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 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낙농 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2.09.29 10:05
  • 호수 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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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 유상매입 후 쿼터 유상할당 생각할 때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낙농 유가공산업은 다른 축산 품목과 달리 가격을 정해 놓고 거래하는 정가거래, 그리고 공급자와 구매자 간 전속거래가 산업의 태동기부터 일반적 형태로 발전하여왔다.

초기 우유를 생산하면 모두 판매가 되던 낙농 유가공산업의 고도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우유의 소비는 정체되고 생산은 증가하면서 우유의 생산과 소비를 맞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기울여졌고, 낙농가의 원유생산량, 원유판매량을 제한하는 쿼터제가 도입됐다. 이후 원유 가격을 시스템에 의해 정하는 원가연동제가 도입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낙농 체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은 시장에서 가격 신호에 의해 결정된다는 일반적 경제원칙에 따라 농산물 시장은 운영됐다. 이와 달리 우유처럼 가격을 정해 놓고 거래하면 수급의 균형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실제 2000년대 들어서 저출산과 수입자유화 조치 등이 중첩되면서 국내산 원유의 수급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농가들이 생산능력에 따라 임의로 생산량을 늘려나갈 수 있었던 관행은 2002년 원유 파동을 거치면서 중단되었고, 원유생산 주체가 설정한 쿼터에 맞게 원유를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이후 이 원유 쿼터는 일종의 상가 권리금이나 택시의 면허처럼 발전하게 되는데, 낙농 목장을 운영하려는 자나 기존 낙농 목장 중 목장의 규모를 확장하려는 자는 다른 낙농가로부터 쿼터를 구매하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와 낙농진흥회는 농가 간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쿼터 거래를 용인하는 대신 거래되는 쿼터의 10%를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이후 낙농목장의 규모화와 구조조정이 급격히 일어나면서 2004년 1분기 1만342호에 달했던 낙농 목장은 2022년 1분기 6087호로 감소하게 된다.

같은 시기 총 젖소사육두수는 51만7,031두에서 39만6,723두로 감소했고, 착유우 두수도 24만5,855두에서 19만5,032두로 감소하게 된다. 쿼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원유 222만8,821t에 이르렀던 원유생산량도 2021년 203만4,385t으로 원유생산량도 9%가량 감소하였다.

 

생산할 수 있는 양, 납품할 수 있는 양은 정하였으나, 납품하는 가격의 경우는 시장 자율에 맞길 수가 없어서 1998년 이전까지는 원유가격을 정부가 정하였고, 1998년 이후에는 원유구매 주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생산 농가, 유업체, 학계, 정부,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원유구매 단가를 결정하면 나머지 집유 주체들도 이를 기준으로 삼아 구매를 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낙농가들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같은 원유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구매자인 유업체와 판매자인 낙농가 사이에 충돌이 빈번히 일어났었고, 2011년 원유가격 조정에 있어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중재로 원가연동제라는 가격결정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다.

무형의 자산 쿼터의 가치

2004년 이후 정립된 낙농 제도는 쿼터제와 원가연동제이다.

쿼터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낙농가에 있어서는 면허와 같은 것으로 십여 년간 농가 간 거래가 되면서 무형의 자산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쿼터 가격은 집유 주체에 따라 다르고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도 있었지만 1kg에 대량 20만 원~100만 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졌다.

1kg당 원유가격이 50만원으로 가정을 하면 쿼터 거래가 본격화된 이후 지금까지 원유감소량을 기준으로 19만 톤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본다면 그동안 낙농가들의 쿼터 거래 과정 중 소각한 쿼터를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무려 2,60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100kg의 쿼터를 매입하면 낙농가는 10%에 달하는 10kg의 쿼터를 소각하는 식으로 꾸준히 쿼터 소각을 하여왔는데 그 규모가 2,600억 원으로 추산된다면, 농가 간 거래한 쿼터 금액은 3조 원 내외로 예상될 수 있다.

