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축산물 새로운 시장을 찾아서
[프롤로그] 축산물 새로운 시장을 찾아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9.28 10:15
  • 호수 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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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훌륭한 셰프는 평범한 식재료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해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최고의 환경과 조건에서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평범한 환경에서도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그것이야말로 효율적이고 진정한 실력자라 할 수 있다.

우리 농축산물시장, 외식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성비 중심의 시장이었다. 가성비 중심의 시장은 결국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게 되는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이윤이 적더라도 많이 파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여왔고, 그런 식당이 착한 식당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한다.

낮은 가격, 박리다매는 저임금 노동의 산물이다. 상품의 질을 낮추지 않으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가야 할 비용을 줄여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기류가 점점 강해지면서 이제 업종을 불문하고 낮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친다. 노동시장의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가격이 너무 싼 제품에는 의심하고, 고가의 제품에 신뢰를 보이며 구매를 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축산물 시장도 이제 평범함을 넘는 가치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가성비 중심의 시장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적당한 맛과 적당한 품질에 낮은 가격의 상품이 사랑받고 있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아닌 다른 소수가 지배하는 시장이 축산업계에도 열리고 있다.

축산업은 다른 일반 농작물과 비교해 판매를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가축을 사육하고서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유통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어들이 유통하기 좋은 상품이어야 한다. 돼지는 삼원교잡의 흰색돼지 품종으로 출하체중은 110kg 내외이고 수컷은 거세 시술을 한 것이어야 한다. 한우는 1+ 이상 육질 등급에 육량 등급은 A나 최소 B등급이 권장되고 수컷은 거세 시술이 되어야 하며, 부드러운 육질과 비용 등을 고려하여 방목보다는 계류식 사양이 권장된다. 육계는 출하 중량이 1.5kg 내외의 것이 권장된다.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가축은 양질의 배합사료 급여가 권장된다.

이 스펙을 벗어나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유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1990년대 지금은 매우 일반적인 한우고기 스펙인 마블링스코어가 높은 높은 등급의 한우가 외면 받은 적이 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 쇠고기 시장을 돌아보고 온 농가들이 주축이 되어 고급육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기름기가 너무 많다며 당시 중도매인들은

그런데 최근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벗어나는 사육방식, 새로운 스펙으로 시장을 노크하는 생산농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단위면적당 가축 사육밀도는 최대한 좁혀야보다 많은 가축을 사육해 적정한 가격을 출하할 수 있는데, 비용을 증가시키는 동물복지농장, 방목생태목장으로 관행사육의 절반의 가축만 사육하거나, 기존에 활용되던 생산성이 높은 품종이 아닌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맛에 더 집중한 품종의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도 나타난다. 소에게 곡물배합사료는 일절 급여하지 않고 100% 풀사료만 급여해 사육하는 등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스펙의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스펙의 축산물은 관행 축산물과 다른 가치로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싸고 좋은 고기만 요구하던 유통업체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 한우보다 더 높은 가격에 칡소, 흑우 선물세트를 구성해 판매에 나서는가 하며, 가격은 높지만 맛이 좋은 유색돼지를 유통하며 호평을 받는 곳도 있다. 도축 후 사후강직만 풀리면 판매에 나섰던 관행에서 벗어나 맛을 높이기 위해 20일~30일 숙성을 하는 업체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가치상품의 주된 판매경로는 백화점이다. 새로운 상품 가치 상품을 찾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기도 하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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