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정부·국회가 자초한 ‘쌀 목표가격’ 악순환 고리
[팜썰]정부·국회가 자초한 ‘쌀 목표가격’ 악순환 고리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11.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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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한 정부, 직무유기 국회, 허탈한 농민만 있을 뿐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정부가 2018~2022년산 쌀에 적용되는 쌀 목표가격을 현행법령에 따른 18만8192원/80kg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현 18만8000원에서 192원 오른 금액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의 실질 소득보전을 위해 이번에 변경되는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위한 법률 개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우선 현행 법률에 따라 산정·제출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농민 단체나 국회에서는 24만원을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안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5년 전 2013년도와 똑같다. 5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똑같을 수는 없다. 2013년도에도 쌀 목표가격 재설정을 두고 농민과 국회, 정부 간 힘겨루기가 6개월 이상 지속됐다.

그 당시에도 정부가 법률상 자연 증가분(17만38원(80kg기준)→17만4083원)만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이에 반대하는 집회를 국회와 농식품부, 기재부 앞에서 6개월 이상 열고 정부가 제시한 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삭발투쟁을 시작으로 단식투쟁을 이어가는 등 강도 높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 당시도 농민들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과 생산비 증가분을 포함시켜야 된다는 주장을 했지만 법률 개정 없이 국회 논의 끝에 18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그 당시 농민들은 이번에 법 개정이 안 되면 5년 뒤에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행정 편의상의 이유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이유에서인지 법 개정 없이 그대로 쌀 목표가격 재설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 5년이 흐른 뒤 2018년이 됐는데 그 때 당시 예언처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상황은 2013년도와 환경적인 조건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하는 행동이나 국회가 하는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단지 농민들이 과격한 투쟁을 안 하고 있다는 것만 변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목표가격을 재설정하는데 적극적이지도 않고 느긋하게 지켜만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3년 상황에서도 정부는 법률상 어쩔 수 없으니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모습을 보였던 것과 같은 모습을 또 다시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어차피 국회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목표가격 재설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농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한마디로 말해 ‘쇼를 하고 있네’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까. 2013년에 분명히 법 개정을 통해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관철되지 않아 5년 뒤 똑같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는 모습에 또 한 번 분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가 제 몫을 다하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매번 정부가 올바른 가격을 제시해야지만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농민들 비위 맞추겠다고 농민들이 주장하는 금액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번에도 대충 얼마 선에 정부와 입 맞춰 넘기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까. 말로만 법 개정을 해주겠다는 말만 했지 실제로 개정이 될까. 2013년 예를 볼 때 법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5년 마다 법만 타령하고 있는 정부. 5년 마다 정부만 탓하고 있는 국회. 이런 정부와 국회를 보고 허탈해 하는 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