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 10개월 투쟁 총정리
낙농업계 10개월 투쟁 총정리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2.11.04 15:35
  • 호수 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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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리한 낙농제도 개편안 추진 때문
낙농생산자단체, 천막농성투쟁 204일 만에 철거
결국 내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음용유 195만 톤, 가공유 10만 톤 만장일치
원유가격 협상 결렬…10월 말까지 협상 마무리
정부, 낙농가 손실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해야

 

지난 2월 16일 낙농가들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농정독재 철폐, 낙농기반 사수’를 외치며 낙농인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이날을 시작으로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낙농가 원유가격 정부개편안 강제 도입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투쟁에 들어갔다.

김현수 장관의 농정 독재에 뿔난 낙농가들이 우유 납품 중단 등 강경 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개최하고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이후 낙농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부와 낙농생산자단체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고 투쟁으로까지 이어졌으나 지난 9월 7일 장장 204일 간의 투쟁이 마무리됐다. 지난 9월 3일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을 만나 낙농제도개편에 대해 대승적으로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향후 생산자들은 정부와 서로 신뢰관계를 회복한만큼 앞으로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대안 실현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그간의 일들을 되짚어보며 합리적인 낙농제도개편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낙농제도 개편안 이슈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정부가 낙농산업발전위원회 회의를 통해 내놓은 낙농제도 개편안 중 가장 이슈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였다. 이 제도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제도로 같은 원유지만 용도에 따라 음용유 가격이 더 높다.

국내 낙농산업은 지난 20년간 위축돼 국산 원유 지급률이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5.7%까지 곤두박질쳤다.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도 감소해 2001년 36.5kg에서 2021년 32kg으로 줄었다. 반면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유가공품을 포함한 전체 유제품 소비는 2001년 63.9kg에서 2021년 86.1kg까지 늘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국내 생산 원유는 수요가 계속 줄고 있는 음용유 중심으로 사용되는데 수요가 늘고 있는 유제품은 대부분 수입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외 원유 가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원유 생산은 2001년 234만 톤에서 2021년 203만 톤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수입은 65만 톤에서 2021년 251만 톤까지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낙농산업의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여기서 비롯된 대안이 용도별 차등가격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원유의 용도에 따라 원유가를 다르게 적용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낙농가의 생산비에만 연동해 음용유 단일가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업체는 비싼 음용유 가격에 유가공품 생산을 하기 어렵다보니 수입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승호 회장이 낙농산업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낙농가들, 용도별 차등가격제 NO!

현행제도 유지해야 한다며 강경투쟁 예고

하지만 낙농업계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은 쿼터 감축이라 반발하며 생산비가 오른 상황이라면 더욱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에 따르면 생산비 상승 등으로 인한 농가 채산성 악화로 폐업한 목장은 2021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67%나 증가했다.

원유 생산비의 55%가량을 차지하는 사료값도 10년 동안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축산농가 사료값은 평균 457만4130원으로 전년 대비 9.7% 올랐다. 2011년(370만 268원)과 비교하면 약 20% 상승했다.

미국·유럽 등 수입산 가공유보다 원유 가격이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수입국은 사료를 자급할 수 있지만, 국내 낙농가들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자연스럽게 생산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이후 정부는 계속해서 낙농산업발전위원회 회의를 이어갔지만 생산자, 유업체와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채 갈등을 빚었다.

정부는 계속해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이야기했고 낙농진흥회 개편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음용유 가격은 리터당 1100원, 가공유는 리터당 900원으로 책정하고 계약 수준을 초과하는 물량은 리터당 100원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원유가격을 결정하고 수급을 담당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체계 개편방안으로 이사회가 일반국민(소비자)·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이사회 개의 조건을 폐지하되, 의결 조건은 강화하며 이사 선임 절차를 총회에서 이사회로 위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는 올해 1월 생산자 단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낙농산업 발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낙농육우협회는 국회 의견을 무시한 낙농말살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은 낙농육우협회가 준비한 푯말 모습.

결국은 원유가격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낙농가단체는 정부는 우유가격 안정을 위해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켜 놓고 당장 시급한 40%를 차지하는 유통마진 개선이나 사료가격 폭등대책의 실질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자 측은 낙농가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정부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뿔난 낙농인들, 대규모 결의대회 개최

낙농기반 사수, 낙농제도 개편 절대 반대

 

지난 2월 16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개최된 ‘낙농인 결의대회’에서 낙농가들이 ‘농정독재 철폐,
낙농기반 사수’를 외치고 있다.

