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목우촌 활성화를 위한 제언
농협목우촌 활성화를 위한 제언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6.28 15:00
  • 호수 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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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크고 혼탁한 계육시장서 경쟁 쉽지 않아
닭고기사업 경쟁사 하림ㆍ마니커도 흑자 내기 어려워
원료육 시장서 조달하고,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한다면 승산 있어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닭고기 가격 상승에 주요 닭고기 계열화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요 닭고기 회사 주가가 우상향하는 모습을 비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당 842원까지 하락했던 체리부로 주가는 6월 8일 현재 1,300원대를 형성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2,500원까지 하락했던 동우팜투테이블의 주가도 3,000원대 초반에 안착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2,490원대까지 하락했던 하림도 마찬가지로 3,000원대 초반대를 형성하는 등 현재 닭고기 계열화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기와는 다르게 농협목우촌이 닭고기 계열화 사업은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닭고기 가격 상승이라는 호재에도 농협목우촌의 닭고기 사업은 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농협목우촌 닭고기 계열화 사업

다른 주요 닭고기 회사들은 닭고기 가격 상승에 실적 개선이 전망되고 있는 것과 달리 농협목우촌은 올해 닭고기 부문에서만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전망되는 이유는 농협목우촌이 닭고기 사업에 제때 투자를 하지 못해 일어난 구조적 문제다.

농협목우촌의 닭고기 부문 경쟁업체 대비 규모가 너무 작고(전체 시장 대비 2% 미만)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배합사료, 원종계농장-종계농장-부화장 등 핵심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사조 등은 사료는 물론 원종-종계-부화-사육-도축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최소 10% 가까운 시장을 확보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 실현까지 가능하다. 실제 도축기준으로는 마니커와 체리부로는 7~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지만, 원종계의 경우는 20% 이상의 시장을 가지고 있는 과점사업자이며, 원종계의 도입 물량이 실제 국내 닭고기 공급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4~5년간 닭고기 가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법 담합에 대한 조사와 판결, 재판 등으로 인해 사실상 수급 조절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면서 가격이 낮게 유지되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 닭고기 회사들이 입식량을 대폭 줄이면서 2022년 들어 닭고기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닭고기 가격 상승에 주요 계열사들은 실적 개선이 되었지만, 농협목우촌은 병아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원가 상승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과 대한양계협회 등이 공시한 가금산물 가격을 살펴보면 2021년 산지 닭고기 가격은 1,500원 받기도 힘들었으나 2023년 5월 현재 2,500원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으며, 병아리 가격도 800원~1,000원에 형성되고 있다.

병아리 가격은 계열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면 340~640원대에 거래되고, 공급과잉 시기 병아리 가격이 100원 받기도 힘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닭고기 가격과 병아리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원종계와 종계, 부화장 등을 확보한 계열화 사업자들은 원가에 종계와 병아리 등을 공급받지만, 농협목우촌은 시장가격대로 구매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위탁사육 장단점

국내 육계 농장의 경영방식은 닭고기 계열업체로부터 병아리와 배합사료를 공급받아 일정액 수수료를 받고 사육을 대행해 주는 방식이다. 농가는 닭고기 가격 등락이나 배합사료나 병아리 가격 등 원자재 가격과 상관없이 일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계열 주체는 닭고기를 원가에 조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계열 주체가 이러한 방식으로 닭을 조달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은 농가에 제공하는 병아리와 배합사료를 누가 더 낮은 가격에 확보하고 또한 필요로 하는 물량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경쟁의 원천이 되었다.

이를 위해 종계농장과 부화장이 필요했으며, 해당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00년대 후반에는 계열사 대부분이 종계와 부화 부문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 짓게 된다. 모두가 종계와 부화장을 확보하자 이번에는 원종계 확보 경쟁으로 흘러갔다.

2000년대 원종계 농장을 운영하는 닭고기 회사는 하림과 체리부로 두 곳뿐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마니커, 사조, 동우·참프레까지 원종계 농장을 보유하면서 완전한 수직계열화업체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메이저 닭고기 회사들이 원가 경쟁과 물량 확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원종계, 종계, 부화 인프라에 투자할 때 농협목우촌은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원가나 물량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투자 골든타임 놓친 닭고기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초 오리와 삼계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화인코리아의 인수 기회가 있었고, 8%의 시장점유율로 국내 4위 계열화업체인 체리부로의 인수가 추진되기도 했었다. 특히 체리부로는 국내 2위의 원종계 전문회사 한국원종, 종계농장과 부화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농협목우촌이 인수 시 엄청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던 곳이다. 비슷한 시기 BHC, KFC 등 국내 탑클레스 수준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매물로 나오는 등 육계 부문을 강화할 기회는 있었으나 인수합병도 직접 투자에도 미온적으로 일관하면서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하림그룹, 이지바이오, 참프레, 체리부로, 사조 등은 투자 확대, 인수합병, 상장 등을 통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닭고기 사업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목우촌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닭고기 부문에서 큰 이익도 큰 손실도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위탁사육을 포기하고 전량 육계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시장가격에 매입했기 때문에 적정 마진만을 붙여 판매하는 전략이다.

