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자조금이 정부 쌈짓돈인가” 관리위원들 ‘강력 반발’
“한우자조금이 정부 쌈짓돈인가” 관리위원들 ‘강력 반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2.11.1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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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내년 사업계획 최종 심의 앞두고 급작스레 150억 편성 요청

관리위원들 “사업 계획‧예산(안) 뒤엎는 수준” 반발...한 때 ‘파행’
11월 9일 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전경 모습.
11월 9일 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전경 모습.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내년도 한우자조금 사업계획을 최종 심의하는 제5차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정부가 급작스럽게 소비촉진사업에 150억원 규모의 자조금 예산 편성을 요청하면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회의가 파행 전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월 9일 개최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총 364억원 규모의 사업계획과 관련해 대형유통사 판매지원 100억원과 저등급 한우 소비촉진 사업 50억원 등 150억원의 자조금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

10월 한우 도매가격이 kg당 1만8천원대로 하락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가격이 더 빨리 하락하는 데 따라 과감한 소비촉진 중심의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게 배경 설명이다.

이날 관리위원회에 참석한 김정수 사무관에 따르면 현재 자조금이 시행하는 사업 형태로 100억원의 재원을 활용해 20~30% 할인행사를 진행하면 약 500억원 규모의 할인판매 효과가 발생한다. 이를 매출액으로 추산하면 2,500~3,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물량으로는 6~7천톤 수준이다. 이는 하나로마트가 판매하는 연간 한우고기 판매 물량의 2개월치에 해당한다는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150억원 예산 확보를 위해 농식품부는 시급성이 없는 각종 소비홍보사업과 행사, 조사연구, 유통구조 사업을 올해 대비 50~80% 수준의 감액 또는 전액 감액하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김정수 사무관은 “그동안 예산 소위 등의 내부 논의 과정은 존중한다”면서도 “예상보다 가격이 빨리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급작스런 예산 편성 요청과 관련해 관리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자조금 사업 계획 수립과 관련해 정부가 일부 항목의 증감을 요청한 적은 있었어도 자조금 사업을 완전히 뒤엎는 수준의 요구나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월부터 여덟 차례에 거친 도별 순회 간담회를 비롯해 3차에 걸친 예산심의소위원회 등 심도 있는 논의와 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한 예산(안)을 마지막으로 심의하는 자리에서 150억원 규모의 예산을 조정하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는 반발과 비판이 쏟아졌다.

한기웅 부위원장은 “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마지막 예산 심의 절차에서 예산(안)을 뒤엎는 수준의 사업계획 변경안은 도저히 납득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면서 “이는 자조금 법과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상혁 부위원장은 “3차례에 걸친 예산 소위 심의를 거쳐 마련한 예산안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농가들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민경천 위원장도 “기존의 사업계획 역시 소 값 안정을 위한 소비촉진 사업들로 채워져 있다”면서 “한우가격 안정에 대해선 정부보다 관리위원들의 관심과 걱정이 더 크다. 소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정부의 자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우협회가 요청한 한우플랫폼 구축 사업(2억5천만원)을 협회 주관 사업내에서 조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당초 수립한 364억원의 사업계획(소비홍보부문 95억9110만원, 유통구조사업 13억4300만원, 교육 및 정보제공사업 52억7797만원, 수급안정사업에 72억원 등)을 원안대로 심의, 의결했다.

하지만 2023년 한우자조금 사업 계획 및 예산(안)이 무리없이 통과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조금 예산의 최종 승인권한을 농식품부가 갖고 있는 현실에서 사업 승인을 이유로 정부가 사업계획의 수정과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우자조금 한 관리위원은 “정부가 요구한 사업 계획 조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예산(안)을 정부가 최종 승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결국엔 정부 뜻대로 될 공산이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오는 29일 대전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고 2023년 한우자조금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최종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내년도 사업계획 승인 여부에 한우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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