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를 더 새롭게 가치있게
한우를 더 새롭게 가치있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9.27 11:26
  • 호수 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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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생태축산·동물복지축산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소를 방목해 사육한다거나, 가축에게 고통을 덜 줘야 한다는 인식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요즘 우리 한우업계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대목이다.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한우업계도 소비자들의 관심과 요구에 귀를 기울여 새로운 한우시장 창출에 나서야 할 때다.

실제로 최근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과 방목생태 축산농장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농가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고, 방목하여 생산된 축산물, 동물의 복지에 더 신경을 쓴 축산물에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점차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농가가 방목하고, 동물복지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축산농장도 시장에서 해당 행위에 대해 보상이 주어지는 만큼 즉 시장의 크기 만큼 방목 목장도 동물복지인증 농장도 늘어날 것이기에 해당 시장을 발견한 농가라면 도전해 볼 만 하다는 것이다.

 

정읍 다움농장 전경
정읍 다움농장 전경

방목생태축산

호주, 뉴질랜드, 미국, 브라질 등 국토는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신대륙 국가에서는 소 사육은 주로 방목을 통해 이뤄졌다.

몽골, 중동, 유럽 등의 국가의 경우도 유목과 같은 방식으로 풀 자원을 따라 가축을 이동시키며 사육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소는 방목해 사육된 역사가 거의 없다.

집에 소 한두 마리가 들어갈 수 있는 외양간에 들여 사육하였고, 청초가 나는 계절 낮에는 풀이 많은 곳에 말뚝을 박고 소를 매어 놓고 풀을 뜯도록 하는 정도가 방목 비슷한 행위였다.

한우는 농우로 주로 이용되었고 매우 귀하였기 때문에 방목하여 사육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고, 소 증식, 소의 연구를 위한 국가 목장 정도에서나 제약적으로 이뤄져 왔다.

한우를 가두어 키우는 방식은 농기계의 보급으로 소가 농우로서 가치를 상실한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며, 표준적 사육방식이라 하겠다.

하지만 주요 쇠고기 수출국에서는 소를 방목하여 사육한다거나, 대부분 사육 기간을 청초나 건초 등으로 비육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목 사육한 쇠고기에 대한 높은 호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겨나기 시작한다.

사실 미국 등 쇠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에서는 방목해 사육한 쇠고기가 질기고 특유의 잡내 때문에 전 연령 곡물 비육을 하거나 후기 곡물 비육을 한 쇠고기가 인기를 끌고 있고, 쇠고기보다는 송아지고기를 더 선호하는 식문화가 있다. 방목해 사육한 쇠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로망과 달리 평가는 박하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우리 한우의 경우 소의 생리적,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사료를 급여함으로써 최고의 맛을 끌어내는 반면, 방목한 소의 경우는 풀과 같은 거친 사료만을 먹고 조절되지 않는 날씨, 외부 여러 위협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활동 등을 해야 해서 곡물 비육 쇠고기보다 맛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주가 자국 쇠고기를 ‘청정우’라고 마케팅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방목생태 목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은 전통적인 축산물과 다른 가치로 판단받게 된다.

방목생태 축산농장 지정

방목생태 축산농장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축산업 등 유휴 산지, 농지, 기타토지를 활용하여 초지를 조성하거나 방목으로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초지 또는 임간 방목지의 면적은 1ha 이상 보유하여야 생태 방목 축산농장으로 지정할 수 있다.

방목생태 축산농장이라 해서 초식 가축인 한우나 젖소, 염소 등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한육우, 젖소, 말, 닭, 오리, 염소, 면양, 사슴, 토끼, 돼지 등 축종 제한은 없다.

정부의 지원사업은 초지 조성에 맞춰져 있다.

초지관리에 드는 인건비, 자재대, 측량수수료, 초지 및 사료작물 재배부지 정지비, 초지용 울타리 설치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방목생태 축산농장은 친환경이나 HACCP와 같은 인증프로그램이 아니다. 자격 여건이 갖춰진 농가를 지정하는 사업이며, 한우의 경우 방목생태 축산농장은 자연스럽게 동물복지농장 인증사업을 생각하게 되는데, 방목을 하는 농장의 사육여건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에 핵심적 요소인 단위면적당 사육면적 기준에 있어 소에게 더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방목생태축산농장 지정 현황

현재 방목생태축산농장 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48개 농장이 지정되었고 5개 농장인 지정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그중 한우농장은 18개소로 한우농가들이 방목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으로 보면 산지가 많은 강원지역이 지정 농장에 집중되어 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의 본래 습성대로 키우는 등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2010년~2011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가축이 살처분 당하는 등 지속 가능한 축산농장으로의 전환 요구가 거세던 당시 정부는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동물도 생명이라는 윤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내 축산업을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사업은 2012년 산란계,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 젖소, 염소, 2016년 오리 등 현재 7개 축종에 대해 인증하고 있다.

