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내일 당장 돼지를 입식해도 1년반 굶는 것은 보장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2년이될 지 3년이 될지 아니면 영영돼지를 키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암담함이 더욱 두렵습니다."
이준길 ASF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무지 앞뒤를 알 수 없는 정부의 방침에 더는 참을 수 없어 청와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열흘 전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느낀 허탈함을 숨기지 않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언제쯤 돼지를 입식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멧돼지가 안정되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김현수 장관은 그러면서 “해외사례를 비추어 볼때 7~8월은 위험한 시기여서 그때는 지나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살처분한 농장들이 재입식을 대비해 방역 시설 기준이라도 만들어주시면 열심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김 장관은 "지금부터 다 만들어놓고 기다리면 너무 지겹고 힘드니 입식할 때쯤 되면 가르쳐 주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장관의 답변을 전달하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울분을 토하며 "앞으로 평생 돼지 키울 수 없으니 굳이 돈 들여 고칠 필요없다는 말로 들렸다"며 성토했다.
단순히 발생지역으로 한정한 ASF 방역 기준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이 위원장은 말했다.
포천과 철원지역의 경우 멧돼지 ASF 발견 지점에서 10킬로 떨어진 지점에서도 무탈하게 돼지를 키우고 있지만, 파주, 연천지역 등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돼지 사육이 전면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ASF 박멸은 농가 규제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멧돼지와 집돼지의 공존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멧돼지는 올해 한강 이남을 넘어 지리산 하락까지 남하할 것이 분명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정부가 취재야 할 조치는 무조건적인 농가 규제가 아니라 재입식 농가의 생존권 마련, 그리고 집돼지의 방역을 기본으로 한 멧돼지와 집돼지의 공존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