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목한우에 도전한 40대 청년 농부의 7년차 귀농일기
방목한우에 도전한 40대 청년 농부의 7년차 귀농일기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09.28 10:10
  • 호수 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만5천평 방목지서 2백여마리 방목 생태 한우 ‘실현’
손영수 소다움 대표, HACCP 인증에 동물복지‧생태축산까지 인증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비탈진 언덕길에 수십여 마리의 한우가 이곳저곳을 누비며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의 모습도 아니고, 외국의 목장 풍경은 더더욱 아니다.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 칠북로의 한우 목장 전경이다.

7년 전 고향인 정읍에 내려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방목생태축산에 도전, 한우의 생산부터 출하, 가공, 판매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새로운 한우 소비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손영수 소다움 대표의 남다른 한우 사육 스토리를 들어봤다.

 

7년전 귀농...한우와 인연 맺다

30대 후반 서울에서 건강 관련 사업을 하던 손영수 대표가 급작스럽게 귀농을 결정하게 된 건 순전히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스무 마리 남짓 한우를 키우시던 어머니가 급작스럽게 담낭암 판정을 받았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 한우사육은 고향에서 그가 생업을 위해 선택한 길이다.

평소 건강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있었던 손 대표는 한우를 키우되, 좀 더 건강하게 한우를 사육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골몰했고, 당시 축산업계 화두로 떠올랐던 생태 축산을 직접 실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2015년 손 대표가 목장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운도 따랐다.

세월호를 운영했던 세모그룹이 수련원을 짓기 위해 확보해 두었던 정읍의 땅을 보상금 마련을 위해 급하게 내놓으면서 싼값에 매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 귀농 자금 일부와 융자 등을 합쳐 1만 5천 평 규모의 방목장까지 조성했다. 부족한 조사료를 위해 10만여 평의 조사료포를 함께 임대해 직접 재배한 풀을 먹여 키우는 자급자족 시스템까지 갖추게 됐다.

 

방목은 15~16개월령까지 육성우를 원칙으로 한다. 나머지 후기 비육은 우사에서 건초를 먹여 키운다.
방목은 15~16개월령까지 육성우를 원칙으로 한다. 나머지 후기 비육은 우사에서 건초를 먹여 키운다.

 

15~16개월령까지 방목... 윤환방목으로 한달간 돌아

소 사육에 전혀 문외한이었던 손 대표는 이곳저곳을 찾아 배움을 시작했다.

각종 서적과 인터넷 자료 등을 찾아 탐독했고, 현장 교육도 틈틈이 찾았다.

이 가운데 풀만 먹여 사육하는 전남 장흥의 풀로만목장 대표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 초지조성에는 축산과학원 박사님들의 교육과 조력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엔 윤환방목 이라던지 이런 개념도 전혀 없었어요. 조사료 포에 풀을 심고 재배만 열심히 하면 풀도, 한우도 저절로 자랄 줄로만 알았죠. 축산과학원 초지방목과 김원호 박사님과 최기춘 박사님께서 초지조성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목장부지는 모두 3만4천여 평으로 손 대표는 이 중 1만5천 평을 방목장으로 조성했다.

목구는 총 7개인데, 한 목구 당 작게는 1400평에서 크게는 6천 평이 넘는 목구도 있다.

주 초종은 오차드와 톨 페스큐, 페레니얼, 켄터키 블루그래스를 비롯해 화이트클러버와 라이글라스 등을 다양하게 조성했다.

소다움 목장에선에선 15~16개월령의 육성우까지 방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목구당 3~4일씩을 방목하는데, 초지를 모두 도는데 약 한 달이 걸린다.

오전 7시 방목장으로 이동시킨 육성우들은 해가 질 무렵에나 우사로 들어온다.

아주 큰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날마다 이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임신우들의 경우 완전한 방목은 아니지만 육성우들이 채식하고 지나갔거나 깔고 앉았던 자리의 초지들을 재정비하는 ‘청소베기용’으로 한 번씩 방목장으로 이동시킨다.

비육기의 한우는 축사에서 그가 직접 배합한 조사료와 외국산 알팔파 등 양질의 풀사료를 양껏 채식하게 한다. 알팔파도 재배를 시도했지만, 아직은 성공하지 못해 외부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사육부터 가공‧판매‧배송까지 직접 해결

건강한 한우를 키우자는 목표를 두고 의욕적으로 달려온 손영수 대표도 생각지 못한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바로 판로 확보였다.

“차별화된 방식으로 한우를 키우면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유통업체들 모두 인정해줄거라 생각했어요. 판매는 자연히 해결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꿈이고 이상이었던 거죠.”

출하처를 찾기 위해 온·오프라인에 수도 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존의 한우로도 판매에 어려움이 없는데, 굳이 비싼 방목 한우를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큰 꿈을 가지고 한우를 시작한 그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이었다.