이후부터 한국낙농육우협회는 투쟁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성명서를 발표했고 지난 2월 16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농정독재 철폐, 낙농기반 사수’를 외치며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에 반발하는 ‘낙농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낙농가들은 낙농 현장의 어려움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의 낙농 정책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우선 △FTA 발효에 따른 수입 유제품 범람 △사료가격 폭등 △쿼터삭감 정책에 따른 농가 부채 상승 △지난해만 200여 목장 폐업 등 국내 원유 낙농기반이 붕괴시점에 있다는 점을 알렸다.

특히 농식품부가 150~200원 오른 제품 가격과 우유가격의 40%를 차지하는 과도한 유통 마진 등에 대한 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낙농진흥회 관치화를 통해 대안 없는 연동제 폐지와 쿼터삭감을 위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강제 도입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이 무산되자 민간기구인 낙농진흥회 정관 인가 철회 행정명령을 시행해 낙농가의 반대에도 정부안이 강제 도입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이날 전국 낙농가 명의의 결의문을 통해 △농정 독재자 김현수 장관 즉각 파면 △낙농말살 정부대책 즉각 폐기 △사룟값 폭등 특단대책 즉각 수립 △근본적인 낙농대책 및 FTA 피해대책 즉각 수립 등 4대 요구사항을 ‘우리의 요구’로 관철했다.

결의문 채택 후 삭발식, 납유 거부 및 우유 반납식, 정부규탄 화형식 등을 연이어 진행하며 낙농가 울분이 극에 달해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날을 시작으로 낙농가 투쟁은 본격화되었고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 투쟁에 돌입했으며 도 단위 동시다발 집회 등 우유 반납 및 납유 거부 투쟁을 이어갔다.

정부의 방향전환, 낙농가 의견 반영한 수정안 제시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당초 제도 도입 이후 최초 우유 생산량을 음용유 187만톤, 가공유 31만톤으로 제시한 이후 낙농가의 의견을 반영해 음용유 190만톤, 가공유 20만톤으로 수정·제시했다.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낙농가와의 협의 및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음용유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낙농진흥회(이하 진흥회)에서 가격을 결정할 때 생산자의 교섭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생산자와 유업체가 동수로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여 원유가격을 결정하고, 가격결정시 생산비를 우선 고려하는 한편, 합의를 전제로 가격을 결정할 것을 명문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낙농가들은 220만 톤으로 설정된 현재의 쿼터에 대한 보상없이 정상유대를 받을 수 있는 쿼터를 190만 톤으로 삭감하는 것은 농가들 입장에서 수용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낙농가들은 상하반기 원유 생산피크기와 저점기, 우유 수요 등을 고려해 원유생산량을 정한다며 만약 190만 톤이 정상 유대라면 생산 기준을 190만 톤 내외 수준에서 맞추게 되어 결국 원유 감산 유도를 우려했다.

도산 직전 낙농가들, 우유반납투쟁 전개

이렇게 도산 직전까지 내몰린 낙농가들은 결국 정부와 유업체를 규탄하는 도별 궐기대회 및 우유반납투쟁을 전개하게 된다.

제일 먼저 충남도지회에서 총 궐기대회를 개최했고 각 도별 도지회 주도로 지역여건에 맞는 일정에 따라 해당 도청 앞에서 준법투쟁으로 전개됐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충남도지회는 충남도청 앞에서 총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우유반납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충남지역 낙농가들은 사료가격 폭등과 계속되는 감산정책으로 농가부채와 폐업 증가 등 농가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엉뚱하게 낙농문제를 물가와 결부시킨 낙농대책 정부안은 낙농생산기반 붕괴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정부가 낙농가 말살 정부대책을 즉각 폐기하고 낙농가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낙농대책 수립과 원유가격 인상, 사료값 폭등 특단대책을 수립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원유가격 협상보다 낙농제도 개편이 먼저

낙농가, 낙농산업 미래 위한 소통창구 필요

지난해 3번의 이사회가 생산자 측 이사들의 불참으로 무산된 후 지난 7월 21일 처음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1년 만에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가격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낙농가들은 정부의 개편안대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 낙농가의 재산권인 쿼터 감축을 우려했고 정부는 낙농가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예산을 더 써서라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낙농가 보유 쿼터량이 220만 톤에 이르지만 실제 올해 원유 생산량은 195만 톤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 기준 생산량 195만 톤 전량을 음용유 물량으로 적용해 정상가격 정산을 보장받으므로 농가 평균 수취값은 줄지 않고 쿼터 감축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또한 낙농가들은 현재 생산비 급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며 원유기본가격 협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제도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낙농제도 논의 중단…갈등 다시 시작

이후 지난 8월 정부는 낙농제도 개편과 관련된 논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낙농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낙농생산자 측과 정부 간의 신뢰성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한다고 나선 것.

