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산업 40년 키워드 "과잉생산"
육계산업 40년 키워드 "과잉생산"
  • 김재민
  • 승인 2022.11.08 17:30
  • 호수 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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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금사업 활성화...육계산업 대전환 위한 유일한 대안

육계산업은 국내 축산업을 구성하는 5대 품목 중 하나로 농촌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육계로 만든 치킨은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닭고기 산업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로 3년이라는 긴 조사를 받고,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로부터 16개 기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총 1,760억 원이다. 식품업계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 받은 육계계열화업체들은 ‘부당 처분’을 주장하며 과태료 처분 취소 소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미 2006년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전력이 있는지라 법정이라고 얼마나 달라질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의 조사와 과징금 처분 모두 육계산업이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정부(농식품부)와 협의로 진행된 것이었다는 데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법리 적용과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여러 차례 육계산업 회생을 위한 방안들을 보도한 바 있으며, 이번 호에서는 현재의 닭고기 생태계 형성과정을 살펴보고, 닭고기 수급 조절 사업의 필요성과 현행 법률 체계 내에서 가능성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육계산업 40년 키워드 ‘과잉생산’

국내 육계산업은 1980년대 전용 육계품종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상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변동 피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닭고기는 1960년대까지는 산란노계나 산란계 수탉을 비육해 이용해 왔으나 1970년대 육용종계 수탉과 산란계를 교미 시켜 생산하기 시작한 세미(semi) 육계인 백세미가 생산되면서 전문 육계 사육 농가가 등장하고 1980년대 육용종 계 암수를 모두 도입하여 육량이 많은 전용 육계가 본격적으로 사육되면서 양계업에서 육계산업이 분리가 시작된다.

문제는 국내 닭고기 산업이 변변한 전문 도축장이 미비한 가운데, 닭고기 소비 또한 여름에 집중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백세미가 육계를 대신하던 시절 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산란계 사육 수수가 닭고기 생산량을 제약하는 변수가 되었기 때문에 공급과잉은 쉽게 발생하지 않았다. 백세미 종란을 생산하는 닭도 식용란을 생산하기 위한 용도로 사육

되었기 때문에 백세미는 주로 여름 닭고기 소비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생산되고 나머지 계절에는 식용계란을 생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계산업 테두리 안에서 생산량이 제약받던 닭고기 공급량은 전용 육용종계가 도입되고 육계 사육이 본격화하면서 과잉생산이라는 굴레에 걸려들게 된다.

육용종계는 육계종란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하였기 때문에 육용종계가 너무 많이 도입되면 병아리 생산량이 증가하며 병아리 가격도, 육계 가격도 폭락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여기에 육계 사육은 초창기 비닐하우스에 보온덮개만 둘러 닭을 사육하였는데 30일 이라는 짧은 사육 기간에 축사 건설비용도 다른 축종에 비해 적게 들다 보니 닭고기 가격이 좋으면 너도나도 뛰어들고 가격이 폭락하면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야반도주까지 할 정도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일이 반복해 일어났다.

육계 가격의 폭락과 폭등 속에 정부는 여러 차례 수매하기도 하였지만 사이클이 워낙 짧다 보니 막상 수매에 돌입하면 금방 가격이 폭등하고, 중단하면 또 폭락하는 등 정부의 시장 개입도 여의치 않았다.

 

2. 축산계열화 농가 보호를 위한 대안

이러한 상황이 수년째 계속되자 육계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닭을 사육할 수 있도록 위탁사육을 기반으로 하는 축산계열화사업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980년대 천호식품을 필두로 1990년대 축산계열화업체가 여럿 등장하게 된다.

정부도 1990년대 시장개방을 앞두고 육계 농가의 보호와 육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축산계열화업체에 정책자금을 몰아주는 등 시장에 닭고기 가

격과 상관없이 육계 농가들이 일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노력하였다.

문제는 닭고기 산업이 계열화 되었다 해서 닭고기 공급과잉 상황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가도 기업도 결국은 닭을 사육해 돈을 버는 게 목적이고, 되도록 많이 사육해야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급은 과잉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예전 계열화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가격이 폭락하면 육계 농가, 종계 농가, 부화업자, 사료 회사들이 손해를 나눠서 지는 식이었지만, 계열화 이후에는 이 모든 비용과 손실을 계열업체가 짊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계열화가 되었지만, 공급과잉 상황은 달라지지 않으면서 닭고기 가격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었고, 이른바 강력한 경영효율화, 생산성 향상 등이 모든 주체에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 계열업체와 위탁사육 농가 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자조금을 활용한 수급조절사업과 소비촉진사업
자조금을 활용한 수급조절사업과 소비촉진사업

 

3. 닭고기 수급 조절 사업…. 범법 행위

정부가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었던 수급 조절 사업은 육계업 이 계열화업체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에는 단순히 사육 수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시행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공급과잉에 따른 낮은 닭고기 가격으로 육계 업체들이 하나둘 구조조정 되면서 닭고기 산업은 몇몇 대기업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4~5개 업체 중심으로 60~70%의 산업집중이 일어나도 여전히 닭고기의 공급과잉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누군가가 부담을 느껴 사육 수수를 감축한다고 할지라도 경쟁업체가 그 시 장을 점유해 버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하여 다음 사육주기나 이듬해 육계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안정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은 육계산업에 큰 충격을 가하였는데, 닭고기 소비가 사실상 실종 되면서 모든 닭고기 업체들이 비상이 걸렸다. 결국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농림부가 나서 수급 조절 사업을 시행하였는데 대한민국 역사상 농축산물 수급 조절 사업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건 첫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서는 육계 자조금이 출범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주도하에 수급조절협의회가 조직되었다. 자조금은 자조금관련법에 따라 육계업계 가 기금을 조성하면 정부가 그에 상응한 예산을 제공해 소비 촉진과 수급 조 절, 정보제공 등에 사용하도록 한 사업이었다.

