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고정비용 큰 폭 상승...도축업계 경영난 '심화'
도축장 고정비용 큰 폭 상승...도축업계 경영난 '심화'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2.16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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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수도비 30~40% 상승에도 도축비 몇 년째 ‘제자리’

“잡으면 잡을 수록 손해”....대형 도축장들도 '눈물'
사진은 국내 도축장의 돼지 작업 모습(본지 사진 자료).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전기·가스‧수도비 등 도축장의 각종 고정비용이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오르면서 도축장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도축장들 대부분은 도축비를 인상할 경우 물량이 이탈하거나, 농가 반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수년간 수수료를 동결‧운영하거나 소폭 인상에 그치는 등 비용의 대부분을 자체 감내하고 있어 도축장들의 건전 경영에 심각한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축장 고정비 얼마나 올랐나

도축장 고정비에서 가장 높은 요금 상승분은 전기세다.

도축장의 전기요금은 영연방 FTA 대책으로 내년 12월말까지 20%의 할인을 받고 있지만 인상율이 워낙 커서 할인효과를 거의 체감할 수 없다는 게 도축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기료는 지난해 4‧7‧10월 세차례 인상으로 1년 새 두배가 오른데 이어, 올 상반기 역시 20% 넘게 오를 공산이 커서 도축장들의 경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 월 평균 1만3천여두, 소 40여마리를 작업하는 지방의 소규모 도축장 A대표는 “지난해 12월 납입한 전기세는 3,820만원으로 작업두수가 적었던 '21년 2,800만원대비 1천만원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가스·수도비 역시 전년 대비 30% 넘게 상승하며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네차례(4·5·7·10월) 요금을 인상한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하면서 2분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또다시 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 도축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도축장들의 비용 상승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분과 돈모, 폐수오니 등 폐수처리를 위한 각종 약품비도 크게 상승해 소 1만두, 돼지 20만두를 처리하는 중견 규모 도축장의 경우 연간 폐기물처리비용만 5~6억원에 달한다.

고정비 상승에도 도축비는 그대로...대형 도축장도 '눈물'

이처럼 도축장들은 각종 비용 상승에 따른 경영 압박은 감내할 수준을 벗어 났지만 도축비는 수년간 정체되어 있거나 인상하더라도 마리당 1~2천원 수준에 그쳐 비용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도축장들의 현실이다.

도축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축비는 돼지의 경우 평균 1만9천~2만3천원 선, 소의 경우 농협경제지주 4대공판장이 13만9500원, 민간도축장은 12만6800원에서 최고 17만원 수준이다.

더욱이 도축장들의 물량 확보 경쟁이 극심한 지역은 돼지 도축비가 1만 2천원 선까지 내려간 곳도 있다. 충남의 경우 돼지 도축비가 1만4천~1만5천원, 호남권의 경우 1만2천~1만3천원까지 형성되는 등 출혈 경쟁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소 도축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2년을 기준해 소 도축 시장 점유율이 33%에 달하는 농협 4대 공판장의 경우도 2018년 13만9500원으로 가격을 인상 한 후 5년째 동결 중이다.

당장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선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최근엔 소 값 폭락 시황이 겹쳐 농가 정서까지 살펴야 하는 등 쉽사리 비용 인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적자 경영을 타개할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산지 출하물량 증가에도 도축장 경영개선 ‘난망’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산지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출하물량 증가에도 도축장들은 경영 개선의 여지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작업두수가 많은 대규모 농협 계통 도축장들도 ‘물량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대로 손해'인 상황이며, 소규모 도축장들은 당장의 가동율 확보를 위해 ‘가격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어 국내 도축업계는 규모와 상관없이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도축업계 한 관계자는 “도축장의 각종 고정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현재는 인건비는 고사하고 폐기물 처리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수수료를 인상 할 수 없는게 도축장들의 현실”이라면서 “축산물의 위생적 처리와 도축업계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도축비 현실화 등의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지난 08~15년까지 진행됐던 도축장 구조조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축장이 12개소에 달해 저가 수수료 경쟁이 극심한 전남 지역에선 “이대로 가다간 모두 죽는다”며 도축장 구조조정 재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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