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한우 가격 폭락에 대한 소고
쌀과 한우 가격 폭락에 대한 소고
  • 김재민
  • 승인 2022.12.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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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한우는 우리 농업을 대표하는 품목이다.

생산액만으로 보면 돼지가 한우보다 더 많지만, 생산 농가, 재배나 사육 면적, 역사성 등을 종합한다면 쌀과 한우라는 것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전북으로 이전한 농촌진흥청이 수원에 있을 당시 그 오래된 본청 건물 로비에 큼지막한 쌀 사진과 한우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농업 기술 연구와 보급의 총아였던 농촌진흥청도 쌀과 한우를 대표 품목으로 인식하였다는 증거다.

그런데 두 품목이 가격 하락에 시름하고 있다. 쌀과 한우 가격의 동반 하락은 내년 농업생산액에도 큰 영향을 주어 농촌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다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쌀 가격 동향

쌀 가격의 하락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쌀의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예상치 못한 풍작의 영향으로 쌀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역대 최고 수준의 하락률을 기록하였다.

지난해 대비 올해는 쌀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감소하면서 수확기 쌀 가격이 단경기보다 높아지기는 하였으나 지난해 수확기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3%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

2022년산 쌀 생산량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이 많았던 2021년보다 가격이 낮은 이유는 재배면적이나 생산량은 선행지표이고 가격은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

재배면적이나 생산량은 이후 쌀 가격이 하락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지수이고, 가격은 이후 나타나기 때문으로 2021년은 2020년산 쌀 생산량 부족의 여파가 수확기까지 영향을 주어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쌀 생산량이 늘어났음에도 그 영향은 2022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2022년에는 선행지표인 쌀 생산량만 보면 가격 반등이 기대되지만, 2021년산 쌀이 아직 전부 소비되지 못하면서 단경기 때보다는 가격이 상승하였지만,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우 가격 동향

1년 단위로 재배면적, 생산량 등이 재설정되는 쌀과 달리 한우는 연속해서 사육되는 특징 때문에 선행지표가 일찍 나오게 된다.

가격의 신호에 따라 수요가 변화하고, 또 생산자들은 공급량을 조절한다. 하지만 가격 신호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가격은 수급에 따른 결과로 나타나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 사육두수는 쌀의 재배면적이나 쌀 생산량과 같은 선행지표가 된다.

가격은 공급과 소비량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선행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결정은 가격이 아닌 선행지표인 사육두수를 중심으로 놓고 보아야 한다.

소비도 한우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이기는 하지만, 소비의 변화의 예측은 너무 많은 변수로 인해 소비는 보통 고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확실한 선행지표인 공급량 지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우 선행지표인 사육두수는 2018년부터 조금씩 과잉 신호를 보냈고, 2019년 적신호를 보내며 수급 조절 사업의 필요성이 커졌다.

 

 

쌀과 한우 가격 폭락 원인

쌀 가격과 한우 가격 폭락의 원인은 단순히 생각하면 공급이 많아서라 답하겠지만,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사육두수가 늘어난 것은 후행 지표인 가격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한우 업계는 안정적으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사육두수 한계점을 그동안 300만두로 보고 공급량은 70만두 내외로 생각해 왔다. 이 같은 이유로 2019년을 전후해 한우 가격이 하락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을 한우농가 대부분이 가지고 있었고, 국책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이 한우 가격 하락 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락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게 그 이유였다.

농가들의 항의가 얼마나 심했는지 2019년 상반기 한우가격 하락을 전망했던 농촌경제연구원은 연말 이를 철회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19년까지 1만7000~1만8000원대를 오가던 한우가격이 2020년~2021년 1kg에 2만원대에 안착하며 코로나 특수를 누리게 된 것이다. 강력한 거리두기,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여러 이유로 가정에서의 한우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였고, 2020년 1kg에 2만원대 코앞까지 상승하였고, 2021년은 처음으로 2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사육두수는 300만두를 넘어 320만두를 돌파하더니 2021년에는 340만두를 돌파하며 그동안의 공식이 깨지는 듯 했다.

선행지표인 사육두수는 수급조절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후행지표면 가격은 여전히 더 생산해도 된다는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한우 가격 하락은 2022년 4분기가 아닌 2020년 부터 조금씩 꺾였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가격 조정 시기를 2년 뒤로 미뤄지도록 하면서 농가들의 암소 도축과 같은 자체 수급 조절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유인하면서 가격 폭락을 가져왔다.

쌀은 1년 단위로 새롭게 재배가 되기 때문에 한우처럼 중장기 전망은 어려워 전년도에 생산된 쌀의 재고량과 가격이 이듬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쌀은 최근 10년간을 보면 2013년~2016년 생산량이 과잉되면서 가격이 좋지 못하다가 2017년 397만톤, 2018년 387만톤, 2019년 374만톤까지 생산량이 급감한다. 2016년까지 매년 400만톤 이상 생산되며 쌀값이 장기간 약세를 면치못하였는데 2018년부터 쌀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하여 2021년 수확기 직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계속 감소하던 벼 재배면적도 2020년 72.6만ha에서 2021년에는 73.2만ha으로 늘어난다.

후행지표인 높은 쌀 가격은 한우와 마찬가지로 농가들을 벼 재배로 끌어들인 것이다.

