 인증 받을 수 있어서 신뢰 가능한 인증 제도인 건 맞지만 불필요한 규제도 많고, 다른 농장에서 농약이 흩날려 날아온다든지, 과수원 구석에 심은 농작물까지 친환경 재배를 하도록 강제한다든지 등등 불필요한 규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중심의 친환경 인증제도 방식은 시대의 변화 속에 그 흐름을 따르지 못하면서 친환경농업의 생태환경 보전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인증제도로 변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행정기관들은 변화되는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잔류농약이 검출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친환경인증 여부가 결정되고 그것으로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판단해 버렸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런 규제들과 관련해 친환경농업 인증취소 사례가 속출하면서 지난달 27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 위원장은 “현행 인증제도는 잔류농약 검출 여부가 핵심”이라며 “친환경농업의 본질적 가치는 자연환경의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 있는 만큼, 친환경농업의 인증은 얼마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농업 최우선의 가치, 하늘 공경 땅 사랑

유기농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는 질문에 주 위원장은 정부의 접근방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농업은 생태적 환경과 먹거리 분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인증이라는 제도 속에서 법적인 절차부터 실행을 하다 보니 사법기관처럼 되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격려는 못해줘도 농가들을 도와주는 기관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조사기관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참 안타깝죠. 이제부터라도 정책이 만들어질 때 현장에 있는 농가들하고 협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학자들과 정부기관이 만나서 법을 정하고 정책을 만들다 보니 현장의 애로사항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이처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농가 스스로가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유기농의 근본은 ‘하늘 공경 땅 사랑’으로 하늘의 뜻을 따르고 땅을 사랑하는 것이 유기농이라는 강조했다.

이어 주 위원장은 친환경인증은 과정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서 말하는 과정 중심은 친환경 인증을 취소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온 농산물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땅은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을 계속 넓혀 나가야 하는데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생산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의적이냐 아니냐만 판단하자는 소리다.

“땅 속에 있는 미생물이나 밖에 뛰어노는 동물을 보고 농약을 쓴 건지 안 쓴건지 판단하자는 거예요. 개구리나 메뚜기들이 뛰어놀고 있다면 자연 생태가 살았다고 볼 수 있고 그러면 환경이 살았다는 증거니 그걸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거죠.”

 

5단계 농업 실시…농업의 가치를 바꾸자

이어 주 위원장은 작부자재실명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작부자재실명제를 실시하면 전체적인 통계가 나올 수 있고 이걸로 인해 수급조절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주 위원장은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과 작물이 크는 과정은 일치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시절이 있어야 중년이 있고 중년시절이 있어야 어른이 있고 어른이 있어야 노인이 있듯이 작물도 똑같은 거라고. 그래서 무농약 과정이 끝나면 유기농으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보통의 농가들은 무농약에서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유기농업 다음 단계를 일반적으로 순환농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주 위원장은 5단계농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단계농업은 일반농업, 2단계는 제초제 1회만 사용한 농업, 3단계는 무농약, 4단계는 유기농업, 5단계는 순환농업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을 경제적 잣대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농업을 돈으로 보면 안 되고 계약재배를 실시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생명체(작물)와 생명체(농부)의 만남이라는 거예요.”

이 만남이 즐거운 만남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주 위원장은 이번엔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너무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하다 보니 힘든 거예요. 그것보단 첫 번째 초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적 가치가 우선이고 두 번째는 환경적 가치예요. 그리고 세 번째는 문화‧관광의 가치, 네 번째가 바로 경제적 가치예요.”

마지막이 공익적‧다원적 가치라는 주 위원장은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면 안되고 경제적 가치는 자연적으로 따라오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꼬집었다.

공익적 가치가 상승하면 경제적 가치는 조금 줄 수 있지만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상해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농민이 이야기하면 안 되고 다른 분야에서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농보다는 ‘지속 가능한 농업’

주 위원장은 유기농이라는 단어보다는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그래야 일반농업하고 격차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야 희망이 있고 일반농업하고 유기농하고 분리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생산자와 소비자는 분리될 수 없다는 주 위원장은 농업인들이 어떤 농산물을 심고 싶어도 마음대로 심을 수 없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통해 더 나은 작물을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손을 잡고 힘을 합쳐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먹거리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통해 생태환경을 지키고 나아가서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소비자들이 후대를 위한 공동생산자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 위원장은 친환경농업의 기술과 가치를 이웃과 더불어 전 국민이 함께하고 전국에 퍼지는 것이 친환경농업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해야만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소리다.

 

좋은 일에는 좋은 사람이 함께 한다

마지막으로 주 위원장은 “교육과 농업이 함께 손잡고 더 멋지고 아름다운 순리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10여년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농업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해 ‘학교 텃논사업’을 기획하게 됐고 ‘찾아가는 도심 속 논학교 교육’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도심 속에 찾아온 작은 논을 통해 농업의 순수한 가치를 존중하게 되고 유기농업을 통한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경험하게 되고 작은 논의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함께 협동하며 더불어 가는 삶을 배우는 등 많은 소중한 가치들을 배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농촌,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하는 주 위원장의 발걸음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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