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우, 한우의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 될까
흑우, 한우의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 될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9.27 12:08
  • 호수 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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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바이오텍(주) 10여 년간 흑우 개량 매진…품질고급화 선도
도체중 평균 500kg에 고품질 한우 생산 가능 ‘가능성’ 열어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칡소와 함께 한우의 한 품종으로 알려진 ‘흑우’는 제주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희귀한 한우이다.

각종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는 기원전부터 흑돼지와 더불어 흑우를 사육했던 것으로 보이며, 조선왕조실록에서 고려 시대 이래 진상품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탐라순력도에서도 흑우의 사육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일제 침략기 일본이 한우 표준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소를 적갈색, 일본의 소를 흑색 소로 규정하면서 제주 흑우는 고유지위를 상실하게 됐고 한우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후 1980년대 육량 위주의 소 산업 정책으로 제주 흑우는 도태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제주 흑우는 2004년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우 품종의 한 계통으로 공식 등록돼 명맥을 유지하게 됐고, 2013년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다. 2020년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에 ‘제주 흑우’가 표기되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비로소 제주 흑우의 지위는 회복됐다.

 

10여 년간 흑우 개량 전념

멸종 위기에 처했던 흑우의 번식과 개량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한우의 카테고리로 성장시키기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온 곳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우 육종개량 및 수정란 이식 전문업체인 이티바이오텍(대표 정연길)이 바로 그곳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통해 한우 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연길 대표는 누구보다 흑우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 대표는 “고유의 한우 색깔인 황색 한우뿐만 아니라, 칡소, 흑소 모두 우리 고유의 품종인 한우”라면서 “흑우의 경우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한우고기의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우 육종개량 전문업체 이타비이오텍의 정연길 대표이사.
한우 육종개량 전문업체 이타비이오텍의 정연길 대표이사.

정연길 대표가 흑우의 개량과 증식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0여 년 전인 지난 2011년이다.

제주도청에서 제주 흑우의 개량과 관련한 발전 방안을 듣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 흑우와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조언했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제주 흑우와 관련해 연구하며 유전적 잠재성에 깊은 신뢰감을 가지게 된 정연길 대표는 ‘제주도가 하지 않는다면 내륙에서 흑우를 개량해보자’라는 신념으로 10여 년간 흑우 개량에 전념, 최근엔 종모우까지 생산하며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흑우, 한우‧칡소와 ‘한 품종’.. 유전적 차이 거의 없어

국립축산과학원과 충남대, 호주 New England 대학에 따르면 한우, 칡소, 제주 흑우의 뿌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다.

한 품종에서 나온 것으로, 다만 모색이 다를 뿐이다.

정 대표는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 1++등급을 생산하는 뛰어난 형질을 가진 한우의 어미 소에서 난소를 채취, 고능력 흑우 정액과의 체외수정을 통해 수정란을 생산‧이식하는 방식으로 흑우의 품질고급화를 추진해왔다.

정 대표에 따르면 흑우와 한우는 거의 동일한 유전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모색의 경우 흑우가 우성인자이기 때문에 흑우 송아지가 생산된다. 정 대표는 이처럼 우량 한우 어미소와 흑우 종모우의 교배와 수정란 생산, 후대검정을 통해 약 10여 년간 흑우 개량을 추진하며 최근 육질과 육량면에서 괄목한 만한 성적을 보이며 흑우를 통한 새로운 한우 시장 활성화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올해 이티바이오텍이 출하한 13마리의 흑우 출하 성적은 도체중량이 평균 490kg에 달하는 가운데 1++등급이 8마리, 1+등급이 2마리, 1등급이 3마리로 육량과 육질면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13마리 중 미경산 암소가 2마리 출하되었는데 미경산 암소의 성적은 도체중이 각각 424kg(1++등급), 521kg(1+)에 달해 연구진들은 물론 주위를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

맛에 대한 관능 평가의 경우 참가자들의 반응이 놀라운 수준이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흑우의 깊은 맛과 감칠맛은 일반 한우와는 또 다른 새로운 맛이어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고.

실제로 농업기술 실용화재단 분석에 따르면 정 대표가 의뢰한 흑우의 경우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풍미를 높여주는 올레인산 함량이 49%가 넘었다.

뿐만이 아니다.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일명 뭉태기(우둔살 생고기)의 경우 지방 침착이 우둔 부위까지 촘촘히 박힌 데다 찰기가 높아 상품성이 매우 뛰어났다.

 

흑우, 한우 못지않은 경쟁력 입증

현재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에서 약 1천여 두가 조금 넘는 두수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흑우를 지금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우량 수소를 선발해 정자를 생산, 수정하고 30개월이 넘는 비육 기간을 거쳐 후대검정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5년의 투자 기간 어느 한 곳의 지원 없이 오롯이 정연길 대표 혼자만의 노력으로 지금의 결실을 맺게 됐다.

99년부터 약 10년간 일본에서 육종 연구에 힘써왔던 정 대표는 이후 한국에 돌아온 뒤 지금까지 한우와 칡소, 흑우 등 한우의 다양한 유전자원을 찾아 복원하는 데 매진해 왔다.

“한우 개량사업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정자(종모우) 생산에서부터 수정과 임신, 비육, 도축에 이르기까지 한 세대 개량을 위해선 최소한 5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어마어마한 투자비용에다 실패에 대한 부담까지 안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흑우 역시 한우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했고, 그러한 희망 속에서 10여 년을 지내오며 결국 좋은 결실을 맺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흑우 본격적인 증식‧개량 ‘산업화’ 모색

흑우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몇 차례 시식회를 개최하면서 흑우의 사육과 유통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정 대표는 흑우의 본격적인 증식과 개량을 통한 산업화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꾸준한 개량을 통해 흑우 종모우를 생산, 농가에 정액을 보급하는 한편 축산농가에 우수한 유전 형질의 가진 수정란을 이식은 물론 번식 농가에는 우량 암송아지를 공급해 흑우의 사육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그것이다.

“소비자는 더 새롭고 특별하고 다양한 맛을 원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우업계는 이처럼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획일적인 상품과 스토리로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한우 역시 한우, 칡소, 흑우 등 여러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공급한다면 앞으로의 우리 한우산업은 더욱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 흑우의 높은 품질과 맛이 분명히 한우업계의 새로운 블로오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10여 년간 가시밭길을 걸어왔다는 정연길 대표는 흑우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같이 전망하며 흑우의 상업화를 위해 지금처럼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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