정부가 참여하는 수급조절협의회 결과에 따라 육계자조금을 활용해 수급조절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또다시 담합행위에 해당한다며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당시 육계업체들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1%를 밑돌았고, 상당수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2~3년 적자를 보다가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해 육계 살처분이 일어나면 반짝 가격이 상승해 이듬해 흑자를 보고, 다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지 않으면 닭고기 공급과잉에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던 때였다.

같은 시기 한우, 한돈, 우유 등 다른 품목에서 다양한 수급조절사업이 관련 협회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문제가 되지 않았고, 닭고기 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공정위는 판결하였다.

1990년대 육계농가를 보호한다고 추진한 축산계열화사업은 실제로 농가 소득 안정에 기여한면이 있다. 하지만 계열화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농가의 소득을 보장 받도록 하였다면, 계열업체 또한 안정적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식에 맞지 않는 법리 적용으로 정부가 참여한 수급조절사업까지 범법 행위로 몰면서 닭고기 가격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워졌고, 계열업체들의 경영정상화 또한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4. 수급조절 관련 법률 검토

이렇게 두 차례 공정위로부터 조사와 과징금을 부과받은 탓에 현재 육계산업은 매우 위축되어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여전한 상황이고, 재판이 진행 중인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몇몇 업체는 도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나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닭고기 가격 정상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하지만, 공정위에 밉보일까 두려워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여러 차례 닭고기 산업 정상화를 위한 제언을 하였는데, 또다시 이 사안을 들고나온 것은 계열업체들이 쉽게 이 사안을 벗어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축산물 수급 조절과 관련해 축산법 제1조(목적)는 수급 조절을 법률 제정 여러 목적 중 하나로 기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수급 조절과 관련한 법 조항은 2000년을 전후해 모두 폐지되었다.

이보다 앞서 2010년대 초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에 수급 조절을 위한 법 조항이 마련하였으나,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후 진행해야 한다는 제약 조항이 마련되어 있어 짧은 사육사이클로 인해 단기간에 신속히 진행되어야 하는 육계 수급조절사업을 실시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두 법보다 앞선 2002년 5월에 제정된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 률’(초기 입법 당시는 ‘축산물의 소비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자조활동자금의 용도)에는 축 산물의 자율적 수급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담았고, 개정 자조금법 제4조(자조금의 용도)에는 ‘축산물의 자율적 수급 안정’에 사용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축산법 내 수급조절관련한 법률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이후에 삽입된 법률이기 때문에 활용 가치가 낮고, 계열화법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만 가능하기에 사실상 사문화 되어 있다.

현재 육계업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법률은 자조금관련법이다. 자조금 관련법은 2002년 제정이 되었고, 기금의 사용 용도에 자율적 수급조절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5. 닭고기 자조금 정상화가 공정위 굴레 벗어나는 유일한 대안

육계계열화업체들은 육계자조금의 출범 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 자조금 사업을 반대해 왔다. 닭고기가 계열업체 중심으로 브랜딩 되어 있어 통합 마케팅은 의미가 없다는 게 이유였지만, 계열화업체와 상시 충돌하고 있었던 양계협회가 자조금 조성을 주도하는 것이 실제 가장 큰 반대 명분이었고, 몇몇 계열화업체를 제외하고는 자조금 조성에 협조하지 않았다.

육계자조금 조성으로 안정적인 수입 기반이 마련되면 계열화사업에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는 양계협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이유로 인해 자조금 조성이 미뤄지고, 다른 축종에 비해 기금 규모도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투자도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한우, 양돈, 낙농 등의 품목은 자조금을 활용해 수급 조절 사업, 소비 촉진 사업 뿐만 아니라 조사연구사업과 교육 등 정보제공사업에 매년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축산물 수급 조절을 위한 기금을 따로 조성하고, 이를 집행하면서 법정단체인 각 품목 자조금관리위원회가 주도하는 수급 조절 사업 구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에 반해 자조금 조성에 미온적인 육계 부분은 소비 촉진을 위한 사업도 겨우 진행할 정도로 미약하였다.

기금 조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닭고기 자조금은 고정비를 낮추기 위해 사무국의 인적 구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고, 각종 자조금사업을 주도하지 못하고, 관련 단체에 위탁해 실시하는 관례가 만들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고 있는 2010년대 실시된 수급 조절 사업은 자조금을 활용해 추진하였지만, 실제 집행은 자조금기구가 아닌 육계협회가 주도하고 계열업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실제 이해당사자인 계열업체들이 주도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정치적 이유로 자조금 조성과 운영에 반대를 해오면서 자조금관리위원회의 힘을 약화해 놓은 것이 공정위 과징금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이 되고만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자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거출 에 협조하고, 소비 촉진 사업, 수급 조절 사업, 조사연구사업, 정보제공 사업 등의 사업이 자조금 관리위원회와 사무국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국 과징금과 관련한 법정 공방을 이겨낼 힘은 이 사업이 정부 자금이 들어가 있는 자조금으로 시행한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고, 앞으로 공정 거래위원회의 규제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닭고기 자조금 활성화와 관리위원회와 사무국의 강화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범 육계 업계가 자조금 사업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9~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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