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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137호, 양력 : 1월 3일, 음력 : 11월 28일
[598년전 오늘 - 축산 소식121] 버터(Butter)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수유치(酥油赤)가 수백호(戶)나 있었다
2019. 01. 03 by 남인식 편집위원

[팜인사이트= 남인식 편집위원] 조선시대 궁중에서 임금을 위한 약으로 쓰거나 늙고 병든 신하에게 귀하게 나누어 주던 우유(牛乳)의 지방(脂肪)으로 만든 일종의 버터(butter)를 수유(酥油)라 하였는데, 이 수유는 우유를 그릇에 담고 2-3번 끓여 낸 후 양동이에 식혀서 겉에 껍질을 거둔 후, 이 껍질을 다시 불에 올려 끓여서 찌꺼기를 버리고 사발에 담아 식혀서 만드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유는 원래 불교의 밀교(密敎)에서 제단(祭壇)에 마련한 화로에 불을 피우고 진언(眞言)을 외우면서 그 불 속에 물건을 던져 공양하고 소원을 비는 의식인 호마(護摩) 때 쓰는 기름을 일컬었는데, 불교의 풍속에서 유래하여 만들어진 수유에 칡뿌리 가루인 갈분(葛粉)을 넣어 쑨 죽인 제호(醍醐)가 만들어져 보양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고려시대 이래 이러한 수유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집단을 수유치(酥油赤, 또는 수유적)라고 하였는데, 이들은 원나라 멸망 후 북원(北元) 세력의 잔존 세력과 나머지 몽골인 집단들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여 몽골고원 동쪽과 요동 지역에서 패권을 차지한 몽골어 타타르(塔塔爾, Tatar), 한자어 표기인 달단(韃靼,達達)족의 후손들로 주로 황해도와 평안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598년전 오늘의 기사에는 이들이 주로 가축을 도살하는 도재(屠宰)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며, 매 호(戶)에 해마다 수유(酥油) 한 정(丁)을 사옹방(司饔房)에 바치면 부역(賦役)이 없어, 군역(軍役)을 피하려는 일반 양민이 많이 찾아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수유는 얻기가 어려워 한 호(戶)에서 몇 해를 지나도 한 정(丁)을 바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고, 몇 호에서 공동으로 한 정을 바치는 경우도 있어, 국가에 들어오는 것은 얼마 안 되고 각 지방 주현(州縣)에는 폐해(弊害)를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실제로 황해도 서흥군(瑞興郡)에는 한 호(戶)에 건장한 남자가 21명이 있으면서 부역(賦役)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되어, 태상왕(太上王)이 병조(兵曹)에 명하여 각도의 수유적(酥油赤)의 호수(戶數)를 전부 조사하여 수유적을 폐지하고, 있는 곳의 고을에서 군역(軍役)에 충당(充當)하게 하니 그 수가 수백 호(戶)에 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종실록 14권, 세종 3년 11월 28일 정해 기사 1421년 명 영락(永樂) 19년

군역의 회피 수단인 수유적을 폐지하다

수유적(酥油赤)을 폐지하였다. 황해도·평안도에 수유적이 있는데, 스스로 달단(韃靼)의 유종(遺種)이라 하면서 도재(屠宰)로써 직업을 삼고 있었다. 매 호(戶)에 해마다 수유(酥油) 한 정(丁)을 사옹방(司饔房)에 바치고는 집에 부역(賦役)이 없으니, 군역(軍役)을 피하는 사람이 많이 가서 의지하였다. 그러나, 수유는 실로 얻기 어려우므로, 혹은 한 호(戶)에서 몇 해를 지나도 한 정(丁)을 바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은 몇 호에서 공동으로 한 정을 바치는 사람이 있게 되니, 국가에 들어오는 것은 얼마 안 되는데도 주현(州縣)의 폐해(弊害)가 되는 것은 실제로 많았다. 서흥군(瑞興郡)에 한 호(戶)에 건장한 남자가 21명이 있으면서 부역(賦役)을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태상왕이 병조에 명하여 각도의 수유적(酥油赤)의 호수(戶數)를 두루 살펴서, 있는 곳의 고을에서 군역(軍役)에 충당(充當)하게 하니, 참의 윤회가 아뢰기를,

"수유는 어용(御用)의 약(藥)에 소용되며, 또 때때로 늙어 병든 여러 신하들에게도 내리기도 하니, 이를 폐지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라고 하였다. 태상왕은 말하기를,

"그대의 알 바가 아니다."

라고 하면서, 드디어 이를 다 폐지하니, 모두 수백 호(戶)나 되었다.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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