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낙농산업 결산
2022년 낙농산업 결산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1.03 12:27
  • 호수 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농제도 개편 중심으로
기존 경로 벗어난 혁명 같은 낙농제도 성공할까 실패할까?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낙농-유가공업산업은 1960년대 축산진흥정책 일환으로 정부의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산업이다.

1967년 제대로 된 젖소도 몇 마리 키우지 않고 있던 대한민국에서는 낙농업을 진흥시켜 농촌경제의 향상을 기하겠다며 낙농진흥법을 제정하고, 이보다 앞서 1962년부터 젖소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들어서는 대규모 차관을 도입해 소를 수입했고, 그 차관으로 유가공공장을 짓는 등 낙농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산업정책이 장기간 시행된다.

정부의 철저한 계획에 의해 시작된 낙농산업은 1980년대 들어 고도성장기를 맞이하였으나 1990년대 들어 과잉 생산이 문제가 되면서 낙농진흥회 설립을 통해 원유 유통의 일원화 및 수급 조절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일부 낙농 주체의 참여 거부와 정부의 과도한 인센티브 등이 맞물리며 2002년 대규모 잉여원유 사태를 맞이하면서 실패하게 된다.

이후 낙농-유가공산업은 정부 주도의 산업도 아니고 민간 중심의 산업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필요한 제도가 도입되면서 낙농 제도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낙농 제도 개편 논의는 과거 정부가 낙농유가공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단계가 아니라 민간의 영역이 커진 상황에서 논의가 진행되면서 이해에 따라 낙농가와 수요자인 유업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다.

낙농 면허가 된 쿼터제

임기응변식으로 마련된 낙농 제도 중 하나가 2003년 도입된 쿼터제이다.

낙농 쿼터는 낙농가가 원유생산량을 임의로 증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농장마다 납품가능한 기준원유량을 설정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설정된 기준원유량을 초과해 생산하면 초과분에 국제 분유 시세를 적용하는 등 페널티가 농가에 주어졌다.

이 쿼터는 이후 낙농업자의 우유 생산 권리, 또는 낙농업자가 유업체 등에 우유를 납품할 권리로 발전하게 되면서 개인택시 면허나 음식점의 권리금처럼 거래가 되기 시작하였고, 농가의 무형자산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 쿼터는 1kg당 30만 원~100만 원 정도에 거래가 되면서 진입장벽이 되었고, 생산비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참고로 쿼터를 양수·양도할 때 10% 내외의 원유량을 감축하는 조치가 취하여졌으며 이에 따라 십여년간 원유 쿼터의 소각 비용(수급 조절 비용)을 낙농가들이 짊어지게 된다.

원가연동제

원가연동제는 원유 생산비가 상승했을 때 원유가격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을 벗어나고자 농림축산식품부의 중재로 만들어진 제도다.

원유 생산비가 적정 수준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1년에 1회에 원유가격을 공식에 따라 자동으로 인상·인하는 프로그램으로 낙농가와 유업체가 원유가격 결정 과정에서 치닫는 극한의 갈등을 방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현행 낙농제도는 쿼터제와 원가연동제가 근간이라 하겠다.

구 낙농제도의 평가

1990년대 구상했던 집유일원화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임기응변식으로 도입된 두 제도는 원유의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원유의 가격 결정이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까지 원유가격 결정은 농식품부의 고시, 낙농진흥회 이사회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면서 원유가격 조정을 원하는 세력이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압력 행사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후 원가연동제의 도입으로 협의나 협상, 실력행사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면서 예측 가능한 산업으로 변모하였으나 생산비가 계속 상승해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유업체의 반발이 지속된다.

쿼터제의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수급 조절 사업이 농가의 거래 과정에서 일어나고, 농가들이 원유를 임의로 증량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는 것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나 유업체 등 각 집유 주체들이 자사 수급 상황에 따라 쿼터를 임의로 감량 또는 소각시키는 등의 행위를 하면서 농가들의 불만이 폭주하였다.

2021년 정부 주도의 낙농제도 개편안

2021년 정부 주도의 낙농제도 개편안이 공개되면서 낙농유가공 업계에 큰 파란이 일어난다.

정부가 기존의 쿼터를 무효로 하고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원유생산 및 거래 규칙을 들고나온 것이다.

거래 규칙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원유가격 결정 방식 개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등이 담겨 있었다. 현행 낙농제도의 근본부터 완전히 바꾸겠다는 게 정부의 대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부는 시유 중심의 현행 낙농유가공산업의 일부를 치즈 등 가공품 중심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용도별 차등 가격제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이외에도 사료 가격 안정 대책, 조사료 수급 대책 등 농가 생산비 절감 대책 등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이 대책들은 일부는 농가에 불리한 것도 있고 유리한 것들이 뒤섞여 있어 이 대책이 좋고 나쁨을 논하기 힘들었으나 협상이 진행되면서 생산비 절감 대책 등은 실종되고 원유가격을 낮추는 프로그램에만 몰두하면서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

경로의존성 무시한 정부의 일방통행

정부는 낙농가들의 요구에 따라 시유쿼터를 180만톤에서 190만 톤으로 증량하는 수정안을 제시하고, 그 사이 정부는 대규모 수입 분유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원유가격 조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낙농가들의 정부안 수용을 압박하였다. 2022년 1월부터 지속된 낙농가들의 장외투쟁은 8개월이나 진행되었고, 원유가격 조정도 조정 시기를 두 번이나 넘긴 2022년 10월에야 타결되게 된다.

생산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낙농가들의 선택지는 별로 없었고 장기간 투쟁 속에 애초 정부가 제시한 180만 톤의 시유 쿼터를 190만 톤으로 늘리고 정부가 2년간 이를 보장하도록 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라 하겠다. 일각에서는 우유 소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업체들은 190만 톤을 2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약속은 매우 부담스러운 조치로 여기고 있어 낙농가 처지에서 큰 성과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협상 과정 그리고 결과로 볼 때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정부안의 추진 방식은 매우 일방적이었다. 낙농가와 유업체 사이에서 중립적인 견해를 밝혀왔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문재인 정부 그리고 윤석열 정부 등 정권의 성향과 상관없이 농식품부는 일관되게 용도별 차등 가격제, 원유가격 결정 방식의 개편을 요구하였으며 끝내 관철했다.

보통 정책은 그동안 진행해 온 경로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무리 불합리한 정책이라도 시장에서 장기간 시행해왔다면 이를 완전히 뒤 엎는 방식은 너무나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므로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개혁이 이뤄지게 마련이다.

용도별 가격차등제의 경우 아직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각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해왔던 경로를 이탈한 정부의 정책이 묘수가 될지 큰 부담이나 혼란을 줄지는 시행과정을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999년 시행된 집유일원화 사업은 그동안 낙농 유가공업계의 거래 관행을 완전히 바꾸는 혁명 같은 조치였으며, 필요성에 누구나 공감했지만, 실제 시행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의 이기심을 완화 시키지 못하면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짚고 넘어갈 일

더 이상 정부가 낙농가의 사정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하지 않음이 낙농제도 개편 및 원유가격 협상 과정에서 나타났다.

정부가 애초 약속한 생산비 절감 등을 위한 대책이 구체화 되지 않았다. 정부 예산에 낙농제도 개편을 뒷받침하고 생산비 절감을 위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정부가 낙농가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근본 이유를 따져봐야 하며, 생산자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는 것도 쉽지 않음을 인식하고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2년 11~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