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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업의 르네상스 연 돼지고기 대일 수출 돼지열병·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팜역사속으로] 축산물 수출 그리고 가축 질병의 역사
2023. 05. 15 by 김재민

축산물 수출은 국내 축산업이 반복되는 공급과잉과 부위별 수급불균형을 풀어줄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가축 질병의 반복 발생으로 2000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1960년대 홍콩으로의 살아 있는 돼지를 수출한 것이 우리 축산물 수출사의 시작이고, 가축의 털이나 가죽이 수출되기도 하였고, 1970년대는 냉동돼지고기가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1970년대 후반 국내 육류부족을 이유로 수출을 정부가 중단시킨 1980년대 중반까지 돈육 수출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1980년대 후반 돼지 파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로 다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 대일 돼지 수출의 가파른 증가로 국내 양돈산업은 특수를 누리게 되며 우리 양돈산업의 르네상스를 경험하게 된다.

경향신문 1997.04.02 1면
경향신문 1997.04.02 1면

특히 1997년 당시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 대만에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돼지고기 주 수출국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되었고, 외환위기에 의한 축산물 수요감소와 사료가격 폭등이라는 위기 속에서 양돈업계는 엄청난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양돈산업의 르네상스는 돼지열병의 발병과 2000년 구제역 발병으로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게 된다.

돼지 등심과 안심, 뒷다리살은 일본, 앞다리살, 목심, 삼겹살은 국내에서 소비하면서 부위별 고루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가 있었는데, 일본에 주로 수출하던 품목이 판매가 안되면서 돼지 가격을 낮추게 된다.

절치부심 양돈업계와 농림부는 다시 돼지고기 수출에 나서겠다며 구제역 청정국 지휘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였고, 2001년 8월 28일 국제수역사무국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을 신청하였고 정밀 심사를 거쳐 2001년 9월 20일 청정국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당초 2002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이례적으로 OIE총회가 아닌 OIE 구제역 위원회에서 곧바로 청정국으로 인정을 해준 것이다. 우리 양돈업계는 당초 예상보다 빨라진 청정국 지휘 회복에 돼지고기 수출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확보하자 당장 2001년 11월 중국 정부가 한국산 육가공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하며 중국으로 육가공품 수출이 시작되었고, 일본 정부는 2002년 2월 27일 한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 당시 농림부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입법 예고한 시행규칙이 이르면 4월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양국간 수입 위생조건 협의가 끝나면 곧장 돼지고기 수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늦어도 하반기 부터는 일본으로의 돼지고기 수출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2009년 9월 약 4년여만에 재개된 제주돼지고기의 일본 수출 하지만 3개월 도 안되어 구제역이 발병하며 수출은 중단된다.
2009년 9월 약 4년여만에 재개된 제주돼지고기의 일본 수출 하지만 3개월 도 안되어 구제역이 발병하며 수출은 중단된다.

 

2년만에 일본으로의 돼지고기 수출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라있었으나 2002년 5월 3일 안성 양돈장에서 구제역이 발병하며 돼지고기 수출의 꿈은 좌절하고 만다.

수출용 돼지작업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0년을 전후해 완공된 LPC(축산물종합처리장)들은 제대로 가동도 하지 못하면서 부실화되었고, 운영 주체 상당수가 도산하거나 시설을 매각해야만 했다.

이후 다시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으며 돼지고기 수출을 위한 노력에 들어갔으나 일본 정부는 돼지열병 등을 이유로 국내산 돼지 수입을 불허하다가 제주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가하기로 한다. 2004년 5월부터 시작된 제주산 돼지 수출은 11월말 제주도 내 4개 농장 돼지에서 예방주사에 의한 돼지열병 항체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다시 대일 수출은 중단된다.

그리고 양돈업계는 다시 돼지고기 수출을 위한 노력에 들어가는데, 한미 FTA, 한EU FTA에 대응해 우리 돼지고기를 수출해 대응하자는 논의가 이어졌고, 2009년 9월 제주산 돼지고기의 대일 수출이 재개된다. 제주도 주최 수출 기념식에는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해 대규모로 진행되었지만  2010년 1월 다시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돼지 수출의 꿈은 좌절되고 만다.

현재 양돈업계는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국내에서 발병하면서 사실상 상업적 돼지 수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오리와 닭고기 등 가금산물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일본으로 오리고기 수출이 활발히 이뤄졌으나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으로 국내 가금산물의 수출은 사실상 막혀 있다. 당시 오리고기 1위 수출업체였던 화인코리아는 수출을 위해 물량을 대규모로 늘려놓았다가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그리고 2023년 5월 우리 한우고기가 홍콩에 이어 말레이시아로 수출이 확정되었다. 국내에 할랄 인증을 받은 도축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할랄 시장의 교두보라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한우고기 수출이 추진되었으나 구제역 발병으로 수출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할랄 시장의 교두보라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한우고기 수출이 추진되었으나 구제역 발병으로 수출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 구제역청정국(백신접종청정국) 인증도 눈앞에 있었다. 이미 국제수역사무국에서 조사를 마치고 공표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구제역 청정국이되면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국가로 한우수출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한류열풍으로 우리 한우고기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리스크가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칠레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국가까지 자유무역협정을 적극 맺어 왔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축산물을 비롯한 많은 상품의 교역이 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유독 축산물은 가축 질병 리스크로 인해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2000년 구제역에서 시작하여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 최근에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해결하지 못한 질병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축산업계를 괴롭히고 있다.

그 기간만도 20년을 훌쩍 넘었으니 가축질병 청정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다시 일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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