이렇게 십여 년간 정부와 유업체의 용인하에 쿼터의 거래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낙농가 수와 원유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유업체들은 저출산에 따른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서 오는 우유 소비 감소에 쉽게 대응할 수 있었다. 지난 십여 년간 낙농가들이 수급조절에 2,6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불하여 유업체가 재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유업체 현행 낙농 제도 개선 요구

2021년부터 정부는 국내산 원유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며 유업체와 같이 원유가격 결정 체계의 개편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유업체는 원유의 수급 상황과 상관없이 가격이 인상될 수 있는 원유가격 연동제는 유제품 판매를 제약한다며 원가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줄기차게 여론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유업체와 주장과 달리 원유가격이 계속 오른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가격은 동결되었고 두 차례 가격이 인하된 때도 있었다.

유업체는 원유가격에 시장원리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으며, 정부는 이에 화답하여 국내 원유가격을 용도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정부의 방안은 용도별 가격 차등제라 하여 쿼터를 가공용과 음용유용으로 이원화하여 음용유는 현행 가격체계를 유지하고, 가공용은 20% 할인된 800원대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안이다.

최초 정부는 음용유 187만 톤, 가공유 31만 톤을 제시하였다가 낙농가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음용유 190만 톤, 가공유 20만 톤으로 할당 물량을 조정하였다.

올해 사료가격 인상으로 6~7%대 원유가격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가공업계는 선 낙농제도 개편(용도별 가격 차등제 도입), 후 원유가격 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초 예정된 8월 1일 원유가격 인상도 미뤄진 상황이다.

낙농 제도 개편 농가 저항의 원천

낙농 제도 개편 즉 용도별 가격 차등제의 도입에 낙농육우협회는 정부의 입장 변화(음용유 쿼터 증량)에도 쉽게 합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바로 낙농가들의 여론 때문이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로의 전환은 기존 농가들이 보유한 쿼터가 무력화된다는 의미다. 다시 설명하면 낙농가들의 보유 쿼터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낙농가 수가 지난 16년간 절반 가까이 감소할 정도로 쿼터의 거래는 매우 왕성하게 일어났는데 용도별 차등 가격제 시행으로 220만 톤 수준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진 농가의 쿼터가 190만 톤으로 줄어들게 되면 농가 입장에서는 30만톤의 쿼터가 소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 4,000억 원 이상의 농가 쿼터가 사라지는 것으로 농가 입장에선 쿼터 재배분 과정에서 농가당 7,000만 원 가까운 재산상의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농장 규모를 늘리기 위해 쿼터를 매입한 수고와 비용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용도별 쿼터가 있기는 하지만 두 쿼터를 합해 220만 톤이 되더라도 농가 입장에서는 유대 인하되는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 제도 개편 방안

유업체의 입장은 “원유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다"로 요약할 수 있다. 원가연동제를 손보든, 쿼터 제도를 손보든 목적은 원유가격 인하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난 십수 년 간 쿼터 매매를 허용하고 그중 10%를 소각 비용 즉 구조조정 비용을 농가가 내도록 하여왔다.

그렇게 형성된 농가 무형의 자산이 확립된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의 도입은 농가 입장에서는 농가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아 가는 것이기에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사유재산의 인정이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이다. 식당의 영업권인 권리금을 보호하기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관련 조항을 명문화한 것처럼 농가의 쿼터에 대해서도 명문화와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기존 낙농 체제 전체를 흔드는 제도 개편으로 거래제도를 바꾸는 만큼 농가의 재산인 쿼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주는 조치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 농지개혁을 통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한 바 있다. 당시 농지개혁은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지주의 이익도 보장하고, 농지를 불하받는 소작농의 권리도 보장하는 최대 공약수를 만들어 큰 혼란 없이 농지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 낙농 제도 개편도 마찬가지다. 농가들의 자산이 쿼터에 손을 데는 만큼 정부가 쿼터 전체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농가들에게 유상 할당하는 방식으로 농가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할당 시에는 음용유의 쿼터와 가공유용 쿼터의 가격은 당연히 이원화하고, 농가가 인수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이를 다른 농가에 매각하거나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가 원유 등이 부족할 때 유상할당 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쿼터의 법제화, 쿼터의 유상몰수, 유상분배 이 원칙이 만들어지고 지켜진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낙농 제도 개편도 무리없이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집유 주체(유업체) 상황에 따라 계약 농가의 원유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현 체제 속에서는 낙농가들의 피해가 큰 만큼, 집유 일원화 등 근본적 제도 개편의 추진이 함께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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