생산원가를 낮추지는 못하기 때문에 시세 변동에 따른 초과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반대로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또한 피할 수 있는 전략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위탁사육 등을 통해 확보하는 물량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절반은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원가 경쟁력을 일부 확보하면서 반대로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도 일부 회피하는 방식이다.

어차피 원가 경쟁에서 뒤지는 만큼 생닭 판매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버리라는 것이고 대신 혁신적인 가공품에 대한 연구개발 그리고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만약 농협목우촌이 앞선 가공품 브랜드파워 등을 고려할 때 도계 사업을 포기하고, 원료 닭고기는 외부에서 구매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닭고기 가공품의 경우 하림이나 마니커 같은 육계 계열화업체보다 CJ, 롯데, 동원, 오뚜기, 랭킹닭컴과 같은 식품회사들이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치킨 외식 시장도 계열화업체보다 BBQ, 교촌 같은 전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닭고기 시장이 공급자 중심 시장이 아니라 도계육 구매자의 파워가 앞서기 때문이다. 농협목우촌은 치킨 외식사업과 닭고기 가공품 사업을 모두 하는 만큼, 직접 생산해 원료육을 조달하는 대신 외부에서 구매한다면 엄청난 바잉 파워를 갖게 됨으로써 닭고기 유통과 가공, 외식 분야에서 지금보다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경쟁력 극대화 참고해야

한때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와 함께 세계 휴대전화 시장 4강에 오르기도 했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으로 전환되는 시기 제때 투자하지 못하면서 2010년대 만년 적자 사업부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백색가전과 TV 등에서 세계 최상위의 제품력으로 1~2위를 다투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10년 넘게 이어온 스마트폰 부문의 손실은 큰 골칫덩어리였고 LG전자가 저평가되는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2022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LG전자의 주가는 단박에 급등했고, 실적도 크게 개선되게 되었다.

농협목우촌의 닭고기 부문도 LG전자의 스마트폰과 같은 상황이다.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 계열화 사업을 철수하고 원료육을 매입하는 사업조정만으로 매년 100억 원대의 흑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유업체·식품회사 전략 교훈 삼아야

국내 유업체는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원유를 매입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정한 가격으로 원유를 매입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업계 거래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원료유 매입 원가가 비슷하여서 유업체가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마케팅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소비 흐름을 읽는 눈이 필요하고 시장에서 환영받을 만한 제품을 재빨리 출시할 수 있는 것이 경쟁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닭고기 시장은 이러한 경쟁보다는 닭고기 원가를 낮추는 경쟁을 벌이다 보니 국내 닭고기 1위 기업인 하림도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유업체들은 높은 가격에 원료 우유를 매입하지만 3~5%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인다. 원가를 낮추지 못하는 단점을 혁신적인 제품개발과 마케팅으로 커버하고 있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주요 유업체 4개 사는 평균 1년 광고비로 300~400억 원을 쓰고 있다. 반면, 닭고기 회사의 경우는 하림의 제외하고는 연간 50억 원 이상 광고비를 집행하는 곳이 전무한 상황이다. 광고비 집행이 적다는 것은 판매를 촉진할 제대로 된 상품이 없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부가가치가 낮은 생닭 판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두업체인 하림의 가공품 비중은 12.5%, 마니커는 16억7천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0.5%에 불과하다.

 

 

목우촌의 강점을 살려라

일반적 닭고기 회사와 달리 농협목우촌은 돼지고기, 닭고기, 육우, 한우, 유제품까지 여러 축산물을 가공 유통 중이며, 햄과 소시지, 유제품, 축산 냉동식품 등 다양한 상품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종합식품회사 성격이 크다고 하겠다.

위탁사육으로 직접 닭고기 생산 시장에 뛰어들어 원가 경쟁을 하기보다는 좋은 제품을 기획, 개발, 마케팅하는 식품회사로써 장점을 더 살린다면 지금보다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로 하는 닭고기는 기존 계열업체와 계약을 통해 일정량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회원 농축협을 통해 매입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기존 닭고기 회사로부터 필요로 하는 원료육(통닭)을 구매하는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

닭고기 회사와 거래를 할 것이라면 특정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기보다는 여러 업체로부터 조달해 구매자로서 파워를 획득하는 방안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치킨 외식사업의 경우 민간 대리점에 의지하는 방식을 탈피해 회원 축협에 개설권 등을 부여하고 프랜차이즈 매출을 경제사업 물량으로 잡아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회원축협과 농협목우촌과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만하다.

회원축협의 신용사업은 경제사업 물량에 연동하여 점포 개설권을 주는 만큼 도시형 축협의 경우 목우촌 외식사업에 관심을 가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부를 포기한 것처럼 한계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원료육은 시장이나 회원농축협을 통해 조달하고, 유업체나 CJ 같은 식품회사들이 하는 것처럼 혁신적인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한다면 농협목우촌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5~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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