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육계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9.23 10:15
  • 호수 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혁신을 위한 투자, 산업발전 가로 막는 규제 개혁 필요
닭고기 산업 둘러싼 고차방정식, 구성원 간 갈등을 푸는데서 시작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육계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1990년 축산계열화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예상치 못했던 부정적 외부효과를 완화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재 단기적 위기로 국제 곡물 가격 폭등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가 있을 수 있고, 상시 발병 가능한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 문제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축산계열화업자나 양계농가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위험을 감수하며 경영을 해야 하는 문제이다.

한우나 젖소처럼 자급조사료 등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한 가축 사육이 양계에서는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곡물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은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농가들이 방역 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주변국에 상시 관련 질병이 발병하고 철새 등을 통해 농장 주변에 바이러스가 농장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육계 산업의 발목을 잡는 수급조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도한 규제, 자조금 활성화 문제, 계열화 사업자와 농가 등 구성원 간의 갈등 문제는 구성원들이 상호 노력하며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있어 산업의 성장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할 수 있다.

수급조절 문제 해소 방안

축산물 중 닭고기는 단기사육과 빠른 증식 등의 특성으로 인해 공급량의 증감이 다른 품목에 비해 매우 크고 그에 따른 가격 편차도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가격 변동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정부는 축산계열화사업을 추진했고 가격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계열화 사업자가 흡수하도록 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계열화 사업자를 위한 인센티브는 가격 변동에서 오는 이익을 계열화 사업자가 취하도록 하는 것과 필요 물량을 미리 확보해 사업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가격 변동에서 오는 이익은 거의 없고, 손실만을 떠안으면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수급조절, 중장기적 수급조절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함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수급조절 프로그램을 단합으로 규정하면서 계열화 미참여 농가는 닭을 키울 수 없게 되었고, 중소계열화업체는 도산하면서 산업 구조가 대기업 중심의 과점산업으로 급속도로 변화하도록 하였다.

정부가 양축 중에 발생하는 손실을 민간인 계열화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만드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이명박 정부 당시 농협의 사업 분리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에 부여했던 규제 예외가 농협 자회사와 농협경제지주에는 적용되지 않으면서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각종 조세특례 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등 경쟁 방지 조치 등에서 예외를 적용받았던 농협의 사업장들이 규제 대상이 되자 당시 농림부는 국회 농해수위원들을 설득하여 타 위원회에 농협경제지주와 산하 자회사에도 동일한 규제 예외 조항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여 농협법 개정 이후 1년 가까이 후속 입법 과정이 이뤄진 경우가 있었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정부가 더 관심을 두고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육계업계는 2006년에 이어 2022년 두 번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수급조절 사업을 문제 삼고 있는데, 2006년에는 관련 법을 숙지하지 못했다 할 수 있지만, 2022년의 사례는 2006년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 행정을 펼치지 못했다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조금 문제와 낮은 부가가치

현재 닭고기 자조금은 타 품목과 비교해 보면 활성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2020년 기준 축산자조금 총조성 규모로 보면 돈육, 한우, 우유, 오리, 육우 순으로 자조금을 조성하고 있고, 생산액 대비 조성율로 살펴보면 육우, 한우, 우유, 돈육, 오리 순이다.

돈육의 경우 거출액 대비 조성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정부의 보조금 비중이 25%로 다른 품목에 비해 정부 보조금이 적었기 때문이다.

생산액 대비 농가의 기여율이 높을수록 자조금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할 수 있는데, 농가 거출금 조성률을 볼 때 육우가 0.41%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돈육 0.28, 한우 0.27 우유 0.19 순으로 나타났다.

육우는 산업 규모가 작아서 자조금 총 규모는 21억에 불과하지만, 농가들이 자조금 사업에 관한 관심과 협조만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닭고기의 경우 생산액 기준으로 2조 원대로 우유와 비슷하므로 농가 거출금 40억 원 이상을 거출하고 정부가 50%를 매칭한다고 할 때 80억 원 규모의 기금 조성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닭고기 자조금은 정부 보조금 포함 4억 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닭고기 자조금의 저조한 실적은 산업이 축산계열화업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자조금은 소비 촉진, 수급조절 등에 주로 활용되는데 두 프로그램 전부 닭고기 가격을 지지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농가들의 경우 축산계열화업체로부터 닭고기 가격과 상관없이 고정된 사육보수를 받고 있어서 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다만 소비 촉진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여 닭고기 소비량이 증가하면 농가들의 사육회전수 증가라는 간접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자조금 사업의 직접적 혜택은 축산계열화사업자들에게 돌아가지만 농가와의 오랜 갈등이 누적되면서 자조금 조성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자조금이 축산계열화사업자에게 비협조적인 농가들을 위해서도 사용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자조금이 산업의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하는데, 자조금 운영 주체에 따라 자조금이 더 걷히기도 하고 덜 걷히기도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돼지, 한우, 낙농 등 자조금 조성에서 성과를 내는 품목은 지난 십여 년간 꾸준히 80~200억 원대의 기금이 각 품목에서 조성되어 꾸준히 사용되면서 산업이 발전하고 해당 품목의 가치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쉽게 발견된다.