가축에게 자유를

동물복지 축산농장의 인증의 기본요소는 5가지 결핍으로부터 자유를 보장하는데 있다.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 · 상해 ·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 자유 등 다섯가지다.

사육과정에서만 다섯 가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 운송 시 운송차량의 구조와 설비 등을 갖춰 이동 중 동물의 상해 및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고, 도축이나 살처분 때에도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살 단계로 넘어가도록 명문화하여,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도록 하였다.

동물복지와 축산물 수출

동물복지 정책은 한-EU FTA 등 국제 협상에서도 주요한 쟁점이 되었다. EU로 우리 축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EU가 정하는 동물복지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된 축산물만 수출이 가능하다.

EU와 FTA 협상이 한창이던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던 장태평은 유럽산 돼지고기가 많이 수입되어 양돈농가가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유럽에서 우리나라로 삼겹살을 많이 수출하면, 우리는 유럽서 비교적 고가에 거래되는 돼지 뒷다리살을 수출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포함한 어떤 부위도 유럽 땅을 밟지 못했다. 정작 당시 협정에는 유럽의 보편적 동물복지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않은 우리 돼지고기는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있고, 품질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수출은 불가했었고 지금도 그러한 현실은 상존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운송 · 도축 · 살처분 등 12개 분야의 동물 복지 기준을 제정하였으며, 최신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복지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EU는 동물복지 5개년 행동계획('12~'15)을 수립하고 2012년부터 산란계 일반케이지 사육 금지 및 2013년부터 돼지의 스톨 사육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사육 단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는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양돈(2013년), 육계(2014), 젖소, 한육우, 염소(2015), 오리(2016)농장에 대해 인증을 하고 있다.

 

한우의 동물복지 인증 걸음마 단계

한우의 동물복지 인증은 현재 걸음마 단계다. 18개 농장이 참여 중인 방목과 달리 한우는 3개 농장만이 인증을 완료하였고, 2015년 한우와 함께 인증이 시작된 젖소의 경우 31농가가 인증을 받은 것과도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한우와 젖소 모두 기본적인 사육면적은 관행 사육과 동일하나 최소 사육면적과 동일한 면적의 운동장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 면적서 절반의 한우 밖에 사육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젖소가 한우보다 최소 사육면적이 더 넓고 그로 인해 운동장 면적도 더 넓어야 하지만 한우보다 젖소의 인증이 많은 이유는 동물복지인증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유업체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업체의 필요에 의해서건, 낙농목장 주가 자체적인 유가공사업을 하던 동물복지 농장을 통해 차별화를 하려는 노력이 한우보다 젖소에서 10배 이상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 현황

현재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 수는 393호로 그중 산란계 농장이 206호, 뒤를 이어 육계가 136호로 양계분야가 동물복지 농장 인증에 관심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젖소가 31호, 돼지가 17호, 한우가 3호로 뒤를 잇고 있다.

동물복지인증을 통해 가장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축종은 산란계라 할 수 있다. 농장단위에서 곧바로 상품화해 산물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농장 주가 결심만 하면 생산과 유통에 있어 어려움이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산란계 다음으로 많은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육계도 계열업체들이 자사 닭고기의 차별화를 위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돼지는 한우와 함께 동물복지 인증에 가장 미온적인 축종이라 할 수 있다.

계열화되어 있는 산란계, 육계, 우유와 달리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어 있는 한우와 돼지의 경우 누가 어떻게 유통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사점

2000년대 친환경인증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유기인증, 무항생제 인증프로그램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였던 많은 농가들이 있었다.

여러 제약 요소로 인해 유기축산물인증의 확대는 쉽지 않았으나 무항생제인증의 경우 보편적 인증으로 자리 잡으며, 안전축산물로써 인식되게 하였다.

해당 프로그램이 도입된지 20년이 넘어서면서 이제 무항생제인증은 기초적인 인증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우 분야 1호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한우 해남 만희농장을 찾은 김영록 전남지사
한우 분야 1호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한우 해남 만희농장을 찾은 김영록 전남지사

지금은 학교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 친환경인증은 기본적인 인증프로그램으로 요구될 정도로 보편화되어서 무항생제 인증을 통한 차별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즉 기본 중에 기본적인 인증프로그램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 축산업계는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외부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며, 산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한 방목축산은 축산업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 산업동물인 농장가축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동물복지인증 또한 축산업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개별 농장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넓게는 축산업, 좁게는 한우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임을 알리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만큼 한우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하는 부분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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