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가격안정제'는 해로운 프로그램인가?
'농산물가격안정제'는 해로운 프로그램인가?
  • 김재민
  • 승인 2024.05.02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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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안법과 양곡관리법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 대한 소고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통해 벼의 재배면적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쌀의 가격, 벼 대신 재배하는 작물의 가격에 따라 농가의 선택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통해 벼의 재배면적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쌀의 가격, 벼 대신 재배하는 작물의 가격에 따라 농가의 선택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준칙에 의거 격리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안정제 내용을 담은 농안법 개정안을 국회 농해수위가 본회의 직상정을 의결하면서 농업계가 이를 둘러싸고 매우 시끄럽다.

양곡관리법은 정부의 재량이 아닌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라 쌀의 시장 격리가 결정되는 프로그램이고, 가격안정제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품목에 대해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에서 형성될 경우 차액 일부를 보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실시되면 농가들이 쌀을 비롯한 가격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품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며 정부는 철회를 주장하고 있고, 정부의 거듭된 설득에 농민단체, 품목생산자단체들도 정부의 편에 서서 두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가 경영안정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부작용이 큰지, 쌀 등 영농편이성이 높은 품목으로 두 프로그램이 작용할지에 대해 따져보고자 한다.

 

벼의 재배면적에 증감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엇일까?

첨부한 표는 최근 10년간 쌀 재배면적, 수확기쌀가격(10~12), 생산량 등을 정리한 표다.

2020년 이전은 이른바 쌀변동직불금이라 하여 쌀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면 그 차액 일부를 보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쌀 가격 하락분을 직접 보전해 주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농가 경영안정프로그램이라 하겠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남는 쌀을 모두 격리해주는 프로그램은 농가들의 과잉 생산을 부추기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이야기하고 과도한 재정 수요를 발생시킨다 주장하지만, 격리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변동직불금 하에서도 재배면적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이전해보다 약 2%를 약간 상회하는 면적이 줄었고, 2017년은 전년보다 5% 넘게 재배면적이 감소했다.

이와 달리 2021년은 변동직불금이 폐지되고 임의 격리프로그램만 실시되는 등 농가 보호가 미흡한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이 1% 가까이 늘어났다.

즉 정부와 농경연, 농민단체들이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농가를 과잉 보호하면 재배면적이 늘어 과잉 생산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주장은 이렇게 반박 당하고 만다.

재배면적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농가 경영안정 프로그램이 아니라 직전연도 쌀 가격이 농가들의 재배면적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재배면적이 5% 이상 급감했던 2017년의 경우 직전연도 수확기 쌀 가격이 12만9711원으로 전년대비 약 19% 하락했다. 쌀 가격이 하락하자 많은 농가들이 재배를 포기하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줄게 되었다. 재배면적이 증가했던 2021년의 경우 2019~2020년까지 계속해서 쌀가격이 20만원대를 상회했던 때로 농가들의 쌀 재배의향이 높게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2020년은 쌀재배면적은 72만6천ha, 2022년은 72만7천ha로 큰 차이는 없지만 쌀 생산량은 2020년 350.7만톤, 2022년 376.4만톤으로 약 26만톤이나 2022년이 더 생산됐고, 2023년의 경우는 재배면적은 70.8만 ha으로 2020년보다 1.8만ha나 재배면적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은 370.2만톤으로 생산량은 오히려 20만톤 가까이 더 생산됐다.

자료 :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벼재배면적 및 쌀 생산 등 동향
자료 :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
벼재배면적 및 쌀 생산 등 동향

송아지안정제와 각종 직불제의 역할

정책이 재배면적 증가에 기여를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계약재배를 통한 직불금 지급 등으로 밀, 콩, 조사료 등의 재배량이 증가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콩이나 밀, 사료작물 등 논에 타작물을 재배할 때 보조금을 주겠다, 생산된 작물도 정부가 유통해 주겠다며 각종 인센티브를 걸어 쌀을 생산하는 것보다 더 큰 수입을 기대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품목의 생산이 크게 증가했는데 수요는 없어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경우 농가들은 재배면적을 줄이는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2010년 2011년 논소득기반 다양화 사업 당시 논에서 재배된 타작물들 중 일부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농가들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듬해 대다수의 농가들이 다시 벼재배로 돌아선 경험이 있었다. 가격, 농가 소득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정부가 마련하지 않는 이상 농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쌀이 앞서 소개했듯이 변동직불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이 줄어들거나 재량적 시장격리 상황에서 농가 보호가 미흡한 상황에도 재배면적이 늘어난 사례도 여기에 부합한다.

한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격안정제도가 도입된 품목이다. 2000년 시작되어 2011년까지 운영되었고, 이후 사실상 이제도는 사문화 되었다.  

송아지안정제가 도입된 이후 한우 사육두수는 2010년까지 10년간 꾸준히 상승했다가 2011년 공급과잉과 소비침체가 겹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정부는 생산을 부추기는 송아지안정제가 여기에 기여했다며 2011년 송아지안정기금을 농가에 지급한 이후 관련 제도를 뜯어 고쳐 사실상 송아지 안정제가 발동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우가격은 20~30% 폭락하고, 송아지 가격은 반토막이 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지만, 이후 조금씩 사육두수가 증가해 2023년 한우사육두수는 국내에서 한우를 사육한 이후 최고로 많은 상황까지 오게 됐다.  송아지안정제라는 프로그램이 있어도 10년, 없어도 10년마다 한우는 공급과잉 상황을 맞이하며 해당 송아지안정제가 한우 사육두수 증감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변수임을 보여준다.

송아지안정제가 일찍 도입이 되었으니 타 품목, 닭이나 돼지를 키우는 농가들이 한우로 품목을 갈아탔을 까도 따져보면 미세하게는 있을 수 있겠지만, 2000년 한우농가수는 29만호였다.

현재 한우농가수는 8만호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05년 18만8천호로 감소했고, 2010년  이미 16만6천호가 되었으며 2022년 9만호가 무너졌다. 

송아지안정제는 2000년도에 도입되어 송아지 가격 변동에서 오는 농가의 경영불안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으로 도입되었지만, 해당 프로그램으로 인해 농가들이 한우사육을 결심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관찰되지 않았다. 농가들은 가격에 크게 반응해왔다.
송아지안정제는 2000년도에 도입되어 송아지 가격 변동에서 오는 농가의 경영불안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으로 도입되었지만, 해당 프로그램으로 인해 농가들이 한우사육을 결심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관찰되지 않았다. 농가들은 가격에 크게 반응해왔다.

 

고령화와 지방 소멸 우려하는 시대 농가 경영안정 더욱 필요

지금 우리는 고령화와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농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70대 이상 고령농들이 은퇴를 결정하게될 5~6년 이내를 생각한다면, 농촌으로의 인구유입 정책은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앞서 지금까지 정부의 경영안정프로그램이 재배면적 확대나 품목 쏠림현상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이야기했지만, 이는 충분한 지원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농사를 지어서 돈을 잃을 확률을 낮추고 돈을 벌 확률을 높여주는 일이고, 혹 가격 하락으로 충격을 입더라도 이를 어느 정도 방어해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1930년대 농작물의 가격안정과 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약 100년전에 도입한 이 프로그램이 바탕이 되었고, 그때와는 농가의 규모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졌음에도 여전히 가격 변동에서 오는 경영불안을 해소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농업에서 경영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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