2019년 돼지는 1,782만5,247두를 공급하였고, 2021년 1,838만2,767두로 56만두 정도 공급이 늘었지만, 도매가격은 2019년 3,843원/kg에서 2021년 4,722원/kg으로 상승하였다.

한우도 마찬가지로 2019년 76만6,558두를 공급하였으나 2021년 79만5,432두로 공급이 3만두 가까이 증가하였으나 도매가격은 2019년 1만7,947원/kg에서 2021년 2만1,169원/kg으로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경험하였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6월호)

이와 달리 2019년 닭고기는 10억5,999만 수를 공급하였고, 10억3,564만 수로 약 2,435만 수가 감소하였다.

그런데 닭고기 도매가격은 2,777원/kg에서 2,780원/kg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급을 크게 줄였음에도 가격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닭고기에 대한 가치를 낮게 두고 있고, 높은 금액을 낼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반대로 생산량 증가에도 단위당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은 혁신의 결과라 이야기할 수 있다. 한우와 국내 양돈산업의 혁신적 결과물은 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현재에 빛을 발하여 위기 국면에 농가들이 버텨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닭고기 산업은 대기업이 관련 산업을 주도하면서 외형상은 크게 발전한 것 같지만 공급이 조금만 증가하여도 가격이 폭락하는 매우 허약한 체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닭고기 산업에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매우 불안정한 품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 품목에 대한 특별한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 있는 현재 정부의 행태를 고려할 때 자조금 사업의 활성화는 양계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근본이지만, 현행 자조금제도 안에서 그리고 현재 계열 주체와 양축농가와의 갈등 구조 속에서는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닭고기 산업 문제 해결할 방정식

방정식은 어떤 미지수의 값에 따라 참도 되고 거짓도 되는 식을 말한다.

우리가 모르는 값이 하나이면 1차 방정식 두 개이면 2차 방정식이라 부르는데, 현행 닭고기 산업을 둘러싼 문제는 여러 개의 해를 구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라 하겠다. 구해야 하는 미지수가 많은 방정식은 값을 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아니 방정식을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파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닭고기 산업은 풀어야할 해가 너무 많다 보니 양계산업을 진흥해야 하는 정부도 포기하는 형국이다.

현재 가장 크게 보이는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가 법률 개정을 통해 풀 수 있는 문제이고, 자조금은 농가와 계열주체 간의 갈등이 아닌 협력 체계를 만들 때 가능하다.

닭고기 산업의 낮은 부가가치는 닭고기 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꾸준한 투자와 혁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자조금 조성이 되지 않다 보니 다른 품목과 달리 연구개발, 조사연구 등으로 흘러 들어가는 금액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학계가 닭고기 산업을 위한 연구에 관심을 쏟지 못하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그 해를 구해야만 닭고기 산업은 도약하고 발전할 수 있다. 방정식의 미지수의 값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여러 값 중 핵심이 되는 미지수의 값을 먼저 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닭고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문제는 계열 주체와 농가 간 갈등으로 필자는 파악하고 있다.

먼저 닭고기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연구개발, 조사연구를 통한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데 자조금이 계열 주체와 농가 간 갈등 때문에 기금 조성되지 못하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투자가 가로막혀 있다.

수급조절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도한 규제의 경우 정부와 국회가 법률 개정에 나서줘야 하는데, 계열 주체가 법률 개정을 위한 설득에 나서면 부정한 로비로 비춰질 수 있다. 또 다른 생산 주체인 양축농가들이 나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하나 오랜 갈등 누적으로 양축농가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

결국 닭고기 산업을 둘러싼 여러 문제의 핵심 키는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며, 갈등이 조정되고 협력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양계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 외부환경은 어느 정도 해소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자주 만나 견해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 학계, 언론 등이 갈등 해소를 위한 현명한 중재자로서 나선다면 쉽게 풀어질 수도 있는 문제로 보인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