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유 가격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
[팩트체크] 우유 가격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6.29 10:10
  • 호수 5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산 우유 비싼 편이지만 캐나다·독일 등 우리보다 비싸
원가연동제 낙농가·유업체 유불리 따질 수 없어
올해 원유가격 사료비·자가노임 상승으로 큰 폭 상승 전망

원유가격은 원유가격 원가연동제가 도입된 이후 8월 1일 조정이 관례화되었다.

원유가격 조정은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등을 공식에 따라 적용하여 적정 수준 이상이면 인상을 하고, 이하이면 차년도로 이월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매년 원유가격 동결을 원하는 유업체, 인상을 원하는 생산농가 사이에 이해가 달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자. 시스템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도록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후 원유 매입 주체들이 원가연동제 때문에 우유 가격이 너무 높아졌다. 수급조절에 방해가 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원유가격 조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 지금 원유가격, 우유가격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 몇가지를 하고자 한다.

 

1. 원가연동제 도입 때문에 우윳값이 비싸졌다.

▲ 원가연동제 도입 이전에 우윳가격 결정도 원가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원유 거래 도매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정부가 2000년 이전까지는 고시로 원유가격을 정하였고, 낙농진흥회 설립 이후에는 낙농진흥회가 정한 원유매입가격을 전체 유업계가 따르는 구조로 발전하였다.

다만 원유 가격 인상은 생산농가단체의 요구에 의해 이뤄지는데, 낙농육우협회 등은 생산비를 기준으로 원유가격 인상을 요구하였다. 새로운 생산비가 발표되면 이후 인상폭과 시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원가연동제 때문에 우유가격이 비싸지는 것이 아니라.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그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고, 보통 유업체는 원유가격이 조정되는 시기, 제품 제조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해 우유소매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부분도 원가연동제가 우유 소매 가격을 조정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오해 받고 있다.

 

2. 원가연동제는 낙농가에 유리한 제도이다.

원가연동제가 유업체나 주요 방송가 신문은 낙농가에 매우 유리한 제도라 이야기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낙농가 단체는 제안한 적이 없으며, 정부가 원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해 관철시켰는데, 낙농가단체와 유업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에 대한 의견차가 너무 크고, 상당한 기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원가연동제 도입 이후 원유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했을까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2013년 6월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가격연동제 포함 ‘낙농산업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3년 6월 13일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원유가격을 12.7% 인상하기로 발표한다. 2014년 8월에는 원유가격 생산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유공급 과잉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 조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5년 8월에도 1리터당 15원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고 보았지만 우유수급 불균형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

2016년 8월에는 원유가격을 1리터당 940원에서 922원으로 18원 낮추었다. 2017년 922원 동결, 2018년 4원 인상된 926원, 2019/2020년 동결, 2021년 2.3% 인상한 947원, 2022년 5.5% 인상된 999원으로 인상되었다.

원유가격은 인상되기도 하였지만, 인하나 동결된적도 있어 낙농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라 할 수는 없다.

 

3. 동아일보는 4월 4일 “수요 줄어도 계속 오르는 우유값… 美의 2.4배” 등의 가사에서 한국 우유 가격이 미국의 2.4배가 넘을 정도로 비싸고, 그 이유는 원유가원가연동제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 우유가격이 높아진 이유를 원가연동제 도입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우유가격이 높아진 이유를 원가연동제 도입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가격이 미국의 2.4배가 넘을 정도로 비싸진 것은 10년 전인 2013년 낙농가 보호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원유 가격 연동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원유가격이 높아진 결정적 이유는 2013년 원유 기준 가격을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통계청의 원유생산비 조사방법 변화 때문으로 봐야한다.

축산물생산비조사 내용을 연도별 비목별로 살펴보면 2013년 원유가격 조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된 2012년 생산비 항목중 두드러지게 높아진 항목이 자가노동비 항목이다. 2011년까지 우유 100리터 생산시 6952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책정됐던 자가농동비 항목이 2012년 1만1463원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보통 생산비 변동시 영향을 주는 항목은 사료비인데 이 당시 사료비는 1000원 정도 증가한 반면 자가노동비는 5000원 가까이 인상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농가의 평균 노동시간이 증가했기 때문보다는 낙농가의 임금을 어떤 기준으로 책정하느냐가 중요하였다.

