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폐기 가능할까…현지 외신 신중 접근
한미FTA폐기 가능할까…현지 외신 신중 접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1.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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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축업계 “한미FTA 폐기 나서라” 한목소리
외신, 협상 성공위해 한국도 이익 취할 수 있어야
한미FTA 폐기를 위한 농축산업 대책위(농민의길, 농수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가 발언하는 모습.
한미FTA 폐기를 위한 농축산업 대책위(농민의길, 농수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가 발언하는 모습.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파괴자(job killer)라 불렀던 한미FTA와 관련해 한미 양국 대표단이 한국시간으로 5일 밤 자정 미국 워싱턴에서 재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을 두고 국내 농축산업계는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는 등 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내심 자동차·철강분야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한 미국의 요구에 농축산업을 지렛대로 삼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한미FTA폐기를 위한 농축산업 대책위(농민의길, 농수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을 필두로 미국에 파견한 개정협상 대표단을 철수해야한다”며 FTA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단체들은 “이번 협상에 나서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굴욕외교에 불과하다”며 “국내 농축산인을 볼모로 온갖 억지를 부리는 미국을 상대로 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와 준비정도는 안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미FTA 폐기 논의를 공식적으로 벌여 농축산업을 지키고 한국경제와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축산업계의 이러한 요구에도 한미FTA를 폐기하는 상황까지는 가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이번 협상은 전면이 아닌 부분개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와 같은 강경 발언과 달리 미국 현지에서는 재개정 협상에 대해 신중하게 임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ISLAND NEWS는 1월 5일자(한국시간) '미국과 한국은 무역에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U.S. and South Korea go head-to-head on trade)'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한미FTA를 탈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면서 “(만약 한미FTA를 탈퇴할 경우)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의 쇠고기 농가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도 “최대한 한국 국익에 이로울 수 있는 협상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협상이 파행으로 치닫지 않는 한 한미FTA 자체가 파기되는 상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언론들도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신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수출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번 협상 결렬로 자칫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에 누수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서다.

미국의 CNBC는 1월 6일(한국시간) 전 미국 무역 대표부의 웬디 커틀러(Wendy Cutler)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협상의 결과가 각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며 협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한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최대한 중립적인 보도를 했다.

오히려 이 언론은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의 라일리 월터스(Riley Walters)를 인터뷰 하면서 “트럼프 팀이 계속해서 무역 적자에 대해 과장하는 것은 잘못된 오래된 생각”이라는 보도를 내보내면서 이번 협상을 시작한 미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가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유라시아의 반미 정서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외신은 한국을 미국 무역에 중요한 고객이라면서 두 나라 간 의견 충돌은 주요 동맹국 사이의 관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이 지역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미국 종합 언론들의 이런 보도와는 달리 미국의 농축산업계는 이번 한미FTA 재개정이 한국의 관세 장벽을 낮출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 농업 전문저널인 AGWEB은 이번 협정에 대해 트럼프가 무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위한 선거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미국 무역 대표부는 농산품 관세를 제로(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농축산업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회의가 진행된 후 후속보도를 통해서는 농산품 관세 낮추는 것은 성취하기 힘들 것(tough) 같다는 뉘앙스의 특파원 취재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보아 이번 1차 재개정 협상에서는 농축산물에 대해 한국 대표단이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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