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정부 농산물 수급 관리 실패 인정하고 양곡관리법 개정 협조해야
[편집자칼럼] 정부 농산물 수급 관리 실패 인정하고 양곡관리법 개정 협조해야
  • 김재민
  • 승인 2024.04.19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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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정부를 믿어 달라 재량에 의한 수급 관리 고수

야당, 일회성 즉흥적 수급관리 안돼, 양곡법개정 · 농산물가격안정제 도입 필요
농해수위는 4월 18일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양곡관리법 등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되어 있던 법안을 본회의로 상정하기로 하고 표결을 실시했다. 사진 신정훈 의원실
농해수위는 4월 18일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양곡관리법 등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되어 있던 법안을 본회의로 상정하기로 하고 표결을 실시했다. 사진 신정훈 의원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4월 18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법사위에서 2개월 이상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가격안정제 등의 본회의 직회부를 농해수위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관련법안을 다시 심의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미 양곡관리법의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된바 있는데, 양곡관리법 등 야당이 주도하는 농산물 가격 및 수급안정을 위한 제도 도입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지금도 정부가 수급관리를 잘하고 있다며 양곡법 개정과 농산물가격안정제 도입의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현재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여야는 어떤 생각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입법을 반대하는지 살펴본다.

 

정부의 시장 개입 방법

경제가 위축되거나 너무 과열됐을 때 경제안정정책을 실시하게 되며, 경제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 방식은 크게 재량주의와 준칙주의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재량주의는 정부 관료의 판단에 따라 경제에 개입하는 방식을 의미하고, 관료들이 경제 정책에 있어 전문가로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신뢰가 기본 전제로 깔려 있다. 재량적 재정 정책은 정부 지출이나 조세를 변동시켜 경제 안정을 시키는 것으로 정부 지출을 확대하거나 줄이는 방식이며 필요에 따라 조세의 감면 등의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반면, 준칙주의는 관료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이 방식은 관료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항상 공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가정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간다. 공무원도 인간이기에 편향될 수도 있고, 사익을 추구할수도 있으며, 경제관료 몇명이 시장 개입의 수준을 판단할 정도로 전문성이 없다는 가정 속에 정부의 시장 개입방법을 정하자는 것이다. 준칙주의는 전문가집단이 사전에 정부의 개입 방식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메뉴얼에 따라 정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리 설정된 '규칙’이다..

재량주의는 관료의 판단에 따른 개입, 준칙주의는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른 개입을 의미한다.

재량주의는 좌파로 분류되는 케인즈학파, 준칙주의는 시카고학파라고 불리는 통화주의 학파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통화주의는 화폐공급량을 조절해 대응하는 방식이고 재량주의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개입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근본적 차이 

문제는 두 프로그램이 실시될때까지의 속도다. 화폐공급량 조절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곧바로 시행이 되는 반면, 재량주의는 보통 추경을 통해 시행하게 되는데, 추경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준칙주의 입장에서는 재량적인 정부 개입은 매우 거칠고 무식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제에 어떤 충격으로 국민소득이 감소한 경우 관료가 이를 인식하고 확장적인 정책을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재정 정책을 사용할 경우, 이를 판단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정책이 실시될 때 이미 경기가 회복되어 있을 수 있다. 보통 추경을 하기 위해서는 규모는 얼마나 할지, 돈은 어떤분야에 배분할지를 협의해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 협의가 끝나면 다시 국회로 넘어가 정부가 작성한 추경안에 대한 심사를 상임위 차원에서 검토하고 이를 본회의로 넘겨 최종 의결한다. 국회 의결이 끝나면 다시 행정부는 국회가 의결한 대로 이를 각 부처별로 또는 지자체에 예산을 내려보내 집행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경제는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화 될수 있고 여기에 정부가 돈을 쏟아봇게 되니 경기가 과열될 위험이 있다.

통화정책도 금리조정까지는 정말 신속하게 이뤄지지만, 금리 조정 이후 은행들이 새로운 금리를 수용하고, 금융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아서 돈을 쓰기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책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통화정책은 실제로 금리 조정 이후 시장에서 통화량이 조정되는 시간이 오래걸린다.

 

양곡관리법 야당 정부 못믿겠다 준칙주의 필요

여당 정부를 믿어 달라 재량주의 고수

정부의 시장 개입 방법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냐하면, 쌀의 가격 안정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의 대치가 케인지학파와 통화주의학파 간의 오랜 싸움과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경제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 방법을 양곡관리법 논란에 비추어 보면 양곡관리법 개정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준칙주의 입장에 서 있고, 이를 반대하는 정부와 여당은 재량주의 입장에 서 있다.

관료가 정말 똑똑하고 쌀 시장 상황을 누구보다 빨리 인식해 적절한 대책을 누구보다 신속히 수립해 집행할 수 있다면 재량주의 쌀가격 안정 정책도 해볼만 하다.

하지만, 순환보직을 하는 공무원 사회에서 양곡 관리와 관련한 전문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잘못된 판단으로 시장 개입 골든타임을 놓칠수도 있는 야당의 우려는 이미 2022년 한차례 했기 때문에 야당은 이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준칙에 따른 쌀의 무조건 적인 시장 격리는 쌀의 과잉 생산을 유도하는 만큼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재량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산물 시장 접근법 재량을 넘어 즉흥적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가 시장에 무분별하게 개입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재정적자를 심화시켰다며 재정준칙의 입법화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의 재정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말하는 것으로 재정수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의 재정지표에 대해 목표를 포함하는 재정운용의 목표설정 및 이의 달성을 위한 방안 등을 법률로 정하는 것으로 당국의 재량적 재정운용에 제약을 가하는 재정운용체계를 의미한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21대 국회 종료 전에 재정 준칙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은 재정운영에 대한 재량을 축소하려는 정부가 쌀 가격 안정과 관련해서는 준칙주의가 아닌 재량적 접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미 3월과 4월 소비자 물가가 높게 형성되자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한 무제한적인 재정 투입을 대통령이 지시했는데, 이는 재량적으로 사안을 접근하는 모습을 넘어 즉흥적이라는 볼 수밖에 없다.

아직 1분기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안정을 위한 재정을 무제한으로 투입해 관련 예산을 소진해 버릴 경우 기후변화의 영향은 늘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혹 하반기에 있을 농산물 가격 변동에 대응이 어려워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이후 쌀가격이 하락할까 노심초사하며 쌀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쌀 가격은 안정시켰지만, 정부가 쌀에 집중하고 있던 사이 채소가격, 과일가격이 급등하며 물가관리에 엄청난 실패를 초래하고 말았다.

지금 정부의 행태를 감안할 때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프로그램도 정부가 재정준칙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재량적 접근이 아닌 준칙적 접근이 필요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농산물가격안정제의 도입 등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제도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불확실성을 제거해 안정적 농산물 공급을 가능케 하고, 더불어 관료들도 농산물 가격 변동에서 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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