 

2011년까지는 지출된 고용노임 평균(시간당 6640원)을 적용하였으나 2012년부터는 고용노동부의 사업체임금실태조사 5~29인 규모의 사업체(제조, 건설, 운수업) 평균단가(시간당 1만3096원)를 적용하기로 변경하면서 일어났다.

즉 낙농목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받는 평균 임금으로 책정됐던 자가노동비 단가를 도시 근로자 기준으로 변경한 것이 단가 인상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통계청의 이 같은 기준변경은 낙농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생산비를 조사하는 모든 품목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한우번식, 한우비육, 육우, 비육돈, 산란계, 육계까지 일괄 적용되었고, 농산물의 벼, 보리, 마늘, 고추, 참깨, 콩 등의 품목도 일괄적용되었다.

원가연동제라는 프로그램도 영향을 주었지만, 그 동안 농민들의 노동이 너무 저 평가 되어있었다고 보는게 합리적다. 더군다나 이시기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는 보수정권 집권 시기 이뤄진 결정이었다. 농민의 노동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해왔고 이때 처음으로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시장기능(도매시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 농축산물과 달리 우유는 도매시장이 없기 때문에 가격 결정에 다른 품목보다 생산비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즉, 2013년 원유가격이 높게 산정된 이유는 통계청이 농민의 자가노동 가격을 현실화 하면서 일어났다.

 

4. 우리나라 우유가격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일까?

우리나라 우유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처럼 이야기하는 언론도 많이 있고 그렇게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격 조사를 할 수 없으니 이를 조사해 발표하는 기관의 자료를 참고로 우리나라 우유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살펴보았다.

세계 물가 비교 포털인 GlobalProductPrices.com이 2023년 3월 국가별 우유 가격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번째로 우유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의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흰우유 가격이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다.

쇠고기의 경우 우리나라가 스위스,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싼 국가였고, 닭고기는 38위, 계란은 13위, 쌀은 14위로 조사되었다. 1% 대의 자급률을 보이는 밀의 경우는 우리나라 소매 밀가루 가격이 조사대상국 중 48위로 23위를 차지한 미국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5월 국가별 주요 식품료 가격 비교 데이터를 다시 비교해 보았다.

순위에 변화가 있었다. 19번째로 가격이 비쌌던 우리나라는 5위로 그 순위가 껑충 뛰어 올랐다. 우리나라보다 우유가격이 비싼 국가는 홍콩, 가나, 캐나다, 독일 등이었다. 우리나라는 유지방 2% 1리터들이 우유가격이 2.24달러였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격을 나타내는 국가로 카메룬,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있었다. 쌀은 1kg에 2.87달러로 1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보다 일본, 미국, 등의 쌀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은 세계에서 10위로 3월 데이터보다 소폭 상승하였으며, 쇠고기도 1kg에 59.93달러로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다. 닭고기는 35위로 소폭 순위가 상승하였으며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닭고기 가격이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다.

 

5.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유가격이 오른다고 한다. 그 근거와 수준은 어느 정도로 예상이 될까?

통계청이 2023년 5월 30일 발표한 축산물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유 생산비는 전년보다 1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달러화 강세 영향까지 더해지며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사료 수급마저 어려워지면서 사료비가 20.7% 증가했고, 자가노동비도 4.9%나 인상되었다.

원가연동제 도입 첫해 106원이 올랐던 2013년 우유가격 조정때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원가연동제에 따라 원유가격이 조정이 공식에 의해 이뤄져야하지만, 최근 제도개선과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 등을 고려할 때 2013년 원유가격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실제 사료가격 등의 폭등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농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3년들어 국제 곡물가격 하락으로 배합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조사료 가격도 평년 수준으로 돌아서면서 2024년 8월 1일 가격 조정 때는 원유가격이 큰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좋은 기사네요 2024-01-29 23:34:58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ADASD 2023-12-24 20:22:05
임금을 더 주던가 ㅋㅋ 가나같은 후진국 나라 빼고 우리나라보다 임금 적게 받는 나라 1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