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가는 왜 어려운 한우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을까?
한우농가는 왜 어려운 한우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을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8.25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축산법체계, 달라진 축산업 구조 변화 담아내는데 ‘한계’

농식품부 공직자들 전문성 결여된데다 조직도 그대로...“새판 짜야”

한우농가 700여 명 운집 “한우산업 안정성 뒷받침할 한우법 제정” 한목소리

홍문표‧이원택 의원 주최 ‘한우법 제정 국회 토론회’서 제기
전국한우협회는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한우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연내 한우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한우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연내 한우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축산법은 축산업 초창기 설계된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법률이 추가로 만들어지는 등 기능 중심으로 마련된 가운데 60년이 지난 현재 하나의 법률로 모두 규정하기에는 산업의 규모와 생산액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품목간 장벽도 높아져 한계에 달해 한우법‧한돈법과 같은 품목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는 홍문표(홍성‧예산)‧이원택(김제‧부안)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동활) 주관으로 지난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한우법 제정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에서 700여 명의 한우농가가 상경해 한우농가 보호와 사육기반 안정을 위한 한우법 제정을 한 목소리로 요구한 가운데 토론회를 주관한 홍문표‧이원택 의원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17명이 참석해 한우법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소값 파동의 악순환을 끊고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우산업의 안정성을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여야가 발의한 한우법을 연내 제정하라”고 강조했다.

 

축산법, 1960년대 만들어져 달라진 산업별 특성‧변화 반영 못 해

김재민 농장과 식탁 정책연구실장(팜인사이트 편집장)은 ‘한우농가는 왜 한우법을 원하는가-축산 행정의 후퇴 원인과 해법’ 주제 발표에서 한우협회를 비롯한 축산단체들이 왜 새로운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지 배경과  해결 방안에 대해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법체제가 축산업의 구조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여기에 축산 행정을 다루는 공직자들 역시 행정직 일색으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는 데다 20여 년 전 기능 중심의 조직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품목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축산업은 1960년대 육성되기 시작해 법령이 만들어지면서 1956년 수의사법 제정을 시작으로 1961년 전염병예방법, 1962년 축산물위생관리법, 1963년 축산법, 1967년 낙농진흥법이 제정된다. 이후 별다른 축산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지 못하다가 2002년 축산단체의 입법 청원으로 축산자조금법이 제정되고, 2006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에 이어 2007년 원산지 표시 관련 법이, 2008년엔 축산물 이력 관리 법률이, 2012년엔 축산계열화법이 제정됐다.

김 실장은 “축산관련법률은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해당 법률이 '기능 중심'의 법률이라, 하나의 법률에 모든 품목을 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법이 마련되다 보니 특정 품목의 진흥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로 개정이 어렵고, 특정 품목에 불리한 규제 또한 담기 어려운 데다 법 개정이 추진되더라도 타 품목과 조율이 필요해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까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이처럼 현행법이 각 축종의 특성을 모두 담기 어렵게 되면서 품목별 법 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향후 축산법령은 기본법, 기능법, 품목법 3단계 체제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본법은 축산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구체적 사안은 각 품목법에서 품목의 특성에 맞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특히 현재 각 축산 품목마다 각 산업에 맞지 않는 법률과 제도, 조직, 인적자원 때문에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덜컥 품목 법만 제정해서는 축산 행정의 질적 변화를 도모하기 쉽지 않다고 전제하고 "한우법과 같은 품목 법에는 수급조절 및 가격 안정과 한우농가 경영안정에 관한 내용을 담되, 해당 업무를 수행할 기관을 명확히 하고 관련 예산 확보 방안도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축산업의 규모, 행정수요 등을 감안해 농식품부 조직 역시 품목 중심으로 개편하고 인적자원도 행정직 일색에서 벗어나 행정직과 전문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균형 선발로 축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는 한우법 당위성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종합토론에서는 한우법 당위성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송아지생산안정제‧수급조절협의회 ‘유명무실’...특별법 마련돼야

이석현 법무법인 선우 변호사는 ‘한우법 도입을 위한 법률적 제언’에서 “쇠고기 수입 자유화를 3년 앞둔 상황에서 1963년에 제정된 축산법은 한우를 포함해 여러 축종의 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한 지원 정책을 내용으로 한 종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한우산업 기반 유지를 위한 축산법 제32조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은 발동될 수 없는 기준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으며, 축산법 제32조의4에 규정하고 있는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 또한 자문기구에 국한되어 있는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한우산업발전 대책 수립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우산업은 소농이 다수지만 이를 보호하는 규정도 미비 하는 등 한우의 특성을 반영한 규정이 전무한 상황으로 여러 축종을 포괄한 축산법만으로는 한우산업 발전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면서 “한우법이 제정되면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 창출은 물론 농업의 생산기반 유지에 기여해 2026년 수입 쇠고기 무관세화 시작 등에 대한 한우산업 최소한의 대비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기존의 축산법 조문 면밀히 검토 보완할 수 있어”

종합토론에서는 소규모 농가가 산업 구성원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한우산업 특성을 반영한특별법 마련의 필요성(한우협회 한양수 부회장)과 함께 농업농촌의 핵심 소득원인 한우산업 육성 등 지역 균형적 발전 측면에서의 한우법 마련은 필요하지만,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등 정부 예산의 효율적 배분이란 측면에서 어떻게 이해받을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경상국립대 전상곤 교수)도 있었다.

정부는 한우법 등 품목별 특별법 마련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연섭 축산경영과장은 종합토론에서 "현재 수급 불안으로 한우가격이 하락하면서 특별법 마련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우법과 같은 기본법을 만든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 그리고 예산과 조직이 과연 뒷받침될 것인가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면서 "현재 축산국 내부에서 기존 축산법 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우협회와 농가가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문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항을 만들어나가는 등 생산자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최대한 수용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