이에 낙농육우협회는 바로 ‘악감정을 앞세운 정부, 신뢰를 말할 자격은 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원유가격 협상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뭘 중단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신뢰란 서로의 믿음에 대한 의무감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신뢰를 말하기 전에 전국 낙농가들에게 믿음을 주었는지 반성부터 하길 바란다”며 “지금, 이 시간부터라도 제발 터놓고 협의하자”고 호소했다.

낙농가, 더 이상 못 살겠다…원유가격 협상 촉구

경영 악화로 유업체 및 유가공협회 규탄집회 개최

이렇듯 사면초가에 놓인 낙농가들은 지난 8월 8일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생업을 뒤로한 채 아스팔트 거리로 나섰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료가격 폭등 등으로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등 급속도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

8일 낙농가들은 매일유업평택공장 원유가격 협상 촉구 및 유업체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이어 다음날인 9일 올해 원유가격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유가공협회 사무실 앞에서 원유가격 협상을 촉구하는 규탄집회를 이어갔다.

 

지난 8월 8일 낙농가들은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원유가격 협상 촉구 및 유업체를 규탄하는 집회
를 개최했다.

낙농가들은 이날 집회가 끝날 무렵 유가공협회에 원유가 가득 담은 통을 반납하고 이창범 유가공협회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 원유가격 협상에 즉각 나설 것을 요구했다.

했고 낙농가의 의견을 들은 이 회장은 낙농제도 개편이 이뤄진다면 원유가격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농가, 정부와 낙농제도 개편 큰 틀에서 합의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정부와 생산자단체는 화해했다. 낙농제도 개편안을 큰 틀에서 합의하기로 한 것이다.

원유를 용도에 따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조합장·생산자단체·유가공협회 등 각 계 인사 모두 의견을 같이하였다. 도입 초기에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195만 톤은 음용유 가격을, 추가 생산되는 10만 톤은 가공유 가격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도 합리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정관을 개선해 다양한 낙농 관련 안건이 이사회에서 폭넓게 논의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좌측부터 맹광렬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 농식품부 정황근 장관,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이 낙농제도 개편과 관련해 큰에서 합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맹광렬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 농식품부 정황근 장관,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이 낙농제도 개편과 관련해 큰에서 합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소비자·학계 등 중립적인 인사의 참여 확대(현행 15명 → 23명)를 검토한다.

총회가 낙농진흥회의 최고 의결기구임을 고려해 낙농진흥회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로 회원을 조정하고, 만장일치제도 함께 개선하기로 하였다.

생산자 측은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방향에 동의하나 사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격히 상승하여 경영상태가 악화된 농가가 크게 증가해 원유가격 인상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원유가격 협상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유업체 측에 강하게 요청했다.

이어 정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 후 낙농진흥회 내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소위원회를 구성해 원유가격 협상을 진행한다고 전했고 낙농육우협회는 지난 9월 6일 이사회를 통해 본 사항을 보고하고 다음 날인 7일 천막농성 투쟁을 종료하게 된다.

낙농가‧유업체 여전히 원유가격 놓고 ‘줄다리기’

이후 지난 9월 21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낙농제도 개편안과 원유의 생산 및 공급 규정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이로써 내년 1월 1일부터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체계가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바뀐 것이다.

 

지난 9월 21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 전경 모습.

이사회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2년 동안 음용유 195만 톤과 가공유 10만 톤을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된다.

이어 전날인 20일 정부는 원유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생산자 3명, 수요자 3명, 낙농진흥회 1명으로 구성된 ‘원유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를 운영 첫 회의를 진행, 원유가격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10월 15일까지 협상으로 마치기로 합의하고 13일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로써 협상 시기는 한 차례 더 미뤄지게 됐고 31일까지 원유가격 협상을 마치기로 협의했다.

양측은 원유 가격의 인상 폭과 적용 시기 등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이후 협상이 지연돼온 만큼 이 시기 원유가격 인상분을 소급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원유 기본가격이 정해지면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대형 유업체들이 줄줄이 우유 가격 인상을 단행했었고 낙농가와 유업체는 보통 6월부터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해 8월에 새로운 가격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가격 결정 체계를 기존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8월을 훌쩍 넘긴 시점에도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

협상이 한차례 더 미뤄진 시점에서 향후 유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체더치즈 등 일부 치즈 제품 출고가를 약 20%, 남양유업은 드빈치 등 치즈 제품을 약 10% 올린 바 있다. 매일유업도 사워크림과 휘핑크림 가격을 6∼7% 올렸다. 이번 협상 이후 또다시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 업체별로 많게는 1년에 3번까지 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는 기존 낙농 체제 전체를 흔드는 제도 개편으로 거래제도를 바꾸는 만큼 농가의 재산인 쿼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주는 조치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며 “농가들의 자산인 쿼터에 손실을 입히는 만큼 농가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협상이 마무리되는 10월 말, 정부와 생산자, 그리고 유업체 모두가 만족하는 협상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9~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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