방목한우를 직접 가공, 포장하는 손영수 대표는 환경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친환경트레이에 직접 가공한 방목한우고기(위쪽)와 친환경 종이박스(아래)를 들어보이고 있는 손영수 대표.
 친환경트레이에 직접 가공한 방목한우고기
방목한우를 직접 가공, 포장하는 손영수 대표는 환경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친환경트레이에 직접 가공한 방목한우고기(위쪽)와 친환경 종이박스(아래)를 들어보이고 있는 손영수 대표.
방목한우를 직접 가공, 포장하는 손영수 대표는 환경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친환경 종이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는 손영수 대표.

소의 출하 시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중에서도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하자, 결국 손 대표는 전 구간 풀만 먹여 키우는 방법을 포기하고 비육 후기엔 곡물을 먹여 키우는 것으로 전환했다.

한 마리 당 일일 15킬로 넘게 먹는 생산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판로를 찾을 때까지 관행 사육방식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절망으로 지쳐갈 무렵 결국 유통에도 실마리를 찾게 됐다.

온라인 마켓인 ‘유기농방목마켓’에 입점하면서 숨통을 트이게 됐다.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의 축산담당 바이어도 현장을 답사한 뒤 몇 차례 프로모션이 이뤄지기도 했다.

소다움한우의 방목한우들은 모두 손 대표가 가공장에서 직접 가공‧판매한다.

한 달에 출하 두수가 다섯 마리 남짓인데 이를 별도로 가공해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가 직접 가공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모든 발주물량을 직접 가공, 포장까지 해결하고 있다.

 

HACCP‧방목생태축산‧동물복지까지...32~33개월령에 출하

소다움의 목초 사육 한우는 유기농방목마켓에서 현재 100g 기준 등심 1만 6천 원에 판매 중이다. 일반한우보다 가격이 다소 높은 이유는 전 구간을 모두 직접 재배한 조사료와 일부 외국산 알팔파 등을 혼합해 32~33개월까지 사육하면서 생산비는 관행 사육보다 더 많이 드는 데 도체 중량이 일반 한우에 비해 약 100kg 적게 나가기 때문이다.

마진을 최소화해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고 있는 손 대표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HACCP와 방목생태축산 인증까지 모두 받았다.

동물복지 역시 현상심사만 남아,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목초만을 먹여 키운 한우의 맛과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손 대표에 따르면 한우의 고유한 풍미가 더 깊고 진하다.

때문에 별도의 양념이나 소스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국거리 국물도 깔끔하다는 평들이 많다. 사골과 잡뼈도 뼈대가 크고 골이 꽉 차 있다.

“전문 요리사님들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맛이 압축되어 있다’라고요.”

영양성분에서도 기존의 관행 방식과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필수 아미노산 계열이 많았고, 특히 오메가3 와 6의 지방산 비율이 1.25대 5로 분석됐다.

이는 WHO의 권고기준 1: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저는 관행사육도 존중합니다. 알려진 것처럼, 인간이 소비하는 각종 열매류의 껍질 대부분은 소의 먹이로 활용되면서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지구청소부로서 역할을 다하며 이를 양질의 단백질원으로 공급해 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저처럼 키우면 한우값은 엄청 비싸집니다(웃음). 각자의 위치에서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생태축산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농가들이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한우의 6차산업 꿈꿔

손 대표는 건강한 한우사육뿐만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같은 맥략에서 포장 박스와 용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친환경 박스와 트레이에 고기를 담고 냉매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냉매 대신 생수를 얼려 포장 박스에 고기를 담아 배송하고 있다.

방목지에선 최대한 경운을 덜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땅을 갈아엎을 때마다 땅속에 있는 탄소가 배출되는 경우가 있어서란다.

“처음에 출발은 좀 더 건강하게 소를 키워보자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생태 축산이 환경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자료에 따르면 1헥타 초지에서 0.5톤의 탄소흡수로 온실가스를 저감하더라고요. 제가 조성한 방목장이 5헥타정도 규모니까 연간 2.5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셈이에요. 저희 농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물론 주변농장의 일부 탄소도 흡수하는 거더라고요. 방목장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환경정화에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터 제가 하는 일에 더욱 보람을 느끼게 됐습니다.”

현재 출하 예정인 50여 두의 한우는 출하처를 미처 확보하지 못해 비육 후기 배합사료를 먹여 사육 중인 가운데 이 소들의 출하를 완료하면 전 구간을 ‘풀로만’ 사육하는 그래스패드 전용목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저는 뭐든 ‘진짜’를 좋아하거든요. 방목장도 소들이 그곳에서 식생과 영양이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제대로 갖춰진 진짜 방목장 조성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귀농 7년차 한우업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래 그의 꿈은 무엇일까.

“한우의 6차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체험 농장이 아니라 저희 방목농장을 공원처럼 꾸며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들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 그렇거든요. 방목장에 풀어진 한우만 봐도 그 자체로 힐링입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