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의 합리적인 수급 조절 방안
계란의 합리적인 수급 조절 방안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5.02 10:05
  • 호수 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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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조절, 가격 안정 필요 시 수급조절위원회 등을 통해 투명하게 조절해야
사육수수, 수급과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시장 개입 기준 마련해야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산란계 농가들이 명절을 전후하여 벌어진 계란 가격 폭락 사태로 울분을 토하고 있다. 보통 설과 추석을 앞두고 계란 가격은 강보합세를 나타내 왔다.

명절에 전을 부치기 위해 계란을 다량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며, 추석 직전 1개월, 설 직전 1개월이 산란계 사육농가는 물론이고 계란을 유통하는 상인

들 입장에서도 대목이라 하겠다. 이렇게 대목 장사를 통해 이후 계란 비수기 가격 하락기의 감소되는 수입을 보충하는 식으로 계란산업은 움직여 왔다.

문제 많았던 정부의 계란 가격 안정 대책

지금까지 계란 가격이 높게 치솟을 때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였을 때로 2010~2011년, 2016~2017년, 2021~2022년 세 차례가 있었다.

이에 따른 대응은 앞선 두 번의 시기에는 국내 사육 기반을 빨리 회복시키기 위한 쪽으로 움직인 반면, 2021~2022년의 경우 미국 등에서 계란을 대규모로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키려 하였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물가 안정 대책으로 3억8천여개의 달걀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면서, 9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낭비됐다는 YTN 뉴스(2022.2.22).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물가 안정 대책으로 3억8천여개의 달걀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면서, 9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낭비됐다는 YTN 뉴스(2022.2.22).

사육 기반을 회복하는 방안의 경우 병아리나 종계가 수입되어 성성숙기를 지나 산란에 가담하는 시간까지 시차가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시간이 지나며 공급이 늘며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계란 수입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 수입된 계란을 폐기하는 일이 반복해 일어났다.

소비자들이 비싸더라도 국내산 계란을 구매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아까운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가공·외식용 가정용 분리 대응 필요

다만 가공용과 외식용의 경우, 원산지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계란을 선호하고 있어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

계란은 제과와 제빵, 어묵, 마요네즈 등 각종 가공식품에 원료에 이용되고 있어서 계란 부족 시 이들 거대 수요처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계란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수입 계란을 꺼리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국내산 일반 식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으로 계란 가격이 급등하였을 때 대형식품업체들은 냉동액란을 수입해 위기를 넘겼는데, 지금처럼 계란 가격이 낮게 형성되었을 때 국내산 계란을 냉동 비축해 가공용 원료로 방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세계 계란 시장은 미국, 유럽, 일본, 오세아니아 등 수많은 나라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며 계란 부족 사태를 낳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이 잘되었기 때문에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만약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질병 피해가 많았다면, 냉동액란 수입도 불가능해 물가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올해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식용란을 수매했다가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방출해 시장 교란 행위가 발생했는데, 수매한 계란을 액란으로 만들어 저장하고 식품업계에 공급했다면 지금과 같은 계란 가격 폭락과 유통 시장 왜곡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 주체들 불확실성 가장 부담으로 느껴 경기가 하강할지, 경기가 상승할지 예측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경제주체들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에 따른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은 대비를 못 하므로 큰 혼란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연방 준비이사회나 한은의 금통위 등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도 경제주체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1년 전부터 반복해 힌트를 주곤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농업관측센터가 계란 수급과 가격에 대한 전망을 발표해 농가나 계란 유통 주체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활동이라 하겠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비밀리에 계란을 수매해 시장에 방출한 행위는 계란 관련 경제 주체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한마디로 성수기에 계란을 판매하기 위해 물량을 확보했던 유통업자나 계란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했던 농가 모두 정부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계란 수매를 비밀리에 함으로써 수매 기간 계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난각에 산란 일자를 표기하도록 한 규제로 인해 그에 대응해 농가들이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리도록 저장한다거나 비축한 계란을 방출하는 행위는 지금은 할 수 없다.

 

수급 조절 위원회 등 통한 예측 가능성 높여야

지난해 12월 단행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식용란 비밀 수매, 1월 식용란 저가 방출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설을 앞두고 명절 성수품 안정 대책에 계란을 저가에 방출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었을 때도 ‘어디서 계란을 구해 방출한다는 거지’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시장에 저가 계란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정부가 부적절하게 시장에 개입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신중해야 하고, 정보의 비대칭성도 적어야 한다. 즉, 정부가 시장에 개입이 필요하면 어떤 확실한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여야 한다. 그때는 모든 경제 주체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농식품부 내에는 축산물수급조절위원회 등이 비상설 기구로 설치되어 있고, 이 위원회를 통해 각 축산물의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개입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뉴얼인데 가격, 사육두수, 소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부의 시장개입 시기와 방법 등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이다.

한우가 2019년부터 암소 감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그런데 계란은 만들어져 있는 위원회도 이용하지 않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수매와 방출을 결정하였다.

계란도 수급 조절,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면 수급조절위원회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산란계 사육수수, 수급과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정부 등이 시장에 개입할 기준을 마련하고, 수급 조절 수단을 미리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급 조절 방안

정부의 개입 시기는 산란계 사육 숫자, 계란 가격, 계란 생산비 등을 조합하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수급 조절 수단이다. 개입하려 해도 방법이 없고 예산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사업은 소비 촉진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란자조금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수매다.

계란의 부족과 가격 상승은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이 있지만, 계란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서는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계란 수매와 방출은 대규모 수요자를 위해 액란으로 가공해 저장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산란일자 이슈도 피하고, 식란의 저가 방출에 따른 가격 교란 행위도 최소화할 수 있다.

계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을 때 수매하고, 이를 식품업체가 계란 매입에 어려움을 느낄 때 방출함으로써 계란 가격 하락기와 상승기 모두를 대비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수출이다.

현재 대한민국 계란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저렴하다.

조류인플루엔자 영향으로 가까운 일본은 배로 가격이 상승했고, 미국의 경우 계란 가격이 너무 올라 멕시코로부터 밀수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계란 수출을 위한 우리 정부의 검역 협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계란 가격이 이렇게 낮고 해외는 높은 적기에 전혀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1년 당시 계란이 부족하자 3개월 만에 미국과 검역 협상을 통해 계란을 들여온 사례가 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수출을 위한 검역 협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사육수수 조절이다.

소비 촉진도 하고, 수매와 방출도 하고, 수출도 했지만 그래도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육 기반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산란계의 조기 도태, 또는 도태시기 연장과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든 재원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방안은 매년 갱신되는 수급 조절 매뉴얼을 통해 시장의 개입 시기 각 단계별 사용가능한 방법론을 명시한다면 계란 가격이 너무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3~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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