 

 

농가 체감 상황

현재 한우가격은 2016년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가장 한우 가격이 낮았던 때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높은 생산비 때문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종료되며 곡물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물동량의 증가로 운송비가 높게 형성되었으며,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핵심 원자재인 곡제 곡물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다.

생산비 폭등은 쌀도 마찬가지여서 한우농가 쌀생산 농가 모두 실제 경영압박은 예전을 앞지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우농가와 쌀 생산 농가는 겸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우농가가 20~50두 정도의 한우를 키우면서 퇴비를 이용해 벼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은데, 두 품목이 모두 가격이 폭락하니 농촌경제는 말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쌀과 한우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 농업의 대표 품목이기에 매우 암울한 상황이다.

 

 

시장의 실패 막을 수 없었나?

쌀과 한우 선행지표는 가격 폭락을 예고하였음에도 제대로 된 선제 조치는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높은 가격에 모두 취해 있었다.

농가들이야 당장 쌀값이 좋고, 송아짓값이 좋으니 너도나도 재배면적을 늘리고 소를 입식해 돈을 벌고 싶어 할 수 있다. 아무리 통계가, 관측이 선행지표를 가지고 경고를 보냈지만 사육두수를 늘리는 게 합리적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당시 언론도 “사육두수는 늘었지만 가격은 좋다”, “한우 소비층이 두터워졌다”는 이야기만 할 뿐 수급 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곳은 거의 없었다.

플레이어인 한우농가, 벼재배 농가는 그럴 수 있다하자. 그러지 말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종사자 그리고 한우나 쌀 산업의 지도자, 언론은 후행지표인 가격에 현혹되어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11월 통계청의 쌀 생산량 통계가 발표되고 생산량 기준으로 격리요건을 갖추었지만, 격리하지 않는다. 담당 공무원은 수확기 쌀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격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선행지표는 믿지 않고 후행지표에 휘둘린 사례이다.

한우도 마찬가지다. 2018년부터 전국한우협회와 일부 한우 지도자들은 한우 수급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며 2019년부터 생산조절에 들어가기 위해 자조금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자조금 사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서 사업 시행 시기는 뒤로 밀리게 되었고 그나마 2019년 하반기 잠시 실시하고 2020년 사업은 정부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게 된다.

결국 한우 사육두수가 320만 두를 돌파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급 조절 사업에 정부는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2021년 사업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때는 2024년에 가서 이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다 볼 수 있다. 2019년부터 차근차근 생산조절 사업을 진행해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20년산 쌀가격이 높이 형성되자 논 타 작물 재배사업을 중단하고 만다. 쌀 가격이 높아 농가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지 않았겠지만, 높은 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벼 재배면적 증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우는 2018년부터 한우협회와 일부 지도자를 중심으로 생산조절 프로그램 가동을 주장하였지만, 정부를 비롯한 여러 관련 기관들이 정부의 편에 서면서 동력을 얻기 힘들었다.

특히 국책 연구기관, 민간 연구기관 할 것 없이 지금은 수급 조절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지금의 한우 가격, 쌀 가격의 폭락은 냉정하게 선행지표를 살피고 행동해야 하는 이들이 높은 가격에 취해 만든 합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수급조절에 미온적이었던 정부 관계자, 학계, 언론, 일부 한우 지도자들이 과거의 판단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이 앞장서 수급조절을 외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할수 밖에 없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나

 

한우 가격 하락은 예약이 되어 있었다. 늘어난 사육마릿수에 앞서 지적했듯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충격의 크기를 키우고, 코로나 팬데믹 종료, 경기침체, 사료가격 폭등이 맞물리며 한우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국면에서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모두가 소비 촉진을 이야기하는데, 한우 소비는 한우 가격이 하락하며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한우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소문만 내도 소비는 늘어날 것이다.

쌀의 경우는 매년 새롭게 재배가 시작되는 만큼 내년에도 재배면적이 크게 줄며 가격은 정상화 될 것이다. 기다리는 것 이외에 답이 없다.

쌀 생산 농가나 한우농가를 위해 해야할 일은 이들의 소득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긴급히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비가 급등한 가운데 맞은 소득감소는 농가들이 더 이상 소를 사육하거나 벼를 재배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고 이후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큰 혼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뿐 아니라 쌀과 한우는 우리 농촌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쌀과 한우는 우리 농업에 있어서 가장 많은 농가수를 자랑하는 품목이며, 생산액 기준 1위와 3위 품목이다.

이 두품목 가격이 15% 이상 하락하면서 농촌 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농촌에 재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재난 지원금을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한바 있다. 고물가 시대에 쌀과 한우만은 가격이 낮아지며 전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는 만큼 줄어든 소득을 어떤 식으로든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뜩이나 피폐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는 시키지 못하더라도 유지라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원을 받은 농가들은 과도하게 재배 면적을 줄이거나 사육두수를 줄이지 않음으로써 이후 쌀 가격과 한우 가격이 너무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우와 쌀은 대한민국 농업을 대표하는 품목이지만 두 품목이 동시에 가격이 폭락해 어려움에 빠져 있다.
한우와 쌀은 대한민국 농업을 대표하는 품목이지만 두 품목이 동시에 가격이 폭락해 어려움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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