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공략 “2등급 암소도 한우다”
틈새시장 공략 “2등급 암소도 한우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9.28 10:05
  • 호수 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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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아낸 건조숙성한우...담백한 맛 원하는 소비자 호평
2등급 숙성육 시장 확대, 생산비 절감 수급조절에도 도움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서동한우의 유인신 대표는 한우에 건조숙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적용해 상업화한 선구자다.

소를 키우고 싶은 생각에 축산과를 나와 한우를 사육하고 있고, 한우 파동 당시 식당을 시작하여 1등급 이상 고급육만을 판매하다가 우연히 건조숙성육 맛을 본 이후 연구에 연구를 거쳐 지금의 서동한우를 만들게 되었다.

유인신 대표는 만약 본인이 건조숙성에 빠지지 않고 소 사육에만 전념했으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한우 사육에 대한 애착도 감추지 않고 있다.

서동한우를 찾을 때마다 유인신 대표는 자신의 건조숙성실을 공개하고 건조숙성육의 특성을 설명해 준다(전부 공개하는 것은 아니니 다짜고짜 서동한우를 찾아가 숙성고를 보여달라고 하면 안 됨).

숙성실 문을 열면 치즈향이 확 퍼져 코를 자극하는데, 보통 고기를 보관하는 냉장고 근처에서는 피비린내 같은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숙성실에 가득찬 생고기의 향에서부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기존 한우고기와는 다른 차별적인 맛

유인신 대표의 서동한우에 대한 평가는 감칠맛이다.

유 대표는 “그동안 한우고기를 지방과 식감, 두 가지 맛으로 즐겼다면 건조숙성육은 고기의 단백질 맛으로 즐기는 음식”이라고 평가한다.

건조숙성 한우고기의 독특한 풍미와 부드러운 육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기를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한 채 냉장 상태로 수주 동안 보관하면, 자기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되면서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이 최대 15배까지 증가하고, 산도가 높아 보수력이 향상되어 판매를 위해 소포장을 하거나 쇠고기를 구울 때도 드립이 생기지 않는 독특한 고기로 변화하게 된다.

보통 쇠고기는 덜 익혀 먹어야 맛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서동한우의 건조숙성육은 완전히 구워도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고 단백질 타는 구수한 향이 나는 특징이 있다.

서동한우 맛을 처음 본 분들에게 맛 평을 부탁하면,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다. 남자도 좋아하지만, 여성들이 특히 더 좋아할 것 같다며 일반 한우와는 다른 평가가 나온다.

 

서동한우 숙성고 모습으로 숙성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꼬릿한 치즈향이 코를 찌른다.
서동한우 숙성고 모습으로 숙성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꼬릿한 치즈향이 코를 찌른다.

2등급 한우 암소고기를 드라이에이징해 비싼 값에 판다고 하면, 한우 농가들은 대번 화를 내거나 거부감을 나타낸다. 현행 등급 테두리 안에서 소를 키우고 있는 한우농가의 입장에서 등급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자신도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이고, 2등급 한우, 2등급 한우 암소도 한우인데 1등급 이상 등급을 맞은 고기만 한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주장이다.

유 대표의 거친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자기도 한우협회 회원이고, 자신도 자조금을 내고 있는데 2등급이라고 서자 취급하는 것을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한우가 농장에서 맛을 내기 위해 장기 비육한다면, 서동한우는 숙성고에서 짧게는 30일 길게는 120일까지 맛을 내는 시간을 투자한다 할 수 있다.

소비자 기호따라 선택될 수 있어야

보통 소비자들은 마블링이 잘 형성된 한우를 찾지만, 마블링은 적지만 감칠맛 나는 건조숙성육을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다는 것이다.

유인신 대표는 2등급의 한우든, 1++ 등급의 한우든 소비자가 모두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 한우업계가 해야 할 일이라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유 대표 자신이 우연히 발견하여 상업화에 성공한 건조숙성 기술은 한우산업을 더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

 

1등급 이상 한우고기는 고소한 지방과 한우만의 식감 등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2등급 이하 쇠고기는 가장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구이용이나 스테이크용으로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2등급 쇠고기에 대한 약점을 건조숙성기술로 극복해 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등급의 쇠고기를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만들 수도 있게 된다.

한우 중에서 “1+ 등급 이상만 맛있다”가 아니라 “모든 한우가 맛있다”라는 새로운 명제를 건조숙성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료 가격 폭등기 대안될 수 있어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암소의 사육두수 조절은 매우 중요한데, 1등급 이상 쇠고기에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된다면, 수급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우 암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면 사육두수가 늘어 가격이 하락하는 공급의 증가 시기와 공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의 편차도 줄일 수 있는 면이 있다.

현재 한우농가들은 사료 가격 폭등으로 생산비가 증가하고, 공급 증가로 가격은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생산비를 한푼이라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1++ 등급을 맞아야 손해를 면하는 상황인지라 생산비를 절감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유 대표는 농장에서 소를 사육해 도축해보니 24~26개월령 사이 한우는 성장을 멈추고 이후에는 피하지방, 근내지방이 증가하는 시기라며, 만약 건조숙성 용으로 한우를 비육하는 목장이라면 26개월 정도에 소를 도축하면 4~5개월 치 사료비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농가 입장에서도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시장에 맞게 한우가 사육될 수 있다면, 한우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소를 1++등급 출현에 맞춰서 사육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건조숙성 한우 틈새시장

이른바 틈새시장((niche market) 공략이라는 말이 있다.

고객의 특성(구매 패턴, 기호, 선호도,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하여 특정 집단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니치마케팅(niche marketing)하고 니치마케팅이 집중하는 집단이 틈새시장이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이다. 불특정 다수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건조숙성 한우는 주류시장과 비교할 때 틈새시장을 공략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마블링스코어가 높은 한우고기가 아닌 대중들이 덜 선호하는 마블링스코어가 낮은 1~2등급 한우고기에 숙성과 발효라는 기술을 접목해 시장을 창출해 냈기 때문이다. 숙성한우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기름기가 적은 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한우시장은 이렇게 고객의 특성을 분석해 더욱 시장을 세분화해 접근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다양한 속성의 쇠고기를 찾고 있는데, 한우고기도 소비자를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해당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위해 저탄소기술을 적용한 한우고기, 유기농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위한 친환경인증한우,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위한 동물복지 인증 한우, 초원에 방목된 쇠고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를 위한 한우 등 틈새시장은 소비자군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많아질 수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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